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위원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by 유니버스

3월이 되면 기다려지는 전화가 있다.

3월부터 4월까지는 창업기업을 평가하기 위한 평가위원 선발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에 3월초에 진행되는 평가위원 위촉 메일이 왔지만, 거리상 맞지 않아 거절을 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인 평가위원은 일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평가위원들은 대체로 6명에서 많게는 7~9명까지 입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차로는 2배수 정도를 뽑아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무원, 교수, 기업대표, 박사나 기술사 등이 대부분 구성되는 자격조건들이고, 아마도 성격에 따라 기업대표, 공무원, 관련기업, 교수 등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아보인다.


평가위원 선발을 기다리며 문득 인공지능 시대에 언제까지 평가위원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평가위원을 굳이 대면으로 여려 명을 입실해서 평가를 할 필요가 있을까부터, 평가위원의 주관이 오히려 평가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편협한 자기객관화에 머물지는 않을까도 걱정이 되긴 했다.


서류평가에서는 평가위원의 노고를 줄이면서 적합한 기업들을 찾아내는 과정은 의미가 있어보인다. 하지만, 그 의미와 단순한 비용 절감을 위해 다양한 분야와 경험의 평가위원들의 의견을 담을 수는 노릇이다. 자칫 비용을 조금 줄여보기 위해, 도래하지 않은 AGI 시대에서나 검증할 수 있는 단계를 앞당겨헸다가 낭패를 보고 싶은 지자체나 담당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 창의성이라는 점이 핵심인 것 같아 보였다. 다시 말해, 지식화, 데이터화 하지 않은 다양한 분야와 환경에서 커온 전문가들의 식견은 절대로 인공지능이 당장 따라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대부분 새로운 아이템을 통해 창업을 하려는 기업들은 그 창의성의 가치를 사업화 측면에서 인정받고 싶어한다. 사업화에 대한 현실성과 아이템에 대한 창의성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비평하는 것은 단순히 확률론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책임성을 동반한다.


잘못 선정된 기업, 아쉽게 고배를 마셔야 하는 기업에게 당당하게 그 기준과 결과를 알릴 수 있을까? 실수를 막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경험자와 전문가들은 몇번의 고뇌를 거쳐 평가를 하고, 그 평가에 책임을 진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인공지능을 도입한 담당자만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 된다.


다같이 감당해도 모자를 그 책임을 한 사람이나 한 조직이 감당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아직 그리 관대하지 않아보인다. 인공지능을 도입함에 있어, 해당 기준에 맞지 않은 기업들을 걸러내는 과정들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순위를 매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 책임은 사람과 주관하는 조직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당장 평가위원을 인공지능으로 완벽히 대체해 볼 지자체나 학교는 많지 않아 보이기도 하고, 서로 눈치를 보기도 할 것이다. 의견을 줄 수 있어도 숫자로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연명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평가위원임을 다시 한번 더 깨닫는다.


그런 의미에서 평가시즌이 도래함에 따라 더 마음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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