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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영 소장 Mar 11. 2022

자기는 이기적이어도 좋아

합법적인 이기는 얼마든지 누려보는 하루

이기(己). 자기 자신의 이익을 꾀한다는 뜻일까. 자기 자신의 이익이 앞서기 쉽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그러기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 자기(自己)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자기(自己)와 이기(己). 자기(自己)를 이롭게 하는 이기(己). 포털 사이트에 자기라는 단어를 먼저 써본다. 무슨 뜻인지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무슨 뜻인지 직접 찾아보는 시간이 좋다. 관심이 생긴 단어를 찾아서 들여다보는 시간이 참 좋다.


포털 사이트에 주로 쓰이는 자기는 이런 자기들이다. 자기 진단키트, 자기소개서 예시,  자기 계발... 우리에게 자기란 그렇게 쓰이고 있다. 자기 진단키트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걸까 잠시 생각하다가 이 정도에서 생각의 가지를 거두기로 한다. 이 생각을 거두면서 어떤 생각으로 나갈까 생각하다가 '자기(自己) 자신의 이익이 앞서기 쉽다'는 문장을 다시 잡는다.


어느 날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라는 멘토의 말을 들었다. 특별할 것 없는 그 말이 그날은 참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보면 의미 있는 말은 누가 그 말을 전해 주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멘토와 이야기를 나눈 날은 남편과 싸운 다음날이었다. 우리 부부는 나에게는 중요하지만 남편은 싫어하는 모임에 나가는 일로 싸웠었다. 우리가 싸운다면 그 일로 싸우는 일이 가장 많다. 평소 남편이 애처가라고 여겨지지만 이럴 때는 철저하게 이기적이라고 느껴진다는 말을 멘토에게 전했을 때 멘토는 그렇게 말했었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야!"

"근데 이기적인 게 뭐가 문제야?" 


그랬다. 이기적인 마음은 문제가 없다. 최대한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고 자주 생각하는 내가 남편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섭섭해하다니 모순이다.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도 자유요. 알아주지 않는 것도 자유이지 않은가. 내 안에서 충돌되는 두 가지 생각 때문에 마음을 끓이고 있었다.  이기()가 지나쳐 나를 괴롭히거나 불법의 범주에 들 만큼 상식 없이 나를 대한 것인가 생각해 본다. 아니다. 내 안에서 충돌되는 두 가지 생각을 발견하니 민망한 마음과 후련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이기적일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다. 상대방의 이기를 침범하지 않는다면 비난할 수도 없는 신성의 영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남편과 화해하는데 까지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임을 당신이 싫어한다고 해서 당신 이기적이라고 문제 삼지 않을 거다. 하지만 당신의 이기가 나에게 피해를 끼치면 한소리 하고 싶다. 마찬가지 나의 이기가 당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나에게도 한소리 해주려고 한다.   


지금 성찰한 마음이 나의 삶에 오래 머물러 주기를 바라면서 법륜스님의 짧은 강의를 하나를 연결해서 들어본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다]라는 강의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나 나의 성찰과 연결되는 말씀이 있다. 마음에 와닿는 말씀을 몇 가지 적어본다.


'저 인간은 왜 필요할 때만 전화하는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지 마라

전화란 필요할 때 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닌가


이기라는 게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남의 이익을 헤치지 않으면 누구라도 자유로이 이기적이어도 된다


모든 생명은 살고자 하는 욕구와 어떻게든 살려고 하는 욕구가 있다  

살기 위해 나를 먼저 생각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건 자유다


다만 상대를 괴롭히면서까지 즐거우려고 하지 마라


이해가 되니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도 마음이 풀린다. 남편에게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자유가 있다. 나에게는 내가 남편이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모임을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섭섭해할 자유가 있다.


나에게는

"당신이 나처럼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아도 좋은데, 너무 싫어하니 섭섭해"라고 말할 자유가 있다.


남편에게는

"그 이야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할 자유가 있다.


우리 부부에게는 상대에게 다정하게 인사하고 출근할 자유가 있으며, 오늘은 그냥 인사하지 않고 출근하고 싶을 자유도 있다. 그래 그러자. 어쩌다 보니 싸우게 된 날은 그날 하루라도 자유롭게 서로 이기(己)하자. 나라는 자기(自己), 남편이라는 자기(自己) 모두 어느 날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그래 그날만은 우리라는 자기(自己)가 그렇게 더 이기적이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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