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음의 준비 중입니다.
그렇게도 아빠를 좋아하던 딸은 이제 사춘기를 맞이하여 그 시절을 만끽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사춘기를 겪었나 싶을 정도로 난 방황하던 시절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서 방황을 넘어 방랑을 하는 것 같은 혼란스러움이 한가득이다.
겨우 중학교 1학년을 한 한기 보내고 여름휴가가 끝났을 뿐인데, 딸은 그렇게 사춘기를 제대로 맞이하고 있고, 시시 때때로 얼굴과 목소리, 감정으로 나에게 혼란을 준다.
아빠도 분명 갱년기 초입 증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겨를도 없이 사춘기 딸의 일거수 일투족에 가슴 졸이며 살아가고 있다.
휴일 아침부터 딸과 아빠는 겹치지 않는 동선으로 각자의 (다른) 스터디카페로 출발한다.
딸은 학원을 마치고 오는 길에 엄마에게는 전화하지만, 그렇게 친하다고 자부했던 아빠에게는 전화한통없다.
그저 카톡으로 ‘식사하러 와요’, ‘엄마가 빨리 오래요‘, 전화가 온다면, 분명 남자아이 목소리로 ‘빨리 안오세요?’라고 한다.
가끔 진심인지 건성인지 모를 메세지인 ‘사랑해요, 아빠’는 뭔가를 달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다들 겪는 사춘기 딸을 가진 아빠의 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겪어보는 이런 상황에 안그래도 갱년기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심난한데, 더 심난해 지고 있다.
회사는 회사대로 혼란함의 극치, 가정은 가정대로 새로운 문화에 정착하는 중인데, 너무 낯설어진다.
집에 가는 것이 나에게 최대의 즐거운 일이었던 나는 이제 집에 가는 것이 조금씩 불편해 지기 시작한다.
다들 겪는 일인데 나만 이렇게 호들갑인건지, 나만 겪는 일인건지 일일이 주변에 물어보지 못해 혼자 벙어리 냉가슴 더하기 새가슴이 되어간다.
뭔가 모를 미묘한 분위기, 이상하리만치 어색한 사이들, 그러나 어떨 때는 한없이 죽고 못사는 사이.
이 가족의 미래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엄마는 갱년기가 멀었다고 하고 아빠는 갱년기에 들어갔다고 하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조짐만 보이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조그만 일에도 화를 내기도 하고, 의욕상실에 입맛상실 (이건 아닌 듯)이 갱년기 증상과 사뭇 비슷하다고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직 증명해 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오롯이 정통으로 갱년기 플러스 사춘기 가족으로 크로스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조심스럽게 서로 다치지 않게 잘 살아보도록 해야 겠다.
나는 아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