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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May 29. 2024

수사 차량

'따라라 따라라'

P 수사관의 전화가 울린다.

'네 여보세요, 아.. 네 네 제가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큰소리로 묻는다.

'3팀에서 내일 오전 오후 차를 써야 한다는데 내일 차 써야 하시는 분 계십니까?'


'내일 오전에 검찰청도 가야 하고 서울도 다녀와야 하잖아.'

'그냥 제 차로 다녀오시죠.'

'우리 팀 써야 하는데 먼저 쓰고 안 쓸 때 빌려주는 게 어때? P 착하네'

가급적 팀원들이 알아서 하도록 잔소리를 안 하려고 하지만 수사 차량이 없어 늘 애를 먹는 팀원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한 마디 거들었다.


P가 멋쩍게 웃으며 대꾸한다.

'그 마음을 제가 알아서요'


'아! 그렇구나. 내가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다. 맞다 맞아. 그렇지. 그렇구나'

나는 그제야 P의 속마음을 깨달으며 연신 감탄하고 말았다.


사이버수사대에는 수사 차량이 부족하다.

그래서 3개 팀이 1대의 차량을 함께 쓰는데 각 팀에서 1달씩 맡아 사용하면서  안 쓰는 시간에 필요한 팀에서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수사 차량은 턱없이 부족해서  차량이 필요한 팀은 전날부터 차량을 수배하는데 이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주로 팀의 막내들이 각 팀에 연락을 해서 차량을 구한다. P도 지방 출장이나 영장 집행을 하는 일정이 생기면 각 팀에 전화해서 아쉬운 소리 해가면서 때로는 읍소하고 때로는 사정하면서 차를 확보하고는 했다. 그렇게 해도 차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많은 경우 자차를 사용하는 것이 태반이다.


그렇게 수사하기도 벅찬 시간에 짬을 내어 차를 빌리면서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리라. 그래서 같은 처지에 전화를 하는 동료의 그 마음을 외면하지 못했으리라.


P는 차를 빌려달라는 연락이 오면 언제나 빌려주려고 애를 쓴다.

참 기특하고 이쁘다.


그렇게 또 좋은 후배들에게 배운다.


#경찰차 #수사차량 #사이버수사대 #형사수첩 #드림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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