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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예니 Nov 20. 2023

나에게도 봄날이 올까요?

개명이 효과가 있었나요?

2024년 1월이면 내가 개명을 한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간다.

개명 에피소드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개명 신청은 법원 사이트를 통해서 하는데,

신청을 하고도 한 달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라 이상하다 싶었다.

혹시나 싶어 한 달간 내 폰으로 전화 오던 모르던 번호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변호사 사무실입니다. “

“헉 진짜인가요? “


진짜인지 아닌지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워낙에 쉽게 사람을 믿을 수 없는 환경이지만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개명 전에 “보이스피싱”에 크게 당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그 순진함을 갓 태어난 아기처럼

그놈의 보이스피싱범에게 다 드러내버렸으니..

보이싱 피싱 덕분에 처음으로 경찰서도 갔다.


직업이 뭐인가요?

“선생님이요…”

너무 쪽팔렸다. 진술서도 처음 써보았다.

“제가 이런 걸 당할 줄 꿈에도 몰랐어요.”

덜덜 떨면서 말했다. 너무 황당했다.

순식간에 내가 힘들게 번 돈과 모은 돈이 몇 분만에 증발되어 버릴 줄은.


주위에 의사 친구의 대학 동기가 보이스피싱으로 5천만 원을 잃었다고 했을 때 나는

“어이구 공부해서 남 주냐. 그렇게 똑똑하게 공부해서 돈을 사기 당하냐.”

라고 하며 누가 그런 것을 당하나 신기하고 안타까웠다.


그런데 내가 당해버렸다. 인생이 끊임없는 터널 속을 하염없이 달리고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던 시간의 연속이었었다.

그때 보이스 피싱범은 사람이 나약해져 있는 틈을 타 (내가 나약하고 힘들단 게 국제적으로 소문이 났나…)

비집고 들어와 감정의 벽을 허물어버렸다. (자세히 이야기하곤 싶지 않다. 너무 속상하기 때문에.)


그들은 바로 사기꾼이다.

다른 말로 “사기 전문가.”

그러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려 돈을 기부? 받았겠는가….

진짜 세상에서 제일 용서받으면 안 될 놈들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왜 그러고 사는가?


무튼 그렇게 내가 번 돈들이 허탈하게 날아갔다. 개명 한 달 전에.

일주일을 넘게 앓았다. 주위에 말을 할 수도 없고 부모님께는 더더욱 말도 못 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이 돈으로 세계 여행을 했겠다. 런던에서 스위트 룸에 머물렀겠다. 샤넬 백을 샀겠다….’

늘 하고 싶어도 주저하고 하지 못했던 소비들이 그리웠다.

차라리 그런 소비를 해서 돈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잃어버릴 돈도 없었을 것 아닌가… 어리석은 생각들의 연속이 타래를 만들어갔다.


인생의 비극의 끝이 더 이상은 없을 것 같았다.

하염없이 울어도 내 돈을 돌려주진 않을 것이다.

내가 우리 삼촌이 경찰 청장인데  돈을 내놓으라고 해도 묵묵부답이다.

마치 초등학생이 티 나는 거짓말 하는 것처럼 폭으로도 넘어갔겠다.

내가 받았던 이메일도 감쪽같이 내 메일함에 사라졌다.


경찰도 범국가적으로 보이스피싱이 이루어져서 , 잡기가 힘들다고 했다.

위로 아닌 위로로 주위 학교의 선생님도 지금 몇 천의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나 정도는 그냥 비싼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삶이 자전거 바퀴를 끝없이 흙탕물 위에서 밟아 나아가도,

다시 또 비가 와서 진흙탕으로 만들어 그 위를 밟고 나아가라 한다.

이 삶의 끝은 도대체 어디며 내가 있는 비극의 더 심연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자전거 바퀴를 더 이상 밟을 힘도,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삶의 동아줄을 누군가가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아야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내 가족이 건강하면 되었다! 다시 절벽을 타고 손에 피투성이와 굳은살이 베긴 채 올라갔다.


그렇지만 내 힘으로 되지 않는 무언가를 세상의 힘을 빌리고 싶단 걸 처음으로 느꼈다.

‘그래. 새 이름으로 새롭게 살자. 이제 진짜 새 이름으로 저 태양을 향해 다시 힘차게 걸어 나가자.’


철학관에서도 늘 이름을 바꾸면 좋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매번 귓등으로 듣던 말이 삶의 끝자락에 떨어진 것 같을 땐

미신이 아니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갑자기 와닿게 되었다.


그래서 개명을 했다. 보이스 피싱 트라우마가 개명과 겹쳐져서 불과 내 바뀐 이름으로 법적으로 살 수 있는 때가 한 달이나 늦춰줬지만.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는지. 진짜 서류를 덜 냈는데 전화를 해도 계속 거절을 누르더라고요.”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이야기했다. 내 속사정은 깊게 이야기 못 하고 너무 죄송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보이스피싱 전화인 줄 알고 진짜 법원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보이스 피싱 이놈 새끼들. 진짜로 믿어야 할 상황도 이젠 모든 의심에 신뢰에 대한 태클을 걸게 한다.


그렇게 나는 새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나의 과거 이름을 실수로 부르기도 한다. 괜찮다. 충분이 이해한다.

나도 30년을 나의 과거 이름으로 살아왔기에 새 이름이 익숙해지진 않았다.

그래도 새 이름이 좋다.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고 변화가 있었나요?”

간간히 듣는 질문이다.


정답은 세모다. 초반엔 갑자기 내가 원하던 바를 다 이루게 되어 ‘와 이름 바꾸길 잘했다.‘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원하던 어학연수에 합격을 하고, 내가 원하던 학교에 지원을 해서 그곳에 발령을 받고.

하지만 생각하면 그것이 이름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거고,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내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고도 싶다.

영어 어학연수에 합격하기 위해 방학 때 쉬지 않고 영어공부를 했으니.

원하는 곳에 발령받기 위해 여러 가지 대회에 입상하여 점수를 쌓고 모았으니.



이름을 바꾼 후반기는 사실 지금 너무 힘들다. 원하던 학교에 발령을 받아 왔는데,

일이 폭탄처럼 쏟아져서 쉴 새 없이 나의 존재성을 망각하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 건가? 회의감에 사로잡혀 눈물로 지새우곤 했다.

어쩌면 새 이름으로 내 인생의 가장 달콤했던 6개월과 내 인생의 가장 바쁘고 외로운 6개월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새 이름을 더럽히고 싶진 않다. 내가 내 마음으로 새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

운명을 믿고 싶지도 않다. 다시 또 다른 이름으로 바꿀 수 없진 않는가.

이름 바꾸는 게 얼마나 많은 과정이 소요되는지 몸소 체험해 봐서 안다. ^^


내 인생은 이름을 바꾸어도 여전히 시시포스 같다.

아무리 높은 곳을 향해 돌을 굴려 두어도 떨어지는 돌을 끊임없이 다시 굴려야 하는..


하지만 새 이름으로 오늘도 모든 게 다 나의 그릇된 생각이었음을. 계속 나에게만 힘든 일이 생긴다는 원망과 착각과 비탄의 밧줄로.

날을 꽁꽁 묶었기에 내가 벗어날 수 없었음을. 이름 때문이 아니라 다 나의 어리석음 때문이었음을.

그렇다고 너무 비관하지도 않는다. 나는 나대로 진짜

‘에이 이 돌 그만 굴리자.’ 포기한 적은 없다. 어떻게든 “깡”으로 돌을 굴리고 또 밀어내 언덕까지 늘 나아간다.


아무리 내 인생의 철책을 휘둘러대도 휘둘리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가리.

새 이름으로 내 인생의 빛을 향해 오늘도 씩씩하게 돌을 굴려 앞으로 나아가리.

이 돌들이 닳아서 가벼워질 때쯤 언덕에서 드넓은 봄날의 평야가 주는 따뜻한 내음을 만끽하리.


이름을 바꾸려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 새 이름으로 단단하게 다시 시작하고 싶으면 바꾸어도 좋습니다. ^^

철학적인 효과는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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