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 개취 (개냄새아님)
개인맞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나인데,
그동안 입에서만 맴돌던 아이디어? 비스므리한 것을 드디어 정리해서 특허 신청을 했다.
요즘 어딜가나 개인맞춤 서비스가 난리인데, 또 무슨 개인맞춤에 대한 아이디어랍시고 특허를 신청했을까.
대기업에서는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걸 제일 우선시하고, 이를 마케팅에 쏟아붓고 있다.
인터넷에서 뭔가 하나 찾아보고 나면, 어딜가나 따라다니면서 '사세요, 봤잖아요, 사세요, 관심있잖아요', '지금이 제일싸요','당신에게만 싸게 드릴테니까 비밀로 해주세요' 이러고 있다.
다들 정말 지칠대로 지쳐간다.
그런데, 밖에 나가면 광고판의 광고는 그나마 아직은 아날로그시대인 듯하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장 좋은 자리에 잡은 광고판에는 가장 비싼 광고가 나오기 때문이다.
관심있는 사람은 유심히 3초 정도 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도 광고판은 효과가 있다고 계속해서 광고를 바꿔가면서
비싼 곳은 한달간 8천만원하는 곳도 있고, 싼 곳은 100만원도 안하는 곳이 있다.
참 희한한 세상이지만, 이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원리인가보다.
돈이 돈을 부르는 세상, 광고를 해야만 더 잘 팔리고 또 그 돈으로 광고를 하는 세상이다.
내가 보고 싶어하는 광고는 사실 없다.
내가 사고 싶어하는 건 내가 그 매장을 찾아가던가, 아니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찾아보면 된다.
비록, 워낙 물건들이 많고 뭘 골라야 할 지 몰라서 그렇지 살 건 정말 많다.
매장에 딱 갔다가 직접 입어보고, 신어보고, 손목에 올려보고는, 인터넷에서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사람들이 똑똑한 것도 있지만, 기업들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기업과 고객이 피터지게 눈치보면서 사는 세상인거다.
'이거 살거죠?', '아뇨, 그거 안사고, 다른 브랜드 살건데요?', '거짓말, 이거 살거면서','어찌 알았지?'
어찌 그렇게 나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나의 마음을 읽히는 걸 대부분 싫어한다.
내가 산 걸 가지고 나의 취향을 유추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왠지 내가 산 것이 어떤건지 자료를 모으고 뒷조사를 하는 것 같아 다들 싫어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맞났을 때의 사람들은, 나를 알아주는 가족과 연인, 그 이상의 경험을 하게 된다고......기업들은 믿고 있다.
구매하려는 사람들도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았을 때, 그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이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지는 않아도 마음 속으로는 은연중에 갈구하고 있는게 맞다.
'개인의 취향, 그 사람에 맞는 것' 이라는 타이틀을 걸고보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인터넷이다.
뭔가를 입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도록 해놓은 아주 교모한 전략으로 사람들은 매번 투덜거리면서도 많은 정보를 쭉쭉 넣고 있다. 입이 이만큼 나와도 내가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정보를 생각하면서 신나하기도 한다.
소중하지만,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이제는 이름과 전화번호, 집주소나 이메일은 쉽게 건내는 편이다.
소중한건 맞지만, 그만큼 사람들은 많이 무디어져 있다.
하지만, 개인의 취향에 대한 정확도는 어디까지나 온라인상에서 남긴 흔적을 가지고 유추해 볼 뿐이다.
개인에게 그 취향에 대해서 확인을 받아본 적은 드물다. 드물지만 있기는 하다.
'이 정보에 만족하셨나요?', '다음에 또 방문하실건가요?' 이런 질문들이 다 개인의 취향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정보들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시 얘기해보자면, 나의 취향에 대해서는 나는 잘 몰라도 그냥 알아서 나의 앞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갖다놔주기를 바랄 뿐이다. 취향같은 어려운 얘기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 비스므리한 것을 나는 원한다는 것이다.
직접 본인이 얘기하기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란 너무나 힘들다.
그냥 MBTI로 성향은 대충 맞출 수 있지만, 취향은 다른 문제다.
즉흥적이고 계획성없는 외향적인 사람들은 모두가 매운 라면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SUV 중에서도 BMW같은 스피디한 차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직접 얘기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끌어내는 것, 그러면서 자신이 자신의 취향을 찾아나가는 것, 한마디로 취향을 정의해 볼 수 있게 되는 것 자체가 가장 해보고 싶은 영역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난, 이 개인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만들어진 개인의 취향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에 대해 특허를 냈고, 그 취향이 만들어진다면 지금까지 몰랐던 구체적인 개인의 취향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언저리에서 왔다갔다하면서 취향이 맞나 안맞나 간보던 시대가 가고, MBTI의 16가지 성향처럼 개인의 취향도 256개 이상이 나올 수 있다. 아니 1024개가 될 수도 있고, 천만개, 4억개가 될 수도 있다. 이중적인 면 포함해서.
그렇더라도 우리는 그걸 알아내고, 그걸로 좀 더 재밌고, 즐겁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냥 내 생각이니 그게 그렇게 될런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금은 그냥 내 취향에 맞는 나의 가족들이랑 내가 좋아하는 밥이나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