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전의 미래, 중국과 겨루다.

미래가전, 과연 어떤 것이 본질적인 경쟁력일까

by 유니버스


이번 CES에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뉴스를 보고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작년 IFA에서 이미 위기감을 느꼈겠지만 올해 CES에서는 더 심각하다는 반응이다.


혁신이 사라지고 있는 국내 가전사들과 혁신과 패스트팔로워를 넘어 가격까지 무장한 중국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 같다.

중국의 전기차업체 BYD가 그렇고, 가전업체인 TCL와 Hi-Sense의 약진이 더 두드러진다는 얘기다.

사실 몇년 전까지만해도 중국과 한국의 가전 격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조잡하기 짝이 없던 중국의 제품을 보면서 마음을 놓고 있었고, 한국기업들은 혁신보다는 기존의 제품에서의 업그레이드와 확장 측면에 더 힘을 실어왔던 것 같다.


사실 혁신을 위한 노력들은 많이 하지만, 기획의 출발점부터 혁신보다는 재미, 편리, 프리미엄 측면으로 부각하다보니 틀 안에서 갇혀 멋진 기획을 해내기 바쁜 모습들이 많았다.






쿠팡, 오늘의 집, 컬리, 런더리고라는 회사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가전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씌워지기 시작했다. 가전을 벗어난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하면서 가전의 역할이 축소될 것을 예측하기도 했다. 신선식품의 배송과 상품의 질이 뛰어나 이제는 냉장고가 점점 없어질 것이다라거나 런더리고같은 세탁 위탁 서비스가 흥행하면서 세탁기를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다라는 것이다.


다들 그저 편리함에만 집중해서 그런 얘기들을 하는 것 같다. 고객은 편리함과 동시에 경제성와 안전성에 대한 부분까지 같이 고려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할만한가를 따져 행동을 결정하곤 한다.


사람들은 '간편, 빠른, 신선함, 싼' 서비스에 열광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보면 서비스를 생각하지 않는다. 제품의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새로운 디자인인지 보고 난 후, 가격을 본 이후에야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을 지를 판단하는 것 같다.


가령, 세탁, 건조가 한번에 되는 세탁/건조기의 경우, 400만원에서 6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자랑하지만, 그게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이미 디자인과 가격을 보고 결정을 한 후, 나에게 이득이 된다고 프레임을 씌운 후 최종 결제를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으니...)


세탁과 건조의 과정은 너무나 시간적인 제약이 있는 과정이다. 세탁이 끝나고 난 후, 그 자리에 없다면 세탁을 다시해서 건조하거나 세탁이 끝나고 난 후 건조기로 옮겨서 시작을 해야 한다. 다행히 세탁이 끝나고 나면 알려주는 기능이 있으니 또 한번의 진화가 일어난 건 맞다. 그 진화에 나도 기여를 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고 감격해 하고 있다.


예전을 생각해 보면, 세탁 이후에 건조는 당연히 건조기가 아닌 빨래 건조대였다. 건조기가 보편화되고 난 이후, 건조기는 필수가 되었다. 돈이 부족하더라도 건조기는 들여야 한다는 마인드가 자리잡았고, 이는 돈이 없어도 해외여행은 가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50% 이상이나 되는 마인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 보였다.


건조까지 한번에 하고자 하는 마음은 건조기가 보편화되고 난 뒤에 생겨난 고객의 니즈가 분명하다. 건조기를 쓰지 않던 시대에는 건조기를 쓰는 것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의견 뿐이었다. 하지만, 건조기를 쓰고 달라진 생활을 경험하고 나니 그 다음 니즈가 살아나게 된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경험하는 고객이 그 다음 편리함을 추구한다.

그렇지 않은 고객은 처음부터 편리함을 경험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큰 편리함에 대해 요구하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건조기를 경험한 자녀가 '건조기를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부모님을 안쓰러워해서 건조기를 선물해 주듯이 말이다.





다시 중국의 문제로 돌아가보면, 중국은 이제 그저 한국과 일본을 따라하는 나라가 아니라, 품질을 넘어서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한국이 노력해서 이뤄놓고, 경험한' 과거를 학습해 가뿐히 뛰어넘는 수준이 되었다. 그걸 돈으로 샀거나, 빼돌렸거나는 과거의 문제가 된다. 한국이 일본의 제품과 기술을 보고 배웠듯이, 중국이 그러하다고 하면 어느 누가 욕을 할 수 있는가.


경쟁의 시대에는 냉정함 밖에 없다. 승자가 패자에게 보내는 존중의 의미는 승패가 나고 난 뒤의 최소한의 배려일 뿐, 강요하지 못할 태도다.


중국은 이제 전기차, TV를 필두로 한 가전, 모바일부터 다양한 커머스영역에 있어서 엄청난 영향력을 불어일으킬 것이다. 아직 시작도 안한 출발선이라는 것이 더 두렵다. 샤오미와 BYD의 한국시장 본격 진출 소식이 들려왔다. 전기차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 국내의 업체들은 아직 준비가 덜 되었고, 자율 주행은 중국에 뒤쳐진지 오래인 것 처럼 보인다.


자율주행이 자동차의 핵심이 된다면, 로보택시가 활성화되고 자동차의 소유가 의미가 없어진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중국에 의존하게 된다면, SDV(Software Defined Vehicle)을 꿈꾸던 국내 자동차 회사는 지향했던 바와 달리 OEM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하니, 그 말이 이해가 된다.

모두가 자율주행이 들어간 자동차를 원하는데, 경쟁력없는 자동차를 판매한다면 자동차 가격이 한없이 싸거나, 고객들은 그 자동차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게 되면, 자동차에 대한 집착와 애정이 줄어들 게 되고, 자동차의 외형이나 내부 인테리어보다 이동의 안전함과 시간에 집중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 자율주행 수준이 한 Level씩이나 차이가 난다면, 고객들은 불안해서 그 자동차를 이용할리 만무하다. 울며 겨자먹기로 중국산 자동차를 타거나 비싼 테슬라를 타야 하는 양극단에 서게 될 수도 있다.


자동차는 테슬라의 미래 방향성을 자주 접하다보니 자율주행이 가져다 줄 미래의 모습을 쉽게 예상해 내곤 한다. 자동차 소유로 인한 비용과 공간의 문제, 그리고 기본적으로 탑재되고 사용될 자율주행의 기술들로 자연스럽게 자동차에 대한 소유와 사용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집에 고정적으로 위치해있어야 하는 가전의 경우는 여전히 삼성과 LG가 그 공간을 독차지할까? CES에서 소개된 가전들은 인공지능과 스마트홈 기술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인간을 이해하고 더 편리함을 추구해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의 방향은 그게 맞았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가전이 개별적으로 고객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어려워 스마트홈 허브가 탄생했고, 단순하게 제품들을 제어하던 것에서 벗어나 좀 더 깊게 의도한 수준과 취향을 반영해 가전 제품들을 관리하도록 진일보했다. 조금 더 나아가 개별적으로 갖추기 힘들었던 가전제품들이 모두 설치된 집을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원하는 위치와 공간에 살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공통된 보편적' 만족을 줄 지 의아할 뿐이다. 한번의 유행으로 끝날 하나의 캠핑카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로봇의 시대가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 삼성도 그렇고, LG도 그렇고 로봇에 대한 사업을 놓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미래전략으로 로봇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고, 오히려 단기성과측면에서 홀대하다보니 로봇사업은 좌초위기가 되거나, 전문가들이 흩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뒤늦게 M&A와 투자를 통해 로봇업체들과의 협업을 하게 되었고, 급하게 로봇사업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고, 이미 간격은 많이 벌어졌다. 로봇은 이제 가전이 된다. 가전의 역할 대부분을 로봇이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가전의 기능이 아닌 로봇의 기능으로 가전을 동작시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위상과 같이, 제대로 된 로봇에 모든 제품이 맞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예를 들면,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한국의 가정으로 침투했다고 생각하면, 옵티머스가 이해하고 명령을 줄 수 있는 가전과의 프로토콜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를 제대로 받아 동작시킬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전은 더 심플해 질 수 있고 고객은 굳이 비싼 가격에 가전을 구매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로봇이 가정에 본격적으로 침투하기 위해서는 5년으로는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점이 생각보다 빨라지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어떤 가전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로봇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이제 그 집의 경쟁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이미 중국도 로봇에 대해 진일보를 거듭하고 있고, 아마 그 속도는 한국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가전의 본질은 중요하지만, 홈과 홈 내에서 생활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의 주변 생태계를 제대로 묶어줄 수 있어야 한다. 각 회사의 전략상 위안을 삼기 위해, 집안에서의 로봇 주행기술의 레벨이나 연결되는 기기수를 따질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로봇에 대한 투자와 그 로봇이 연결해야 하는 서비스 생태계에 대한 선점이 필요한 것 같다.

가전으로 묶을 수 있는 여행, 배달업체, 운송업체와 교통, 커머스와의 커플링을 선제적으로 더 돈독히해두고, 손실을 보더라도 이를 구독에 더 강력하게 묶을 수 있도록 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전의 본질은 가사 일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집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세탁기는 세탁을 잘하는 것은 물론, 세탁과 건조를 알아서 하고, 원래 있던 자리에 가있는 것까지를 원하는 것이고, 냉장고는 단순히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상태로 보관하다가 정해진 시기안에 소비될 수 있도록 입출 관리를 해주는 것, 청소기는 청소해야 하는 시점과 상황을 파악하고, 알아서 '불편하지 않은 시간에' 청소하고 원래의 위치를 지키는 것이다. 에어컨은 집안에 있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적'의 공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 직접 조작하고 제어해서 일일이 맞춰나가는 과정을 없애는 것까지가 목표다.


몇가지의 예만 보더라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거의 유사하다. '사람의 개입없이', '최적의 상태'.'원래대로','불편함없이' 집안에서의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본질이다. 이 목표를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가전사들은 사람의 '물리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지능까지 활용하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의 최후의 수단은 당연히 아니다. 인공지능 역시 그 수준이 다르고, 인공지능은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라 인공적인 그 무엇이 사용하는 것이다. 그 인공적인 무언가의 가장 궁극의 결과물이 바로 로봇, 휴머노이드가 아닐까 싶다.


아직 시간은 남아있고, 가전사들은 그 많은 인원들이 가전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케이스의 미래를 '더 개방적으로' 생각해서 말도 안되는 예측들을 해봐야 하는 시간들이 왔다. 보수적인 생각은 현재에 머무르게 할 뿐이다. 가전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기술이 있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난제였던 에너지문제와 소음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있다. 안전과 출력의 문제 등도 남아있을 것이고, 융합된 가전의 모습과 보이지 않는 가전, 사용자에게 맞는 가전들을 기획해 나갈 것이다.


한 축에서는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국이 근접하기 힘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빠른 른 파괴적 혁신을 시도해 봐야 할 것 같다. 중국이 할 수 없는, 잘 하지 못하던 혁신과 창의적인 부분을 잃어가는 한국이 어떤 걸 더 잘할 수 있는 본질적인 경쟁력을 깊이있게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공지능 홈으로의 접근방법, 애플 과 LG의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