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지지할 것

구성원 모두의 주도성이 살아나는 가족문화를 만들어라!

by 유선영 소장
댕~슉~탁!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화살은 활시위를 떠납니다. 화살의 소임은 70m 떨어진 과녁을 향해 날아가 정중앙에 자리를 잡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경쟁자들과의 불꽃 튀는 신경전 속에서 선수와 화살이 모두 평정심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강풍 때로는 비바람 속에서 소임을 한결같이 완수해내는 일도 쉽지 않지요. 아시안게임, 올림픽이 다가오면 특집기사로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양궁 국가대표 선발과정. 바늘구멍보다 통과하기 어렵다는 선수들의 여정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매번 애처롭고 대견스러운 마음을 가집니다.

때로 우리는 하나의 과녁만을 바라보는 저들의 치열함이 부럽습니다. 극심한 몸살에 시달리면서도 외근에 야근까지 해내야 하는 날, 그 와중에 갑자기 결정된 회사의 중요한 워크숍과 시아버님의 칠순잔치가 겹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왜 나에게는 이렇게 많은 과녁들이 한꺼번에 다가올까 한숨짓기도 하니까요. 여러 과녁 속에서 애쓰며 고민하는 일은 개인 차원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기업들도 내. 외부의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변수들 속에서 생존하고 승리하기 위해 애쓰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고민 그들에게 꼭 필요한 인재들을 영입하려는 시도와 연결됩니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란 어떤 사람일까요? 언젠가부터 기업들의 채용면접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 오늘은 '주도성'이라는 단어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자칫 '주도성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의욕이 넘치고 외향적이며, 저돌적으로 문제를 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도성의 중심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힘이 들어 있습니다. '스스로, 주인이 되어, 목표까지 이끌고 가는 힘이 얼마나 강한가?'라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지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열정과 함께 문제 상황을 만났을 때,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느 날 아침, 출근을 해보니 사무실 바닥에 물이 흥건합니다. 점점 더 많은 물이 사무실로 흘러 들어오고 있죠. 이른 시간이라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고, 이런 문제를 처리해본 경험이 없는 주인공은 당황합니다. 당신이 이 주인공이라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할 수 있을까요? 건물관리팀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다? 사내 게시판에 공지를 한다? 물이 세고 있는 출처를 확인하고 잠근다? 주변의 물걸레로 바닥의 물을 제거하기 열심히 닦는다? 중요한 PC와 중요한 문서가 있는 캐비닛부터 안전하게 조치한다? 모두가 떠올릴 수 있는 시도이지만 문제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고 다시 목표달성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요도와 시급도에 따라 시도의 우선순위가 구분되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지혜로운 대응을 누군가는 어처구니없는 대응을 할 수 있겠지요. 상식에 기대어 논리에 비추어 그들의 각기 다른 행동을 평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엔 지혜롭게 대응했던 사람일지라도 세상의 모든 문제를 주저함 없이 혼자서 척척 해결해 나갈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 남들보다 조금 더 주도적이었던 사람, 이번 기회를 통해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주도성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지요.


군대나 기업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조직에서는 베테랑 조직원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다시 축적하기 위해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원래 사수(射手)란 활, 대포, 총 따위를 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매일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초보자에게도수란 또 다른 의미의 무기를 가지고 자신을 돕는 소중하고 든든한 존재입니다. 반면 부사수는 사수라는 단어 앞에 버금의 의미를 가진 부()를 붙여 만들어졌습니다. 평소에는 사수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고 사수를 돕지만, 사수가 없을 때에는 사수의 역할을 대신해내야 하는 버금의 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수와 부사수의 개념은 가정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빠의 역할이라고 꼬리표 붙여진 일, 엄마의 일이라고 꼬리표가 붙여진 일, 큰 아이의 일이라고 꼬리표 붙여진 일 때문에 서로가 지치고 서로를 원망하는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꼬리표가 붙은 일도 처음에는 내 손으로 하는 게 가장 빠르고 맘에 들기 때문에 스스로 전담하게 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왔던 일이라 옆에서 바라보는 가족 구성원들이 도울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하던 사람이 계속하세요~'의 문화 속에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피해자가 됩니다. 일을 전담하는 자는 점점 지치고, 일에 참여하지 못한 가족 구성원은 그 일을 접하고 배우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경험을 잃게 되는 것이지요. '하던 사람이 계속하세요~'의 문화 속에서는 결국 모두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회를 잃고 맙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주도성을 찾는 일, 처음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수가 있다 하더라도 누가 그 일의 부사수인지, 부사수를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지 막막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적당한 부사수를 만들어가는 일, 상대방이 잘 해내리 믿으며 기다려줄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다면 가능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사수는 일의 의미와 보람을 찾아가고, 작은 성공경험들이 자신감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 또한 사수는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아껴 더 중요하고 고도화된 일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수와 부사수는 '하던 사람이 계속하세요~'의 문화에서 '어떤 일이든 함께 합시다~'의 문화로 바꾸어 나가는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시도가 쌓인다면 문화는 틀림없이 바뀌어갑니다. 저녁시간이 되었는데 늘 밥을 차려주던 엄마가 없다면, 밥솥에 있는 밥을 먹으라고 는데 밥도 없다면, 냉장고에 반찬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반찬을 어떻게 꺼내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면? 분주한 일로 자리를 비운 엄마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엄마를 비난하고 독촉하는 대신 아빠와 아이들은 함께 버금이 으뜸이 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팀 리더가 사정이 있어 자리를 오래 비워야 한다면 당신 또한 가정의 부사수로 부터 지원받은 에네지로 으뜸의 역할을 거뜬히 해낼 수 있겠지요. 가족 구성원 모두 서로의 사수, 서로의 부사수가 되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 보십시오. 마음속에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상전과 그대로 살려는 하인이 모두 존재하는 우리 마음이기에 가끔은 분란이 생기고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근히 너그럽게 서로를 믿고, 노하우를 공유하고, 돕고, 조금씩 더 많이 서로를 위해 공헌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지친엄마와 방관하는 가족들의 모습대신 가족구성원이 주도성이 모두 피우는 아름다운 장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명함 뒷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아마추어가 조금씩 자신의 일과 사랑에 빠지며, 마침내 큰 캔버스에 자신이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신나게 그릴 수 있는 순간을 만난 것처럼 말이지요.


부모로, 리더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역할은 자신이 모든 일에 다 해내다 지쳐 쓰러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쳐 쓰러지며 상대를 원망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빈자리가 언제든 채워질 수 있도록 서로의 사수와 부사수가 되어주는 일이지요. 가정이든 회사든 리더의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는 사람은 언제 자리를 비워도 다른 구성원들이 유쾌하게 잘 지내도록 기반을 만들어 둡니다. 잊지 마세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주도성을 가지고 서로에게 공헌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가정에서는 엄마도 엄마를 바라보는 가족 구성원들도 모두 행복하다는 사실을!


스파르타의 한 어머니가 전쟁에 나가야 하는 세 아들에게 아버지의 유품인 칼 세 자루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형들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짧은 칼을 받게 된 막내아들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저는 형들보다 칼이 훨씬 짧은데 어떻게 전쟁에서 싸워 이길 수 있나요?"

그러자 어머니는 온화한 미소를 띤 얼굴로 막내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들아 너의 칼이 형들의 것보다 짧다면 언제나, 형들보다 한걸음 앞에 나가서 싸우면 된단다."


작자미상

이전 09화멘토와 꿈벗을 곁에 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