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절 등기를 믿고 거래하면 정말 안전할까요

등기의 공신력

by 한상영변호사

6절 등기를 믿고 거래하면 정말 안전할까요 - 등기의 공신력


내 집을 사거나 팔 때, 등기부만 믿고 덜컥 거래했다가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어요. 등기의 '공신력'이 왜 중요하고, 어떤 경우에 보호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안전한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답니다.


1. '등기의 공신력'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지난 시간에 등기부에 적힌 내용은 일단 진짜라고 믿을 수 있는 힘('추정력')이 있다고 배웠죠? 그래서 아무도 그 등기가 잘못됐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고 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등기를 믿고 어떤 물건을 샀을 때, 사는 사람은 항상 안전하게 보호될까요? 예를 들어 볼까요? A (진짜 주인) - B (나쁜 사람) - C (산 사람)

만약 B라는 나쁜 사람이 서류를 위조해서 자기 이름으로 몰래 등기를 해 놓은 거예요. 그리고 이 등기가 진짜인 줄 믿은 C라는 친구가 B에게서 이 건물을 샀다고 해봐요. 이럴 때, 비록 B의 등기가 원래는 거짓말이라서 무효라고 해도(즉, B는 진짜 주인이 아니죠? 진짜 주인은 여전히 A예요), 등기부에 B의 이름이 있으니 그걸 믿고 산 C도 당연히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는 것 같죠? 이렇게 등기부에 적힌 내용을 믿고 거래한 사람(C)을 보호해 주는 것을 '등기의 공신력'이라고 불러요. 만약 등기의 공신력이 있다면, 착하게 등기를 믿고 산 사람(C)은 보호를 받지만, 원래의 진짜 주인(A)은 자기 권리를 잃게 되는 거예요.


2. 그런데 등기에는 공신력이 없어요!


하지만 우리 민법이라는 법은 조금 다르게 정해 놓았답니다. 움직이는 물건(동산), 예를 들어 휴대폰이나 시계 같은 것들은 사고파는 일이 아주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법은 착한 마음으로 물건을 산 사람(제3자)을 보호해 주는 규칙을 만들었어요. 이걸 '선의취득'이라고 불러요(민법 제249조).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물건(부동산), 즉 건물이나 땅은 아주 비싸고 움직이기도 어려워서 휴대폰처럼 자주 사고팔지 않죠? 그래서 부동산에 대해서는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즉, 등기만 믿고 샀다고 해서 무조건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에요. 왜냐하면 부동산은 워낙 비싸고 중요하기 때문에, 착하게 거래한 사람(C)을 보호하는 것보다 원래의 진짜 주인(A)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랍니다. 이렇게 부동산에는 공신력이 없으므로, 진짜 주인(A)이 설령 억울하게 자기 권리를 잃었더라도 다시 되찾아 올 수 있어요.


3. 등기의 공신력 부정의 결과


예를 들어 볼까요? 지금 A라는 사람이 자기 집을 가지고 있고, 등기부에도 A 이름으로 주인이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A의 형제인 B가 거짓으로 집을 사고판 서류를 만들어서, B 자기 이름으로 몰래 집 주인 등기를 해 놓았어요. 그리고 나중에 B가 그 집을 돈을 받고 C에게 팔아버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런 경우, 원래의 진짜 주인인 AB의 등기가 거짓 서류로 된 가짜 매매(가짜로 사고판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효력이 없다('원인 무효'라고 불러요)고 주장할 수 있어요(사고판다는 법적인 행동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인 거예요. 누구에게나 무효라고 말할 수 있어서 '절대적 무효'라고도 한답니다).


그래서 AB에게 "네 이름으로 된 등기를 지워줘!" 하고 법원에 요청할 수 있어요. (이런 요청을 '말소등기청구'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C에 대해서도 직전에 B의 등기가 아무 효력이 없으므로 C는 진짜 주인이 아닌 B로부터 주인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하며, C의 등기도 지워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수 있어요(이것 역시 '말소등기청구'라고 한답니다). BC의 등기가 모두 지워지면, 원래의 진짜 주인인 A의 등기만 유효하게 남게 되는 거예요. 이런 결과는 등기의 공신력(공신의 원칙)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랍니다. 이런 '절대적 무효'인 경우에는 진짜 주인(A)이 자기 물건의 주인으로서 요청하는 것이므로, "소송을 걸 수 있는 기간이 지났어!" 하고 말하는 '소멸시효'라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아요(보통 일반적인 돈과 관련된 약속은 10년이 지나면 없어져요).


4. 부동산 거래할 때 조심할 점


내 집을 살 때는 등기부만 믿지 말고, '절대적 무효'가 될 만한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해요. 조금만 신경 쓰면 혹시 모를 위험에서 내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답니다.


등기부에 적힌 내용은 일단 진짜라고 믿을 수 있는 힘('추정력')이 중요하다고 배웠죠? 하지만 만약 그 등기에 '절대적 무효'라는 아주 큰 문제가 있다면, 그 등기가 진짜라고 믿고 사고판 이후의 거래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등기가 지워질 수도 있다는 점을 꼭 조심해야 해요.

'절대적 무효'란 무엇일까요? 그래서 실제로 부동산을 사고팔 때,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들은 파는 사람의 등기만 보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파는 사람보다 전에 있었던 등기들에도 혹시나 '절대적 무효'가 될 만한 큰 문제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해요. '절대적 무효'가 인정되는 다른 예로는 이런 것들이 있어요.


사회 질서에 어긋나는 약속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우리 사회의 상식이나 도덕에 맞지 않는 아주 나쁜 약속은 법으로 인정하지 않아요(민법 제103조)

너무 불공평한 약속 (불공정 법률행위): 힘든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서 너무 심하게 이득을 보려고 한 약속은 법으로 인정하지 않아요(민법 제104조)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한 약속 (의사 무능력자의 법률행위): 어린 아기나 너무 심하게 아파서 자기 생각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사람이 한 약속은 당연히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답니다(법에 딱 쓰여 있지는 않지만 당연히 그래요)


5. 등기를 믿고 거래해도 안전한 경우도 있어요!


부동산 거래 시 등기의 '공신력'이 항상 부정되는 것은 아니에요. 특정 상황에서는 등기를 믿고 거래한 제3자가 보호받기도 한답니다. 이 예외적인 상황들을 알아두면 보다 안전하게 내 집을 거래할 수 있어요.


(1) 착한 세 번째 사람(선의의 제3자)은 보호될까요?


그런데 민법은 거래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공신력(등기를 믿고 거래한 사람을 보호해 주는 힘)이 사실상 인정되는 몇 가지 특별한 경우를 정해 놓았어요. 예를 들어 볼까요? A와 B가 실제로는 A가 B에게 등기를 넘겨줄 마음이 전혀 없는데도, 둘이 서로 짜고서('통정한다'고 해요) B의 이름으로 등기를 해 놓은 경우가 있어요(보통 A가 빚이 많아서 빚쟁이들에게 재산을 빼앗길까 봐 B에게 부탁을 하여 이런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것을 '통정허위표시'라고 불러요(민법 제108조).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착한 사람 C가 B의 등기를 진짜라고 믿고 거래(예: 부동산을 샀어요)를 하면, 법은 C를 보호해 주는 특별한 규칙을 두고 있어요(민법 제108조 제2항). 이때, 만약 A가 "C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주장하려면, C가 사실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A가 직접 증명해야 해요(대법원 2006. 3. 10. 2002다1321 판례)


* 공신력이 사실상 인정되는 경우


이렇게 공신력이라는 특별한 힘이 인정되는 경우로는 이런 것들이 있어요.


진심이 아닌데 말한 약속 (비진의 의사표시): 마음속 생각과 다르게 말한 것이 무효가 될 때도 착한 세 번째 사람(제3자)은 보호돼요(민법 제107조 제2항)

착각해서 한 약속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착각 때문에 약속을 취소할 수 있을 때도 착한 세 번째 사람(제3자)은 보호돼요(민법 제109조 제2항)

거짓말이나 강제로 하게 된 약속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속거나 협박 때문에 약속을 취소할 수 있을 때도 착한 세 번째 사람(제3자)은 보호돼요(제110조 제2항)


이런 경우에는 세 번째 사람(제3자)을 상대로 '무효'나 '취소'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 무효'나 '상대적 취소'라고 부른답니다. 특히, 어떤 계약을 아예 없던 것으로 돌릴 때(이것을 '해제'나 '해지'라고 해요)는 세 번째 사람은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상관없이 모두 보호돼요(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 따라서 이처럼 예외적으로 사실상 공신력이라는 특별한 힘이 인정되는 경우(상대적 무효, 상대적 취소, 계약 해제나 해지)에는 원래의 진짜 주인(A)은 조심해야 해요. 즉, 원래의 진짜 주인 A는 B에게 등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이 계약은 무효야!" "취소할래!" "없던 일로 하자!" 등이라고 말하면서 B의 등기를 지워달라고 해서 다시 A의 이름으로 등기를 되찾을 수 있어요(이런 요청을 말소등기청구권이라고 한답니다). 하지만 만약 B가 또 다른 사람인 C에게 부동산을 팔아서 C에게 등기가 넘어가 버린 경우에는, A는 C의 등기를 지워달라고(말소등기청국둰) 요청할 수 없어서 자기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영원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해요. 이 경우 A는 C에게 부동산의 권리를 넘겨버린 B에게 "내가 손해 본 돈을 돌려줘!" 하고 돈을 달라고만 할 수 있을 뿐이랍니다.


(2) 착한 세 번째 사람(C)에게서 산 나쁜 네 번째 사람(D)은 보호될까요?


A (진짜 주인) -> B (나쁜 사람) -> C (착한 사람) -> D (네 번째 사람: 나쁜 사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특별한 경우에는 착한 세 번째 사람(계약 해제나 해지 때는 착한지 나쁜지 상관없어요)(C)이 주인이 될 권리를 제대로 가지게 된다고 했죠? 이렇게 되면 네 번째 사람(D)은 진짜 주인이 된 C로부터 부동산을 샀기 때문에, D가 B의 행동에 대해 나쁜 것을 알고 있었더라도 주인이 될 권리를 확실하게 가질 수 있어요(마치 착한 사람 C가 나쁜 D를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해서 '엄폐물의 법칙'이라고도 불러요). 진짜 주인이 된 C에게서 권리를 넘겨받았으니 D도 보호돼요.


(3) 나쁜 세 번째 사람(C)에게서 산 나쁜 네 번째 사람(D)은 보호될까요?


A (진짜 주인)--> B (나쁜 사람) -> C (나쁜 사람) -> D (네 번째 사람: 나쁜 사람)


이 경우는 아까와는 다르게 C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C는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될 권리를 제대로 얻지 못한 상태예요. 그래서 네 번째 사람 D는 C로부터 진짜 주인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넘겨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네 번째 사람 D가 B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나쁜 것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D는 보호받는 세 번째 사람(제3자)이 될 수 없답니다. 따라서 진짜 주인(A)은 네 번째 사람(D)에게 "부동산 등기를 지워줘!" 하고 요청해서 자기 부동산 주인의 권리를 다시 찾을 수 있어요 (B와 C에게도 차례대로 말소등기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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