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최곤지, 회사가 최악인지
출근만 하면 퇴근하고 싶어진다.
직장인이라면 다 똑같은 마음이겠지만, 일일이 다 물어보기 힘들어 내 생각만 얘기해 보자면, 난 출근하기 싫어한다. 출근을 하면 또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면 또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 머리가 마음대로 웁직인다.
그걸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사람, 나의 아내다. 그렇다고 무슨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참 힘들게 산다.
아침을 먹을 때부터 저녁에 뭐 먹을지 궁금하다.
방학인 아내는 평소 바빠서 못해주던 음식들을 하나씩 해내보이기 시작한다.
여행 중에도 이것저것 잘 먹는 '입짧았던' 아내는 딸을 위해, 남편을 위해 여러가지 음식을 많이 시도한다. 유럽이이라 그런건가 싶기도 했지만, 유럽이라도 사실 이탈리어음식 외에는 그렇게 맛있다고 느껴지는 음식이 잘 없는데, 어찌나 잘 먹던지 실로 감탄해 마지 않을 수 없었다.
느끼함의 대명사, 슈바인 학세와 겉모습과는 다르게 얼큰함이 크지 않은 굴라쉬, 처음 맛보는 음식까지도 생각보다 잘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이제는 쉽게 여행을 결정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 아내는 여러 음식을 하기 위해 자기 전에도 항상 내일 할 음식을 찾아보곤 한다. 내일은 저녁에 이거 먹을꺼야라고 하는데 목소리가 어찌나 달달한지 내일까지 기다리기 힘들 정도다.
일단 오늘만 버티도록 하자고 생각하고 잠들지만,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저녁이 기다려진다.
저녁이 되기까지 시간이 왜 그렇게 긴걸까,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출근만 하면 집에 가고 싶다.
여행으로 돈독해진 가족의 관계 덕분인지 빨리 집으로 달려가 딸이랑 아내랑 속닥속닥 얘기를 나누고 싶다. 일이 하고 싶지 않은데, 일을 잘하기 위해 이것저것 공부하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나를 보면서 한심하다. 난 원래부터 일을 싫어하고 게으르기 짝이 없는 사람인데, 가식적으로 일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그렇게 월급을 루팡해 가는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아마도 난 일에서 멀어지고 싶은게 더 큰가보다 한다.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다음 여행지를 알아보거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한없이 부러워하고, 다음 여행갈 때 쓸 캐리어의 커버를 고르고 있는 한심한 사람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점심시간이 되면 운동을 하지만 가끔은 여행지의 항공권을 찾아보고는 '아, 너무 비싸서 이번엔 못가겠네'하고 합리화가 가관이다.
나의 프로필을 고치면서 나는 정말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역마살'의 대명사라는 생각을 했다. 왜 여행을 좋아할까 다시금 생각해보니, 그 이국적인 생활 자체가 너무나 끌리고, 생김이 다른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에서 올라오는 엔돌핀,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떠나는 설레임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아주 가끔 외국에서 2~3주 정도 머무르는 시간이 있다면, 그저 꿈을 꾸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사실 난, 출근하면 집으로 가고 싶은게 아니라, 회사를 떠나고 싶은 거였고, 집에 있으면 집을 떠나고 싶은 거였다. 우리나라에 있으면 다른 나라로 가고 싶은, 진정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집시'였던 것이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나중에 눈감을 때 주마등처럼 지나가겠지만, 싫든 좋든 나의 몸과 마음은 그렇게 반응한다.
너는 자유고, 그 자유가 너를 영원히 자유롭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