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작아 편지]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

#숟가락은 깨끗해야 해!

by 마흔 너머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이 무엇인지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후회하기도 하고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했던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멋진 엄마로 사는 것인지

멋진 엄마 되기를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번외편. 우리 아들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빙자한 작은 잔소리


[아작아 편지] 아직 작은 아이들에게


설거지까지는 안 바란다.

자기가 먹고 난 그릇은 싱크대에 가져다 놓자.


단, 거기에도 규칙이 있어.


네 그릇이 깨끗하다면 지저분한 그릇과는 분리된 쪽에 놓는 거야


설거지할 때 깨끗한 그릇은 먼저 닦고, 기름기 많고 더러운 그릇은 나중에 닦는 것이 원칙이야.

누가 정한 원칙? 그런 게 진짜 있냐고?

있지 그럼.

몇 년 전에 요양보호사 준비하시던 너희 할머니가 그거 문제집에도 있다고 몇 번을 말씀하셨다.

(엄마, 저 이미 안다고요! 잘하고 산다고요!)


개수대에 가져다 놓은 그릇은 나중에 잘 씻길 수 있도록 물을 좀 부어놓고.


너희들 눈엔 아직도 엄마가 밥 먹은 직후에 설거지하는 사람으로 보이진 않겠지?

엄마는 오늘도 아빠와의 눈치 싸움에서 이기는 쪽이 되고 싶다.

그러는 동안 그릇에 붙은 음식물은 말라가고, 설거지 난이도는 더 높아지겠지.

결국 그 눈치 싸움에 져서 설거지를 내가 하게 될지도 모르니... 그릇에 물은 좀 부어놓자.

그거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슬쩍 싱크대에 가져다 놓은 그릇에 설거지하기 좋게 물을 좀 받아 놓으며... 거기 붙은 밥알을 보며... 다음 식사땐 밥그릇의 쌀 한 톨도 깨끗이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면 더 좋고.


잠깐만! 설마 숟가락에 덕지덕지 밥알이 붙어있는 것은 아니겠지?


밥을 다 먹은 숟가락은 깨끗했으면 좋겠어.

이 쌀 한 톨이 너의 입 속에 들어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썼겠냐는 이야기는 좀 식상한가?

그럼 이건 어때?

네 입에 들어갔다 나온 숟가락의 음식이 수세미 사이사이에 낀다고 생각해 봐. 으윽... 별로지?

게다가 그 음식의 작은 조각들이 싱크대 물을 따라 하수구로 들어가기 직전, 거름망에 모이게 되는데... 이 거름망의 음식 쓰레기 꺼내기도 아빠와 엄마가 눈치 싸움하는 주요 포인트 중에 하나란다.

그만큼 서로 미루고 싶은(아무리 사랑해도 대신 매일 하긴 좀 그런) 일이란 말이지.

밥 먹을 때 깨끗하게 먹으면 이 일의 빈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단다!

와우!


그런데 왜 엄마 숟가락은 깨끗한데 너의 숟가락엔 그렇게 밥알이 묻어 있는 걸까?

그건 아마도 밥 먹을 때 숟가락의 밥알을 이로 긁어내며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엄마라면 입술을 사용하겠어!

밥 한 숟가락을 공기에서 떠서 입에 넣은 후, 부드럽게 입술을 사용해서 밥을 입 안에 넣으면서 숟가락을 빼는 거야.

가끔 국이나 찌개도 한 번씩 떠먹어 가면서, 맛있게 냠냠.

갑자기 너희가 이유식을 먹던 생각이 난다.

그땐 이가 없어서 잇몸과 입술로 그렇게 먹었는데... 아, 하면 작은 입을 (네가 할 수 있는 한) 크게 벌려 작은 숟가락을 덥석 물었다 살며시 빼고 오물오물. 그렇게 말이야.


작은 것이라도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처음엔 참 신경 쓰이는 일이야.

무엇보다도 매일 먹어야 하는 식사 시간마다, 하던 대로 하지 않고 뭔가를 바꾸어야 한다면 말이야.

본질(음식 맛이 어떤지, 얼마나 먹는지)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가고, 내가 숟가락질을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신경을 쓰게 되고 말이야.


그래도 엄마는 그 신경 쓰이는 시간을 넘어서서 "작고 사소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작은 습관이 너희를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

당연한 듯 (설거지할 사람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었으면 좋겠고, 내가 (밥 먹고) 떠난 자리에도 예의와 청결함이 남아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너의 그런 작고 사소한 습관이 정말 멋진 것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반려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참 벌써부터 주책이지?)


차마 아빠에게 못하는 잔소리까지 하느라 너희들 엄마 잔소리는 오늘도 애국가보다 길어졌네.


오늘의 잔소리 편지는 여기까지. 끝!


덧붙이는 말.

아, 설거지는 언제나 환영이야!


DALL·E 2024-12-04 13.08.35 - A heartwarming drawing of a child placing an empty bowl on the kitchen sink, in a cozy home interior. The child has short, dark hair, wearing a casual.png chatGPT(image generator)를 이용하여 그림(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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