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화된 특혜를 받는 사용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
기업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다 좋은데 그래서 이익이 되는가'이다.
예전 가전 대기업에서 미래가전과 스마트홈 관련 일들을 하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수익화였다. 처음에는 사업화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했고, 그 다음은 사업화를 하기 위한 일을 했다. 내가 고민을 하던 것과 회사가 고민을 하는 것에 차이는 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와 그것을 통한 수익화였다.
컨셉도 좋고, 기능도 좋고, 사용자도 좋은데, 그 좋은 기능을 넣어서 사용자가 좋아지면, 과연 제품을 살 것인가와 제품을 사는 것이 그 기능이 좋아서 사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도 중요한 기준선이었다. 브랜드와 제품의 디자인, 성능과 품질이 대부분의 구매 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요소라면, 스마트한 기능과 서비스는 '있음 좋고' 정도의 수준으로 치부되기도 했었다. 최근에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스마트한 기능때문에 구매를 하는 고객은 압도적이지 않다.
냉장고의 온도를 제어하는 기능을 스마트폰 앱에 넣었다고 하면, 과연 고객들은 냉장고의 온도를 원격에서 제어하는 것이 얼마나 본인에게 가치있는지 느낌이 없다. 온도를 제어하는 사람은 1%도 안되는데, 원격에서 온도를 제어하는 기능은 냉장고를 구매하는데 있어서 순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도만 높아보이는 역기능을 생각하게 만든다.
로봇청소기와 세탁기의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로봇청소기를 원격에서 청소를 시키고, 청소하는 과정을 카메라와 맵을 통해서 본다면 충분히 안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때는 반드시 커플링되어야 하는 기능임에는 분명하다.
세탁기도 건조기와의 일체형이 아닌 경우에는, 세탁 후 건조를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 골든타임이다. 계절에 따라 이 이동시간이 늦어지면, 세탁을 다시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세탁이 끝나는 시점에 폰으로 알람을 주는 기능은 단순하지만 원격에서 가전을 동작시키는 기능보다 훨씬 임팩트가 있다.
항상 강조해왔던 것이지만 다시 한번 더 얘기를 해보면, 고객은 집이라는 큰 틀과 내 생활 안에서의 영향력을 원하는 것이지 하나의 기능에 집착하지 않는다.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머리로 인해 시키는 것이 아닌 '체감'할 수 있는 직접적인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움직이라고 해서 움직였다고 좋아하는게 아니라, 내가 원할 때를 알고 움직이거나, 아껴서 살림에 보탬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경제적인 정보를 찾아서 나의 생활과 접목해 필요한 행위들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고객이 원하는 것이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면서 사용자를 더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먼저 동작시키는 것을 기본 기능으로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다시 한번 더 생각을 해 볼 대목이다.
가전에서 기업이 원하는 것은, 제품을 많이 구매하거나 구독하고, 제품을 연결해서 많이 사용한 후 데이터를 재생산해내는 것이다. 사용자는, 연결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을 떠나서 내가 하는 가사 일의 부담을 하나라도 덜어주고, '개입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모든 상황들을 알려주는 것을 원한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것과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잘 연결해 주면 끝나는 것인데, 이걸 인공지능이 해내야만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가전을 예를 들어 간단하게 설명을 해봤지만, 문제는 인공지능이 지금 엄청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반면, 실질적으로 고객과 기업 서로에게 혜택이나 이익이 있는가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으면 대화가 안될 정도이고, 모든 기업의 자료와 정부과제 등에도 인공지능이 빠지면 너무나 허전해 외면당하기 일쑤다.
현 시대에서의 인공지능이란 것은, '너무나도 있어보이고, 기술적으로 진보해 보이는 아우라'를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듯하게 보이는 건, CES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고, 실질적인 이익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사업적으로 도움이 안되는데 '우리도 인공지능을 합니다'라는 것으로는 지금의 중차대한 기로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와 같다.
사실 CES에 참관해서 보는 사람들이 그걸 구매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CES에는 참관객도 많지만 전시하는 팀들도 많아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최근 기업에서의 CES참가는 '매번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반강제적인, 그래서 실효성을 점점 찾아보기 힘든', 그 언저리에 있는 쇼가 되어간다는 얘기들이 많다.
사실 7번 이상 CES를 방문했지만, 뭔가 큰 흐름에 대한 체감 정도가 더 큰 의미이지 획기적인 임팩트를 얻어왔다고 얘기하긴 힘들다. 어깨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들어차긴 했어도, 그 어깨를 어디에 내놓을 정도는 아니니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
그럼 인공지능으로 돈을 버는 기업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인공지능에 돈을 얼마 투자하겠다라는 기업들은 넘쳐나고 있고, 엔비디아 칩을 만개 이상 샀다, 팔란티어의 '고담과 파운더리'를 이용하고 있다 등등의 얘기만 들려오고 있다. 인공지능을 기업의 내부 생산성 향상에 투입하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일단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위한 비용이 투입이 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적응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투입한 비용을 상쇄할만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6개월? 1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어쩌면 영원히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다시 걷어내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을 필수 교육으로 채택하는 것 같은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돈을 버는 기업은, 인공지능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이다. 다들 인공지능이 뭔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할 때, 인공지능의 엄청난 효과를 내세우면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이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걷어들이는 기업들이 진정 수익시장의 선봉자가 되는 건 여전히 당연한 진리가 되었다.
실제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체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제일 최선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럴만한 경제적, 시간적인 여력이 안되는 기업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기업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자격증 공부를 하는 사람이 자격증으로 돈을 더 버는게 아니라, 자격증 학원이 돈을 더 버는 것과 같은...
그렇다면, 일반 사용자와 기업은 어떻게 인공지능을 받아 들여야만 각자에게 이익이 될까?
일반 사용자는 인공지능에 대해 몇가지 부류로 나뉘는 것 같아 보인다.
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 알긴 하지만 내가 굳이 인공지능을 써야할까하는 사람, 한번씩 써보면서 신기해 하지만 그걸로 끝나는 사람, 인공지능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치는 사람, 아예 들어보지도 못하는 사람, 인공지능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사람 등으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각자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자.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려고' 하는 사람이면서, 인공지능에 투자하는 사람(돈을 아직 벌지 못해서) 정도에 속한다고 정의하곤 한다. 챗GPT를 통해 글을 쓰면서 이미지를 만들고, 어려운 기술들을 이해하기도 하고, 어려운 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도움을 받는다.
어떨 땐 투자와 공부를 위해 법적인 부분을 찾아내려고 할 때 요긴하게 쓰곤 해서, 앞으로 어떤 일이든 문제없이 해낼 수 있을 거란 근거없는 자신감이 치솟기도 한다.
이렇게 개인은 인공지능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돈을 벌거나 생산성을 높여 그동안 하지 못한 영역까지 발을 뻗쳐나갈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특권'이 되었다. 아이너리하지만 보편적이면서도 특권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 검색엔진에 의존했던 생활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나만의 맞춤 비서가 정말 생긴 것 같아 더 편리함을 물론이고, 과감한 도전에도 두려움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기업에서는 인공지능을 하나의 단순한 기술로만 봐서는 안될 것 같다.
인공지능이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총체적인 기술을 대표해서 얘기한다고 할 수 있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 영상처리, 의도파악, 난제의 해결, 많은 양의 문서와 데이터에 대한 신속한 처리, 이를 통한 인사이트 발굴 등 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오기는 마찬가지다.
그야 말로, 인공지능은 나무가 아니라 숲이다. 숲을 봐야 나무가 보이고, 그 나무의 종류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지니 말이다.
인공지능은 여전히 거품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메타버스시대와 같이 아직 오지 않은,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 시대, 기술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의 거품은 그걸 통해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생겨나기도 하고, 기업의 가치를 주식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부풀리기도 하기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제대로 써보지 못한 인공지능을 거품논란으로 종식시켜 버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단계들을 뛰어넘고 있고, 멀리 와버렸다. 인공지능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람들조차도 생활하는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버리고 있어 너무나 당연시 되어가고 있다. 이 좋은 경험이 익숙해진 상태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필요성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제공하는 회사들의 수익성이 가시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업이 생존해야 더 좋은 인공지능 기술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경험의 대상이 되어주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다같이 동참할 수 없는 서비스는 한켠의 기술에 불과하고 사장될 수 밖에 없다. 거품 논란이 당분간 계속되더라도 인공지능은 로봇시대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존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
거품이란, 인공지능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소수이기 때문이고, 모르는 사람들은 그 거품에 거품을 더 가져오는 것이다. 알게 되는 순간 거품이 사라질 것이다. 그 거품은 다른 기술로 대체되는 것이 아닌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와 실질적인 이익이 발생하는 순간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앞으로 기업들의 인공지능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당분간의 거품 논쟁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폭리를 취하는 기업이 생기지 않도록 다같이 동참해서 인공지능이 더 보편화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라이프도 훨씬 풍족해 질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