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리에서 팔찌 파는 남자.

팔찌 장인 세르게이

by 셰르


한국에 와서 일주일 정도 시간이 생겼다.

팔찌를 팔아 보기로 했다.


처음엔 그저 만원을 목표로 이태원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주섬주섬 팔찌를 세팅하며, 마크라메를 만들었다


첫 손님이 왔을 때 나도 몰래 머쓱하고 긴장돼서,

5000원 받으려 했던 팔찌를

“3000원 주세요.”라고 말해버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에 앉아있는 게 익숙해지고,

팔찌를 만드는 동안은 주변이 보이지 않았고 들리지 않았다.

시간 가는지를 모르고 팔찌를 만들었다.


팔찌를 만들며 앉아 있으면,

주변 소음은 조용해지고

생각은 무엇인가로 집중된다.

지나가는 손님들의 인기척은 가벼운 바람같이 느껴진다.

가끔은 손님이 왔는지도 모르고 팔찌를 만들다 깜짝 놀라기도 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약 2시간 동안 30개 팔찌가 팔렸다.


막상 첫날 그렇게 많이 팔아 버리니.

둘째 날 아침 살짝 겁이 났다.


한번 오르면 한 번은 내려갈 길이 있는 법.

모든 일이 항상 잘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영업의 법칙이었다.


둘째 날 용기를 내 새로운 장소로 나가 팔찌 판을 폈다.

한 시간 동안 손님이 없더니

'등산조끼'가 나타나서 "이러시면 안되"라며 당장 치우라고 했다.

손자 생각난다며 팔찌를 고르시던 할머니가 요령껏 하라며 거들어 주셨다.

그리고 12000원짜리 팔찌를 하나 사주셨다.

2000원 깎아드렸다.


다른 골목으로 가서 다시 좌판을 깔았다


손님이 한 두 명 모이고 팔찌를 5개 정도 팔았을 때,

나도 모르게 어제 생각이 나며 욕심이 났다.

‘오늘도 30개 팔리면…’ 하며 돈을 계산했다.


둘째 날 총 8개를 팔았다

판매량의 차이는 크지만,

사실 마음은 오히려 더 가벼웠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아주 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물이 발까지만 차올라도 만족하면 행복할 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꿈을 이뤄도 허전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