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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Sep 28. 2019

꽃처럼 어여쁘게 나무처럼 용감하게

이복흠 글 그림 자서전


내 친구의 어머님이 그림을 그렸다. 나는 친구 집에 들를 때마다 그림을 보았다. 전문가의 지도는 일초도 없었다. 있는 것은 크레파스와 종이, 물감과 붓 그것이 다였다.


아 또 있다. 가장 중요한 것, 기억과 그 기억을 떠올리며 즐기는 시간.



이복흠 그림





지난해 내 친구가 아팠다. 아마 그 무렵부터 어머님이 글을 썼던 것 같다. 어머님은 그림을 그리던 기억과 시간을, 붓 대신 연필로 바꾸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복음 어머니 손글씨, "책이 곧 나온다고 소감 한쪽 쓰시리" 하자 그 자리에서 뚝딱 쓴 글



이복흠 어머님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천구백사십이년십일월이십사일생내나이칠십칠세처음으로펜을들어본다


또박또박 힘주어 쓴 글이었다. 글씨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손으로 써서인지 문체가 깔끔하다. 솔직하다.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 “세 번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하며 뚝 끊어버린다. 생각하기도 싫은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 속 인물을 존중하는 것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글이었다. 집에서 귀신을 보기도 하고, 어머님의 어머님이 저승을 다녀오기도 하며, 참외를 먹으려다 개울물에 빠진 이야기 등. 나는 봉사 점쟁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아기가 아파서 갔는데 점쟁이는 어머니에게 미역국이 있는 맛있는 밥을 차려주었다. 엄마가 나으니 아기도 나았다. 동화처럼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다 삼신할미의 도움을 받으며 자랐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어진다. 내 친구는 어머니가 쓴 글을 노트북에 옮겼다. 병실 침대에서 쉬엄쉬엄, 독수리 타법으로. 그리고 우리가 가르쳤던 학생이 디자이너가 되어 책 표지를 만들었다.


드디어 책이 나왔다. 감사하다.



이복흠 글 그림 <꽃처럼 어여쁘게 나무처럼 용감하게> (북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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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흠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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