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여행

잃어버린 숲의 노래

by 드림포터

이슬은 조심스럽게 흘러가는 낙엽 위에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낙엽은 이슬을 태우고 물결 위에서 가볍게 춤추듯 흘러갔다. 햇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며, 물 위에 반짝이는 수많은 빛의 조각들을 만들어냈다. 이 광경은 마치 별들이 물속으로 내려와 춤추는 듯했고, 이슬방울 위에 반사된 빛은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개울물을 가로지르던 소금쟁이가 이슬 옆 자리를 잡으며 가볍게 인사를 건넨다. 얕은 개울 아래 은백색의 피라미 떼는 분주히 모래를 뒤집는다. 개울의 물소리에 맞춰 꽃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며 향기를 내뿜는다.


시간이 흘러, 이슬과 낙엽은 개울의 흐름을 따라 얕은 곳을 벗어나자 넓은 하늘이 펼쳐진 다. 태양이 중천에서 내리쬐자, 그 열기가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이 강렬하다. 이슬은 본능적으로 태양의 뜨거움을 피해, 낙엽이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로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그늘 아래에서 이슬은 태양의 직접적인 열기로부터 보호받으며, 생존하는 방식을 배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이슬과 낙엽은 다시 여정을 계속했다. 나지막한 돌담 아래 개울을 따라 흘러간다. 하늘은 더없이 파랗고, 개울을 따라오던 하얀 뭉게구름은 희미하게 사라져 간다. 개울물 소리는 더욱 정겹게 울려 퍼지며, 강렬했던 햇살은 그 기세를 누그러 트이며 점차 온화해진다. 잠시 후 태양은 긴 꼬리의 여운을 남기며 산등성을 넘어간다. 하늘은 부드러운 청록과 심해의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간다.


숲 속에 밤이 찾아오고 주위가 어둠에 휩싸이면서 마법 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초승달이 고요한 밤하늘을 밝히며, 나무 사이로 살포시 얼굴을 드러낸다. 그 순간, 숲은 생명을 얻는다. 작은 정령들인 반딧불이들이 하나둘 깨어나 세상을 빛으로 채운다. 반딧불이들은 서로를 찾아 헤매며, 그들만의 빛으로 소통한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반딧불이의 축제, 뜨거운 사랑을 갈망하는 차가운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숲은 빛의 바다가 되고, 풀벌레 소리에 이슬은 잠이 든다.


새벽이 다가오며, 나뭇가지가 부딪히는 소리에 잠이 깬다. 어둠 사이로 짙은 회색 구름이 몰려오고, 거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기어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곳곳에 파문이 인다. 쏟아지는 빗물에 실개천이 급격히 불어난다. 빗방울은 이슬과 달리 거칠고 난폭하다. 크고 작은 돌들이 물살에 휩쓸려간다. 쏟아지는 빗물은 무서운 기세로 삽시간에 작은 개울을 황톳빛으로 물들인다. 이슬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혼탁한 물속에 거칠게 떠밀려간다.

빗방울은 대기의 먼지를 않고 내려와 메케한 매연과 타다 남은 석유, 석탄 찌꺼기를 개울에 풀어놓는다. 마을 가장자리에서, 버려진 폐수들과 공장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낡은 배관을 따라 끊임없이 개울로 흘러든다.

은색의 미세한 수은 조각들이 이리저리 부딪치며 이슬의 물막을 파고든다. 화학물질과 수은으로 범벅이 된 이슬은 수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가라앉는다. 거센 물결에 떠밀려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끝없이 떠내려 간다.


이슬은 맑은 하늘과 하얗게 반짝이는 뭉게구름이 보고 싶다. 지나가는 바람에 세상 이야기도 듣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쇳덩어리 보다 무거운 수은 조각들을 떨쳐낼 수가 없다. 몸은 무겁고 머리는 어지럽다. 흐려진 물살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물결 따라 굽이굽이 돌아갈 때마다 이리저리 쏠리고 부딪쳐 맑고 투명하던 이슬은 사라지고 거친 화학 물질로 오염된 물방울만 남았다.


이 작은 개울은 생명의 요람이었고, 나뭇잎은 안식처였다. 태양은 삶의 에너지를 주었고, 개울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맥박 과도 같았다.


그러나 폭우가 몰아치며 모든 것이 변했다. 거센 물살은 그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을 삼켰고, 크고 작은 생명들은 그 힘에 맞서지 못했다. 소금쟁이들은 안간힘을 다해 버티려 했지만, 결국 물살에 휩쓸려 갔다. 피라미들은 그들의 집을 지키려 발버둥 쳤지만, 오염된 물에 의해 숨을 쉬기조차 어려워했다. 언제나 활발히 움직이던 피라미들이 서서히 그 활동성을 잃어가고 마침내 하얀 배를 뒤집고 떠내려갔다. 그들의 놀이터였던 모래바닥은 이제 오염된 찌꺼기로 뒤덮였다. 물가의 꽃들도 변화를 겪었다. 한때 그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며 자랑하던 꽃잎은 오염된 물이 주는 고통 속에 시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뿌리는 흙에서 뽑혀 나갔고 꽃잎의 빛은 바래고, 그들이 내뿜던 향기는 더 이상 공기 중에 퍼지지 않았다.


이슬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처음에는 이 모든 파괴에 대하여 분노하였지만, 처해진 상황을 벗어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주변 생태계의 고통과 파괴 속에서 한때 맑고 순수했던 이슬의 존재는 이제 오염된 환경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노는 점점 지치고, 힘을 잃어갔다. 그리고 무기력함으로 바뀌었다. 무기력함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조차 꺾어버렸다.


그렇게 세상과 소외된 시간이 흘러갔다.


낮과 밤이 여러 번 바뀌었다. 비가 그친 지 오래고 바람도 멈추었다. 구름 사이로 별들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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