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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니버스 Feb 26. 2024

하루가 치즈처럼 꾸덕하다.

뻑뻑하고 길지만, 꼬릿한 냄새가 가득한 일상

하루가 길다. 밤은 짧다.

낮에는 많은 일들이 밤에는 일이 없다.

쉽다고 시작한 하루는 항상 9시가 되면 첫 위기를 맞이하곤 한다.

예상치 못한 하루의 첫 이벤트에 적잖이 당황하고는 다시 점심시간을 기다리며 밀린 일과 다음 일을 쳐낸다.

특별히 먹고 싶은 메뉴가 없는데도 점심시간이 일단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한 숫가락 끄적였을 뿐인데, 12시 30분.

커피 기다리다 보면 12시 58분.

점심시간은 분명 한시간이 30분인듯, 후다닥 흘러가버린다. 뭘 먹었는지 카드 영수증에 남아있을 뿐 나의 위에는 위로할만한 음식이 없다.

 

반나절이 지나고 있지만, 내 머릿속에 정리되는 건 더 없는 것 같고, 괜히 스마트폰만 끄적이면서 3시 30분이 지났나 확인하고 있다.

없는 돈에 주식장을 기웃거리다보면 투자못하고 장이 끝나버린 것이 못내 아쉬운 듯 안타까워하지만, 실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속세에 찌든 속물같은 이 몸뚱아리를 어떻게 집까지 또 모셔갈꼬 걱정하다보니 벌써 퇴근시간이 도래하기 시작한다.

마시다만 커피를 홀짝 거리면서 메일을 확인하고, 정리하다가만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창밖의 날씨는 나의 하루처럼 우중충하고 꼬릿하다.

날씨가 맑아 너무나 청량하더라도 난 밖으로 뛰어나갈 재미를 느끼지는 못한다.

아직 나에게 숙제가 남았고, 그 숙제를 하기 전에는 뛰어봤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다리에 찬 것 마냥 몸이 무겁다.


무거운 책임을 가지고 겹겹이 쌓인 허물어 벗어내며 지내는 하루는 내가 살아내야 하는 하루고,

나의 의지로 즐겁게 뭔가를 성취하면서 보내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하루다.


어느때 보다 꾸덕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하루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서 조금만 더 바쁘게 열을 내면서 살면 꾸덕했던 그 하루가 달콤하게 다가 오려나 모르겠다.

고소한 치즈가 될 하루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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