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러 오는게 아니예요.

by 유니버스

오늘도 역시나 7시가 되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스타벅스에 가서 부랴부랴 샌드위치를 꾸역꾸역 집어넣고 10분을 남기고 강의실에 도착했다.


같은 조원 중에 한명은 오늘 결석을 했는데, 뭔가 모르게 부러웠다. 왠지 모르게 수업을 듣고 싶지 않은 날이 바로 오늘인 것 같기도 하다. 스타벅스에서 먹다남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텀블러에 담아와 중간 중간 홀짝이면서 수업을 듣는다.


분명 다 공부했고, 배웠던 내용인데, 다시 들으니 새롭다. 언제 저런게 있었나하고 눈치없이 고개를 저어내고 있다. 갑자기 클로드 창을 열고 아이디어를 사업계획서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매일 많은 시간을 같이 대화하지만, 여전히 새롭고 신기하고 고마운 아이다. 수업을 듣고 있는데도 이것저것 잡생각이 많이 난다.


전통적인 전략수업을 다시 듣다보니, 오히려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된 것 같아 쾌감을 느낀다. 제일 뒷자리에 앉아 열심히 타이핑을 하는 척하면서 인공지능과 함께 사업계획을 만들어본다. 이런다고 사업을 성공하는 건 아니겠지만, 내가 미쳐 준비하지 못했던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가급적 실수를 줄이고자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사업의 영역은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가능한 시장의 규모는, 어떻게 접근하는게 좋을까, 과연 기업들이 이 서비스들을 잘 이해하고 수용할까, 가장 먼저 어떤 곳을 공략할까가 가장 관건이 아닐 수 없다. 하나씩 만들고 줄여가면서 완성도는 올라간다. 가능성도 올라간다. 그냥 회사에서 하는 것보다 여기가 더 좋은건 사례들을 들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들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부를 하러 온다고 하지만, 공부보다는 생각을 더 깊게할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기다려지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3시간이나 걸려 공부하러 갔던 MBA도 실제 공부하는 시간보다 이동하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공부하러 온 것도 새로운 것을 배우러 온 것도 아니다. 물론, 많이 듣고 새로운 것을 넣는다는 것도 의미는 있다. 하지만, 결국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한 하나의 단계라 생각하면, 좀 더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더 좋은 것들이 언젠가는 나를 빛나게 할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뒷자리에서 타다닥 하나씩 꼭꼭 눌러 넣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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