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업을 향해 조금씩 나아갈 것

당신을 설레게 하는 평생 직업의 씨앗을 찾아 탐구하라!

by 유선영 소장

인생의 가을이 오면 스스로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겠지요. 그 중에 하나 '일'이라는 화두가 있을겁니다. "당신은 당신의 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요?"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불과 3년 전까지 저도 퇴사의 고민으로 한숨짓던 직장인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진심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더군요. 그때 저는 느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 중에서 퇴사의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 않구나.'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직장안에도, 잘 나가는 듯 보이는 핵심인재의 마음속에도 사직서는 품어져 있었습니다. 미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프리에이전트의 시대는 그렇게 '퇴사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사람들이 퇴사를 원하는 이유는 다른 듯 닮아 있었습니다. A는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해서, B는 성장하고 싶어서, C는 의미를 찾지 못해서, D는 회사의 문화가 너무 힘들어서, E는 상사 때문에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어서 퇴사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워킹맘의 경우 퇴사의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엄마의 손길이 닿지 못한 가정에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당장 인공호흡이 필요한데, 아이와 직장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 결론은 아이 아닐까요. 저도 주변에서도 엄마인 제가 직장생활을 그만두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누구보다 스마트한 그녀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내면서 얻은 직장, 그 직장에서 워킹맘인 그녀들은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었습니다. 사원은 대리처럼 대리는 과장처럼 과장은 부장처럼 일해야 대접받는 야근 공화국에 살고 있는 그녀들. 가정 속 사연을 이유로 칼퇴 혹은 조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동료들의 눈총은 대포가 되고 미사일이 되는 일이 가슴 아팠을 겁니다. 아이에게 속상한 일이 생길 때마다 또 아이에게 축하할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껏 슬퍼하지도 마음껏 기뻐하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워킹맘은 죄인이다'라는 명제와 외로이 만났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다 갈피를 못잡던 마음이 분명해지는 날을 만나지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선생님의 심각한 전화를 받은 날, '저 어린아이를 두고 일하러 나가는 매정한 엄마'라는 주변인들의 뒷담화를 듣고 눈물이 흐르던 날, '차라리 프로젝트에서 빠지는 게 낫겠다' 고 말하는 직장동료들에게 마지막 배려를 해주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날 워킹맘 그렇게 퇴사라는 직장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이렇게 지친 그녀들에게 평생 직업이라는 화두는 어쩌면 먼 이야기라고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가정이냐 직장이냐를 두고 매일같이 고뇌하고 그 사이에서 전쟁을 치르기에도 버거운 그녀들이기에 머지않은 미래에 모습 조차 보기 힘듭니다. 엄마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것 같았던 아이가 금세 엄마의 잔소리를 귀찮게 여기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 미래, "엄마는 직업이 뭐야?"라고 묻는 초등학생 자녀의 질문이 담긴 미래,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려고 할 때마다 6살 아이가 부모의 허락을 얻듯 남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미래,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열정과 성취욕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마땅히 향할 곳이 없어 우울하게 지내고 있는 미래가 있다는 사실도 안갯속에 가려진 장면이겠지요. 가정에서 전적으로 몰입하며 일과 떨어져 지내면서도 삶의 의미를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엄마라면 이 글을 더 이상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성취하며 살아갔던 과거가 그리운 당신이라면, 세상은 경력이 단절되었던 여성에게 너그럽지 않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당신이라면, 국가도 기업도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지만 지금 당장 평생 직업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지혜를 얻고 싶은 당신이라면 다음 문단으로 함께 가보시길 권합니다.

평생 직업을 향한 출발 그 첫 걸음은 '당신의 경력 안에서 가장 심장이 뛰었던 일을 기억해 보는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시기로부터 조금씩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직장생활 동안 만났던 특별한 환희의 순간'을 찾는 일이지요. 아하! 하고 바로 떠올리기 어렵다면, 아래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직장생활에서 당신을 가장 설레게 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직장생활 가운데 이룬 가장 보람 있었던 성취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경험한 일 중에 평생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직업의 씨앗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평생 직업의 씨앗은 하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유난히 즐겁고 성과가 탁월했던 일이 떠오르거나, 유난히 마음이 쓰이는 대상을 돕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 경영 컨설트로 일하던 시절, 고객으로 만났던 중소기업 CEO 들을 바라보면서 유난히 마음이 쓰였습니다. 값비싼 컨설팅으로도 장기적인 직원 교육으로도 중소기업 CEO들의 고민을 완전히 해결해 줄 수 없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모성과 닮은 측은지심이 발동하더군요. 제대로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고민을 나누기 위해 나서는 길은 멀어도 즐거웠고, 그런 자신을 바라보면서 평생 직업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음 질문을 던졌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평생 직업의 씨앗을 확장하고 단련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이 질문과 함께 저는 중소기업 CEO 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탐구했습니다. 조언자를 찾아다니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례를 모으고, 전문서적을 뒤져가면서 그렇게 비즈니스 코칭이라는 분야를 접하고 배워 나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면서 직장생활과 평생 직업을 탐구하는 일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완벽한 선탐구 후퇴사의 케이스가 되지 못했지만 퇴사 1년 차, 부족했던 탐구를 위해 매진하고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중소기업 CEO들의 고민과 스스로 적용해 볼 수 있는 해법을 정리한 <사장이라는 자리>라는 책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책은 저의 설익은 출사표를 돕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습니다.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평생 직업으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열려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수많은 번뇌와 시행착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나를 설레게 하는 주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그 환난은 끝내 자랑거리가 될 것입니다. 각오가 섰다면 망설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처음에는 당신의 도전을 폄하하거나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평생 직업으로 가기 위한 탐구? 얼마나 길게 하는지 보자.' 김을 빼는 사람이 등장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덤덤하고 성실하게 나아가십시오. 그 길 위에서 당신은 서서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전문가로 인정받는 당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길 위에서 당신의 자녀들은 엄마의 도전과 성실함, 인내와 열매 맺음을 바라보며 삶을 더욱 긍정하며 진취적으로 자라나갈 것입니다.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외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워킹맘 당신에게 묻습니다. 왕년에 잘 나가는 에이스였지만 지금은 열정과 에너지를 쏟을 곳이 없는 전직워킹맘 당신에게 묻습니다. "평생을 현역으로 살아가는 프로페셔널이 되고 싶습니까?", "아이가 엄마인 당신처럼 좋아하는 일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시나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당신의 심장을 설레게 하는 평생 직업의 씨앗을 찾아보십시오. 그리고 성실히 끈기를 가지고 탐구해 나가십시오. 좋은 엄마가 되는 일과 전문가인 엄마가 되는 일은 같은 길 위에 있습니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넘어 호모 투헌드레드의 시대를 살아갈지도 모를 당신의 현재는 평생 직업을 찾아 떠나기에 너무나도 좋은 시기인 '내 인생의 봄'이니까요.


꿈을 이루는 게 어렵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꿈을 포기하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렵다구!


요시다 게이스케 <바샤우마상과 빅마우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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