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와 꿈벗을 곁에 둘 것

'당신의 150', '당신의 20', '당신의 5'는 안녕하십니까?

by 유선영 소장

"어머 이게 누구야?" 오랜만에 걸려온 X의 전화. 바쁘게 사느라 챙기지 못했던 나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준 그대가 고맙습니다. 한두 번 만났던 인연, 인사만 하고 지내던 인연의 X였는데 먼저 전화를 걸어주다니 더 고마운 일이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X의 용무를 마주합니다. X의 결혼, 출산, 돌잔치, 개업, 영업... 한껏 들떴던 나의 목소리가 머쓱해집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X의 분명한 용무를 대하고 씁쓸해지는 이 마음은 뭐지? X와의 용무에 부응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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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와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사회. 우리는 인간관계 조차 빠르게, 효율적으로 이어가려는 사람들과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다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인간관계 자체에 의문을 품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인간관계를 모두 끊어버리고 섬처럼 고립되어 살기란 어렵지요. 이 즈음에서 차근히 지혜를 발휘해 나가야 할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이론을 만나봅니다. 사람 사귀는 재주를 타고난 이에게도 인간관계의 속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론, <던바의 법칙>이 바로 그것인데요. 문화 인류학자들이 밝혀낸 이 이론은 인간이 인맥을 맺어 나갈 수 있는 최대치가 150명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그 근거로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뇌, 그중에서도 신피질의 크기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원시부족인 뉴기니, 그린란드 등의 주민 수가 150명이었다는 사실, 전투를 위한 최적 인원이 150명이라는 사실도 함께 보여주고 있지요.


<던바의 법칙>에는 150이라는 숫자 외에도 20과 5라는 숫자가 등장합니다.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150명이 1년에 1회 이상 연락하는 제법 가까운 지인이라면, 그중에 20명은 가까운 친구, 그중 5명은 베프(Best friend)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해석이 담겨있죠. 친구 수를 50명으로 제한하는 퍼스널 네트워크 서비스가 생겨나고(Path), 직원이 150명 이상이 되면 사무실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경영전략이 주목받는 이유, 인맥이 수천 명인 사람과 인맥이 수백 명인 사람을 비교하더라도 연 1회 이상 연락하는 제법 가까운 지인의 숫자는 미미한 차이를 보일 뿐이라는 실험 결과와도 연결되어 보입니다. 어쩌면 인간관계에서 속도와 효율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의 활동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염려의 메시지를 주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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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던바의 법칙>을 접하면서 우리는 몇 가지 질문을 가지게 됩니다. '나의 150', '나의 20', '나의 5' 그룹에는 누가 포함될까?, 지금까지 내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방법이 맞는 걸까?, 아니라면 나의 인간관계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건 아닐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그다음 과정은 뭘까? 당신도 이와 비슷한 질문들을 떠올리게 된다면 인간관계의 내실을 더하기 위한 다음의 시도를 제안합니다.


첫 번째 시도는 반나절 정도의 뭉텅이 시간을 가지고 당신의 사람들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휴대폰 속에 저장된 사람들의 이름을 보며 '당신의 150명'을 추려보는 것이죠. 1년에 한 번 이상 안부를 전하는 사람들을 추려보는 일이니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1년에 1번도 안부를 전하지 않지만 당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별도의 케이스로 포함시켜도 무방하겠지요. 이렇게 '당신의 150'이 분류되었다면 휴대폰 속에 별도의 그룹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1년의 한번 정도 '당신의 150'을 새로고침 해볼 수 있는 일이 수월해 질 테니까요.


다음 시도는 '당신의 20'으로 향하는 일입니다. 추려진 '당신의 150'에서 몇 가지 기준을 추가해야 하겠지요. 기준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취미가 비슷해서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 처한 환경이 비슷해서 말하지 않아도 내 상황을 잘 아는 사람, 가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는 사람, 이유 없이 그냥 기대고 싶은 사람, 만날 때마다 배우고 깨닫게 하는 사람, 전략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사람, 비전이나 소신이 비슷한 사람, 오랫동안 한결같이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 '당신은 이래요'라고 따뜻하게 나의 잘못을 지적해줄 수 있는 사람, 나의 성취를 자신의 성취처럼 기뻐해 주는 사람,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 나의 특이함을 편견 없이 봐줄 수 있는 사람,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사람, 울고 싶을 때 생각나는 사람,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 나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 어떤 기준이라도 당신이 스스로 선정한다면 좋습니다. 기준은 다양할 수 있지만 분명한 건 당신이 잘나갈 때나 그러지 않을 때에도 한결같이 당신에게 의미와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이어야겠지요. 그들이 주는 다양한 의미와 에너지로 인해 당신이 더 성장하고 더 꿈꾸어 나갈 수 있다면 누구라도 훌륭한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선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면 반대로 가지치기의 기준을 정해도 좋습니다. 예를 든다면 이런 사람들일 수 있겠지요. 그를 챙기다가 나를 잃게 되는 사람, 절교의 포인트를 찾지 못해서 끌려다니고 있는 사람, 말로만 아낀다고 하면서 굴림하거나 이용하려고만 하는 사람, 화합이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 장난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유머와 인신공격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사랑과 집착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등 기준은 다양할 수 있겠지요. 본질은 당신에게서 의미도 에너지도 앗아가는 사람들이 후보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당신은 우선순위 기준과 가지치기 기준을 적용해 인간관계 속에서 '당신의 150'과 '당신의 20'을 추려내었다면 그다음 단계에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질문을 마주하면 됩니다.


그 질문은 바로 '당신은 '당신의 20'에게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스스로에게 답해야 하는 이 질문은 당신이 앞에서 정해 두었던 인간관계의 선발기준과 가지치기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인간관계는 양방향의 애정과 노력이 이루어낸 결과 이기에 당신의 애정과 노력이 '당신의 20' 에게 잘 전해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잘 하고 있다면 유지하기 위해서, 부족한 점이 보인다면 보완을 해야겠지요. 보완을 위해 두루두루의 인간관계로 인해 소진되고 있는 당신의 열정과 노력을 점검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점검 후에는 당신으로 부터 '당신의 20'과의 관계를 더 충만하게 해 줄 계획들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지요.


당신의 인간관계는 여전히 열려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인간관계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때로는 기준을 세우고 때로는 서로간의 변화를 추구하고, 때로는 풋풋한 관계일 지라도 특별한 교감이 있다면 '당신과 친해지고 싶습니다.'라고 대차게 표현해 봐도 좋습니다. 당신이 들을 수 있는 최악의 대답은 '노' 일 뿐이니까요. 당신의 인간관계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시도들, 그리고 당신부터 노력해 나가는 시도까지 지금부터라도 챙겨 나간다면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머잖은 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시길 바랍니다. 허생에게 변승업이 있었다면, 쇼팽에게 리스트가 있었다면, 애덤 스미스에게 데이비드 흄이 있었다면 지금 나에게는 '나의 20', '나의 5'인 바로 당신이 있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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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어.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여 내가 아주 오래 땅 속에서 지내야 할 때, 나를 기다려 줄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어!"


미샤 다미안의 그림책 [아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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