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유니버스 Dec 03. 2024

인공지능 홈으로의 접근방법, 애플 과 LG의 방향

미래가전에서 미래 홈으로...

최근에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더 쉽지 않다.

트랜드 코리아조차도 트랜드에 맞지 않게 트랜드를 예측한다고 해서 뭇매를 맞고 있는 요즘이라, 트랜드와 미래 예측이라는 단어가 더욱 더 쓸모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미래는 더이상 멀지 있지 않다는 말이 요즘처럼 와닿을 수가 없다. 오늘이 미래이면서 과거가 된다.

내일은 미래이지만 현재가 되어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먼 미래에 대한 예측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5년 후의 미래는 3년 후 또는 1년 후의 미래가 될 수 있고, 10년 후에도 여전히 10년 후의 미래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OpenAI가 쏘아올린 생성형 AI의 출현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모든 산업분야의 시계가 점점 당겨지고 있다.


미래 가전이라는 글을 계속 연재해 왔지만, 이미 다가온 미래도 있고, 영원히 오지 않을 미래도 있을 것 같다. 미래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100% 공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방향이 잘못되면 돌아오지 못하는 미래로 가버리는 '지극히 냉정한 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임을 부정할 수 없다.


미래 가전은 이제 미래의 홈, 인공지능 홈이라는 방향으로 귀결되면서, 가전기업을 필두로 모든 빅테크기업들이 탐내는 기술영역이자, 사업영역이 되었다. 기술의 마지막 종착역이 아닐까할 정도로 기술을 쏟아부으면 너무나 쉽게 정복될 수 있는 곳이 '홈'이라는 공간이지만,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겨두고 있다.


아마 그 이유는, 그렇게까지 큰 수요와 이익이 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속도로 장악할 수 있는 점령지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실제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첨단기술일 필요도 없고, 미니멀 라이프로의 트랜드와 정반대로 가는 방향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스마트와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의 집약체보다는 그저 본질에 충실한 편안하고, 편리하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집' 그 자체를 바라는 것 같다.


사실, 인공지능과 미니멀 라이프는 거의 100% 맞닿아 있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져 있는 세상이 '인공지능을 입힌 미래의 홈의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전'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하고 있다. 가전은 더이상 과시의 대상도 아니고, 그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나를 지원하는 반려기기'일 뿐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인공지능 홈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고, 어려운 연결(커넥티비티)을 이루어가는 과정 상에서 가전회사와 빅테크 기업이 하고 있는 접근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 접근방법에서 각 회사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의할 점은, 단순한 제품의 비교가 아니라, 왜 저 기업들은 저렇게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일까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Apple(애플)


최근 또 한번의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건재함을 드러낸 애플, 워런버핏이 보유한 애플의 지분을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역시 애플로서의 위대함을 만천하에 알리고 있다.

더 이상 혁신이 없어 보이지만, 아이폰으로 또 한번의 히트를 치고 있고, 매일 사용하고 있는 맥북과 아이패드, 애플워치와 에어팟은 우리를 애플의 '도가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플랫폼 기업의 힘이자 지극히 정교하게 계획된 '술책'이 아니었을까?


다들 알다시피, 애플은 단순 제품을 제조하는 제조기업이 아니라 진정한 플랫폼 기업이다. 그 유명한 하드웨어 플랫폼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기업이다.

아이폰, 에어팟, 아이패드와 맥북 등과 함께 iCloud로 모든 것을 묶어 버리는 세상 속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다보니, 어떤 하나의 기기나 서비스조차도 다른 제품이 들어갈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런 애플이 그동안 너무나 정복하고 싶어했던 '홈'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한 것 같다.

역시 폰과 랩탑, 워치와 에어팟만으로는 '미지의 영역인 홈' 내에서의 데이터를 충분히 얻지 못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구글도 마찬가지고, 아마존도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미지의 영역이라 정복하고 싶어하는 곳은 '사람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홈, 스윗 홈'이다.


애플은 홈킷을 통해 집안의 가전과 여러 기기들을 연결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였지만, 홈에서의 장악력을 가전회사에 뺏길 수 밖에 없었다. 빼았겼다기 보다는 원래 그 영역은 가전회사들의 영역이었고, 애플은 그 잘 놓여진 다리 위를 지나다닐 수 있는 운송수단을 제공했을 뿐이다.


이제는 좀 더 구체적인 행보를 통해 장악을 하고 싶어한다.

글로벌 가전 대기업인 삼성과 LG가 이미 스마트씽스와 씽큐로 커넥티비티를 완성해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매터(Matter)라는 표준 프로토콜을 제정함에 있어 아마존, 애플, 구글 등의 빅테크가 함께 작업을 한 배경에는 커다란 의미가 있지 않을까? 가전제품은 거대 플랫폼 회사와의 조우, 빅테크들은 단기간에 절대 만들어낼 수 없고 가장 중요한 공간인 집안 곳곳에 깊게 포진해 있는 가전과의 연결, 이를 통한 그동안 알고 싶었던 미지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마지막 퍼즐을 맞춰나간다는 상호 간의 조력이 아닐까 싶다.


아마존 알렉사가 크게 포문을 열었고, 애플과 구글 등이 같이 동참한 인공지능 스피커는 디스플레이가 연결되면서 크게 진화되는 듯 했지만,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한 때 CES에서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스마트홈이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연일 뜨거웠다. 모든 가전사와 빅테크는 스마트홈에 집중하는 듯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당장 자동화되지 않아도 전혀 불편함이 없어 더 급한 것들에 집중해서 소비를 하는 경향을 보이곤 했다. 거기에 더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생각보다 사람들은 음성을 이용해서 홈을 제어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했다.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것보다 음성으로 제어하는 것에 더 불편함을 보였고,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는 쪽으로 생각을 돌리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애플의 인공지능 벽걸이형 태블렛은 기대가 크다.

이미 애플의 생태계에는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또한 많은 사람들이 흠뻑 빠져있다. 왠만해서는 그 생태계를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전기차까지 나왔다면 아마 금상첨화였을 것 같다.




언뜻보면, 아이패드에 스피커를 붙여놓은 형상과 다름이 없어보이지만, 이미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에 익숙해져가는 한국의 사용자들은 이질감없이 다가설 수 있고, 무엇보다 즉각적인 반응와 편리한 UX가 강점인 애플의 제품에 전혀 거부감이 없을 것 같다. iCloud를 통해 아이폰에서도 동일한 화면으로 홈을 제어할 수 있어 별도의 앱을 설치해서 인증하고 제품을 연결해야 하는 과정들 자체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홈킷으로 이미 침투되어 있지만, 이번 홈 태블릿으로 더 빠르게 침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을 것 같다. 조금 더 거부감없이 다가갈 수는 있지만, 여전히 연결해야 하는 대상들은 다른 회사의 제품들이라 어떻게 장벽을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애플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한 단계로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고 더 획기적인 사용성을 안겨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그 자체가 주는 불편함과 기대 이하의 시각도 있겠지만, 본질에서의 새로운 기회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이런 접근은 시작점에 불과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서의 뒤늦은 출발로 인해 가야 할 길은 멀어보이지만, 사용자 중심의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는 애플은 인공지능 홈을 만들어 가기에는 훨씬 유리해 보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LG전자



중국의 공세가 뜨겁다. 예전에 알던 그 중국이 아니다. 과잉생산이라는 오명을 안기도 하는 중국이지만, 저가 물량공세가 예전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되어 산업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독일가전전시회인 IFA Berlin에서도 중국의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모든 면에서 중국이 압도적으로 앞질러나가는 모습을 보고, 국내의 대기업들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일명 알테쉬(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쉬인)를 비롯해 BYD(비야드)를 앞세운 전기자동차, 철강, 조선 뿐만 아니라 가전명가인 대한민국을 과감히 앞서나가고자 물량과 기술공세가 뜨겁다. 이미 앞서나갔다는 의견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가전회사들은 단순히 구독이라는 서비스에만 몰두하는 것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구독은 라이프스타일과 경제적인 소비패턴의 변화에 따른 판매와 사용의 다른 형태일 뿐 기술적인 진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품간의 경쟁력 비교와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LG전자도 플랫폼기업을 지향하고 있지만, WebOS외에는 이렇다할 플랫폼 기업의 방향성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사업을 철수하면서 삼성과의 대결구도에서 조금은 밀리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모바일이 없더라도 앱과 클라우드를 통해 홈에 대한 플랫폼을 충분히 구현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건 사업모델이지 소프트웨어의 형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으로써 씽큐(ThinQ)를 10여년 전부터 서비스하고 있고, 많은 가전제품을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현재는 연결된 가전과 사용자가 많이 늘어난 상태다. 더군다나 삼성보다 빠른 '구독서비스'에 대한 전략으로 연결 가전에 대한 부분도 같이 강화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2014년에 인수한 삼성의 스마트씽스보다는 연결 생태계에서는 앞서고 있지는 못하는 상태라 속으로는 답답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된 모습인 '생성형 AI'를 탑재한 인공지능 홈 허브인 '씽큐 온(ThinQ On)'를 출시하고자 발표했고, 2025년 3월부터 판매를 한다고 한다. 인공지능 홈 허브는 사실 새로운 제품은 아니며, 예전에도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한 적이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경우, 접근법은 신선했으나 구글과 아마존에 뒤쳐진 후발주자로서 시작한 것이어서 불리한 상황이었다. 역시나 깊게 침투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LG 씽큐온(ThinQ On)


하지만, 이번에 출시한 홈 허브의 경우는 생성형 AI를 탑재해 좀 더 자연스럽게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환경과 상황을 파악하여 제안할 수 있다고 하니 다시금 기대를 하게 만든다.


아마존 알렉사 에코닷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디자인에 대한 이질감은 없지만, 신선함 또한 크지 않다.

이미 아마존의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는 엄청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해당 조직들을 대거 정리한 상태인 상황에서 LG의 스마트홈 허브를 출시하는 것이라 뭔가 새로운 전략이 있는가 싶기도 해서 많은 궁금증이 생긴다.


그렇다면, LG는 왜 인공지능 홈 허브를 출시하고자 하는 것일까?

씽큐는 LG의 스마트홈을 대표하는 브랜드이며, 모든 가전에 와이파이가 장착되어 앱으로 가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서비스에서 시작했다. 현재는 여러가지 추천과 진단, 소모품 쇼핑을 할 수 있지만, 역시 본질은 가전에 대한 제어와 모니터링에서 부터 시작한다.


현재까지 개별 가전에 와이파이를 장착하고, 제어에 대한 기능을 개발해서 넣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단순 제어가 아닌 각 제품이 알아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판단할 수 있는 브레인이 필요하다. 물론, 서버로 데이터가 쌓이게 된 후, 그 데이터를 통해 의도와 상황을 파악하면 되겠지만 너무나 정확도가 떨어져 고객들이 실망하기 쉽다. 좀 더 효율적이면서도 그동안 연결하지 않았던 가전까지 연결할 수 있는 '집 안에서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로봇청소기, TV, 냉장고, 인공지능 스피커 등을 거치면서 많은 홈 허브에 대한 시도가 있었지만, 역시나 새로운 기기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부담과 집을 전체적으로 커버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겹쳐 어려움이 많았다.

애플은 이 부분을 공간효율적으로 벽걸이용으로 만들어 직관적으로 상태를 보여주고 직접 입력을 받아 제어하겠다는 것이고, LG는 음성과 기타 제품에서 올라오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서 추천 및 제어를 하겠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는, 형태만 다를 뿐 지향하는 바는 같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애플이라 쉬운 것도 아니고, LG라서 UX에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LG가 가전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유리한 듯 보이지만, 애플은 많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입력받고 정보를 주고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가전을 보유하고 있는 LG가 당연히 유리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제어가 아니라 이를 이용한 사업이다.

데이터로 사업을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중개역할을 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한다.


즉, 집안의 모든 것에 대한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까지 도맡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할 수도 있다.

급기야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이미 제휴한 상황)는 물론, 부동산 거래나 에어비앤비처럼 경제적인 가치까지 끌어낼 수 있어야 하고, 중고 가전에 대한 거래나 집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되어야 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다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사업적 제휴가 일어나 배달도 연결해 주어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두 기업의 인공지능 전략은 모두 미래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것이다.

나의 집은 하나의 독립된 공간이지만, 때론 한없이 개방된 공간이기도 하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챙기고, 공간에 대한 보편적인 정보는 적극적으로 개방하여 충분한 경제적인 이익을 얻어낼 수 있다면, 인공지능 홈의 사용 범위는 날로 더 발전하고 빨라질 것임에는 틀림없다.


테슬라가 비트코인과 결합하여 자동차의 공간을 넘어선 미래를 꿈꾸고 있듯이, 홈에 대한 공간도 더 개방되고 더 독립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해 본다. 한 때의 이벤트로 끝난 메타버스가 다시 한번 돌아오는 시기가 되었고, UAM이 더 각광을 받을 시기가 온다면, 홈은 더 이상 머무르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공유하는 공간, 이동하는 공간으로 더 거듭날 수 있다.


내가 소유하는 가전에 대한 고정된 시각보다는 조금 더 큰 개념에서의 홈을 생각해 보는 것도 재밌는 상상이 될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