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로 함께하는 부녀사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은 단연, 뉴욕치즈케익과 엄마는 외계인이다.
잘 먹지는 않지만, 한번 먹으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두가지 맛, 내가 매월 31일을 기다리는 이유다.
참 마케팅도 잘한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31일이 되면 집 앞에 있는 베라를 지날 때 눈을 슬쩍 흘기곤 한다.
그렇다고 사약을 들이키는 것도 아닌데 한달에 한번, 사실은 일년에 두세번은 먹어도 되지 않나 합리화가 제대로 먹힌다.
나와 우리 딸은 아이스크림에서는 진심인 편이다.
비록 나이는 30하고도 훨씬 더 많이 차이가 나지만, 먹는 식성 중에 아이스크림은 거의 판박이라 나는 참 행복하다.
아직 우리 어머니는 아들이랑 통화하면서 걱정하는 말투로 아이스크림 먹지말라고 할 정도니, 나의 아이스크림 사랑은 참 오래되었나보다.
다행히 우리 딸의 엄마는 아직 딸에게 아이스크림 금지령까지는 내리지 않은 상태니 아빠와 딸은 고삐풀린 망아지나 다름없지 않나.
31일이 되면 그렇게 친절하게 바뀔 수 없는 우리 딸의 전화 목소리, ‘아빠, 언제와?’, ‘오늘 갈거지?’
맛이나 제대로 정하라는 둘만의 암호를 보낸 뒤, 퇴근하는 차 안에서 벌써 두가지 맛은 이미 정해놓은 상태로 나머지 맛을 고르고 있다.
이렇게나 성실히 일하고, 공부했으면 벌써 성공해서 베스킨라빈스를 10개는 거느리고 있을텐데라는 생각은 잠시 1초 정도만 하고 넘어가자.
7월은 31일이 있었고, 다행히 8월도 31일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눈치봐가면서 먹지도 못했던 아이스크림을, 최근에는 아내도 더 이상 입을 대지 않는다.
이런 재미라도 없으면 열심히 공부하는 딸에게 무슨 낙이 있겠냐며 한바탕 소설을 써대면 못이기는 듯 사오라고 허락을 하고는, 후다닥 뛰어가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슬쩍 입을 벌리곤 한다.
아쉬운 건, ‘엄마는 외계인’은 있는데, ‘아빠는 딸바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럼, 엄마는 외계인이 맞는데, 아빠는 딸바보가 아니라는 건가?
한쌍의 멋진 듀오였던 엄마와 아빠의 조합은 이제 못하지만, 뉴욕 치즈케익이 그 자리를 지켜준다.
이런 소소한 아이스크림으로 맺어진 우정이 점점 커가는 딸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추억이 쌓여 좋은 기억을 떠올려 회상할 수 있다면, 지금의 나의 지갑은 언제든지 얇아져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