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지옥

by 드림포터

강의 풍경은 살아있는 그림 같다. 피라미는 강물을 따라 자신들의 산란장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들의 여정은 조용하지만, 강의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피라미가 남긴 알은 강바닥에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이 알들은 강물 속 다양한 생명체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강물 속 식물들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며, 물속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이 산소는 피라미를 숨을 쉴 수 있게 하고. 식물들은 또한 피라미에게 은신처와 먹이를 제공한다. 수면 위에서는 강가의 버드나무가 강의 경계를 지키며, 그들의 뿌리는 강변을 굳건히 지키며 흙이 물에 쓸려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나무들은 새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새들은 해충들은 잡아먹어 나무를 건강하게 자라는데 도움을 준다."정말 놀라워, 모든 것이 얼마나 완벽하게 얽혀있는지! 강물 속에서부터 수면 위까지, 모든 생명체가 서로를 의지 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어. 이 모든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강을 생명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만들어!"

아래로, 더 아래로. 연어가 거슬러 온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강은 점차 넓어지고 깊어지더니, 마침내 그 흐름은 한 곳에서 멈추었다. 맑고 투명했던 강물은 서서히 녹색의 그림자를 띠기 시작했다. 수면 가까이 올라갈수록, 그 녹색은 점점 더 짙어져 갔다.

가까이서 보면, 수면은 마치 초록색 빨대들이 뒤엉킨 듯한 생명체로 가득 차 있다. 이 생명체들은 물속에서 서로 얽히고설키며, 마치 한 편의 암울한 광경을 연출했다. 강으로 유입되는 물줄기는 검은색의 기름진 거품과 함께 악취를 동반하며 강물을 오염시켰다. 오염된 물은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간다. 한낮의 기온이 오르자, ‘녹조’라고 불리는 초록색의 생명체는 약속이라도 한 듯 기하급수적으로 개체 수를 늘려간다. 마침내 거대한 이불처럼 펼쳐져 하늘을 덮었다. 햇볕은 완전히 차단되고, 물속 세계는 밤이 영원히 내린 듯 어둠에 휩싸였다. 별도, 달도 볼 수 없는, 까맣게 변한 낮이다.

햇빛이 사라지자 물속에서 사는 식물들은 광합성을 멈추고, 산소가 점점 줄어들었다. 애처롭게 헐떡이며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던 물고기들이 하나, 둘 배를 뒤집고 죽어갔다. 미끈거리는 펄로 뒤덮인 강바닥은 이제 죽은 물고기와 썩은 음식물 쓰레기로 덮였다.

이슬은 갑작스럽게 변화한 환경 앞에 깊은 당혹감을 느꼈다. 한때 생명이 넘쳐흐르던 강이 어떻게 순식간에 생명력을 잃고 암흑에 빠질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슬은 자신이 알던 그 평화롭고 조화로운 자연의 모습이 이토록 취약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슬의 내면은 불안과 슬픔, 그리고 상실감으로 가득 찼다. 산소가 부족해! 부족한 산소는 이슬을 고통스럽게 했다. 이슬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절망적으로 바라보았다. 이슬의 존재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었고, 내부의 생명력도 약해져 가고 있었다.

이슬은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왜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지 못했다. 한때 희망과 꿈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지금은 절망과 어둠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세상의 끝'에 대한 이슬의 꿈은 이제 멀고 희미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슬은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는 깊은 수중 감옥에 빠졌다. 바람의 달콤한 속삭임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연어가 말하던 '고통'을 생각하며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 인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힘을 내, 수중 감옥에서 탈출의 길을 찾아다녔다. 물길을 막고 있는 수중보를 무너뜨리기 위해 엄청난 물의 힘을 모아 밀어보지만 바위처럼 단단한 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보 주변을 탐색하며 물이 새어 나오는 작은 틈이나 우회할 수 있는 다른 물길을 찾아보지만 빈틈이 없다. 큰 눈 쉬리의 도움을 받아 보를 뛰어넘으려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보는 쉽사리 자유를 허용하지 않았다.

점점 지쳐 갈 무렵 오랫동안 터줏대감 역할을 맡아온 붕어를 만났다.

"이 모든 것이 인간 때문이야!" 분노에 찬 표정으로 붕어가 말했다.

"인간?" 이슬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 밖에서 사는 아주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동물이지"

"그들은 자기들이 아주 똑똑하다고 생각해. 하는 짓 이라고는 고작 엄청난 양의 쓰레기 따위나 만들면서. 아주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듯 착각하지. 쓰레기를 버리고 태워서 땅과 하늘, 물을 더럽히고 결국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게 만들고 있어"

"그들은 하루 세 번의 먹이 활동을 하며, 그때마다 엄청난 양의 물을 오염시켜. 아무도 살아갈 수 없도록. 그들은 지금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해. 그들이 내일을 생각한다면 절대 이런 짓을 하지는 못할 거야. 인간은 지구를 위협하는 유일한 암세포야. 이대로 두면 머지않아 세상을 완전히 파멸시켜 버릴 거야."

"너무 늦기 전에 여기를 벗어나야 해."

"하지만 이렇게 꼼짝없이 갇혀 있는데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나요?""곧 거센 비바람과 함께 하늘을 뒤흔드는 강력한 태풍이 올 거야. 그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수문이 열릴 텐데, 그 기회를 잡아"

이슬은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며 물었다.


"세상의 끝을 찾아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바다를 찾아가! 태양이 뜨고 태양이 지는 곳. 세상 모든 생명의 근원. 세상의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곳. 바다는 여기와 전혀 다른 세상이야. 안타깝지만 나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 바다는 나를 받아들여 주지 않았어. 그곳의 물은 이곳과 달라. 그곳에서는 숨을 쉴 수가 없어. 하지만 너는 이 세상 어디든 갈 수가 있잖아!"

며칠이 지나자, 그의 예언처럼 검은 먹구름이 세상을 집어삼키며 하늘은 어둠에 휩싸였다. 마치 밤이 낮을 삼킨 듯, 쉴 새 없이 굵은 빗방울이 대지를 때렸고, 세상은 삼 일간의 끝없는 폭우에 잠겼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자연의 분노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거대한 콘크리트 벽 사이로 조금씩 문이 열리며 무서운 속도로 물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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