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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일 Dec 19. 2016

달라진 세상 + 열린 생각 = 새로운 미디어

독립 미디어 제작자로 활동하려는 사람들에게

세상 모든 영상 콘텐츠는 스마트폰으로 모이고 있다

달라진 세상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캠코더가 보급되던 20년 전에 비해,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8년 전에 비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영상물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IPTV를 통해 다양한 크기의 화면들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1시간 2시간 되던 드라마와 영화는 10분 5분 1분짜리 동영상 클립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극장이나 거실에서 여럿이 함께 보던 습관은 버스와 전철 안에서, 카페에서,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으로 혼자 보는 습관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영상이나 소식을 접하면 게시판에 올리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을 통해 열심히 퍼 나르며 타인과 함께 즐기기를 원합니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시청자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찾아다닙니다. 인류가 미디어를 접하는 방식은 세상이 변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디어 제작 방식, 유통/배급 방식은 어떤가요. 또 미디어 교육은 어떤가요. 수용자/소비자들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아예 다른 인류로 진화하고 있는데, 사용하는 도구만 시대를 따라갈 뿐 담긴 이야기나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구시대의 방식이 아닌가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달라진 환경을 이야기하고 새로 등장하는 기술을 소개하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미디어에 관심이 많고 직접 배우고 제작하는 분들이라면 흥미를 느낄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넘기기(skip)와 싸워서 살아남기

  최근 미국 텔레비전 쇼 최고 시상식인 에미상에 새로운 분야가 신설됐습니다. ‘숏폼’(short form)’, 즉 짧은 분량의 콘텐츠를 대상으로 여섯 개의 상이 수여되는데 이는 인터넷과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유튜브 영상, 웹드라마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굳이 미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을 되돌아보면 극장이나 텔레비전에서 보는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비중은 줄고 있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다양한 장르의 짧은 영상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일반인들이 만든 영상이나 1인 방송 BJ들이 올린 영상도 열심히 시청하는 것을 보면 방송국이나 대형 프로덕션에 대한 의존도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꼭 유명한 출연자가 나오거나 훌륭한 완성도를 갖지 않아도 재미만 있으면 모든 게 용서됩니다. 그러다 보니 신문과 방송에선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백만천만 단위로 올라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미국에선 인기 유튜버가 할리우드 스타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고 심지어는 영화 주인공이 되거나 단독 콘서트를 연다고도 합니다. 시청률 1%를 올리기 위해서, 관객 몇 만 명을 더 끌어오기 위해서 엄청난 비용을 투입했던 기존 미디어 업계에선 이해할 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요즘 사람들은 8초 이상 흥미를 유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입니다.(참고1) 시청자들에게 간택되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재미를 주어야 합니다. 조금만 재미가 없다 싶으면 뒤로 가기 버튼이나 넘기기 버튼을 누르고 마니까요. 사람들의 집중력 부족을 탓하거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현상을 안타까워할 수 있겠지만 왜 그들이 변하고 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거나 연구하는 것도 미디어 제작자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이란 건 이야기를 받아주는 독자나 시청자가 존재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니까요.

  자본으로 무장한 기업들은 발 빠르게 진화한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수천수만 가지의 선택지를 들이밀며 ‘이래도 네가 보고 싶은 게 없냐’며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던 취향을 발견하게 도와줍니다. 사람들이 커다란 텔레비전 앞을 떠난 것을 깨닫고는 작은 스마트폰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멀리서 찍기(롱샷)보다 가까이 찍기(클로즈업)를 자주 쓰고, 소리에 집중하지 않아도 이야기나 정보를 놓치지 않게 해주려고 예쁜 자막과 효과적인 그래픽 요소를 집어넣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빠른 진행의 이야기와 끊어 봐도 될 정도로 짧은 에피소드 위주의 작품을 만들기도 합니다.(참고2)

  무엇보다 요즘 콘텐츠의 핵심이자 지상 과제는 공유입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고 잘 만들었다 하더라도 공유하기가 어려우면 파급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용물도 충실해야겠지만 유튜브처럼 대형 사이트에 올린 뒤 목록에 보이는 썸네일(미리보기) 그림도 ‘누름 직하게’ 만들어야 하고, 내용과 관련된 핵심 낱말을 태그(tag)로 달아야 하고, 이곳저곳에 열심히 퍼 날라야 합니다. 전문용어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라고도 부르긴 하지만 원래 우리 인류는 이야기를 그렇게 전달하지 않았나요? 구전(口碑)이라는 방식으로. 아,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요즘 미디어 소비자들은 지인들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더 신뢰한다고 합니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최첨단 기술로 움직이는 SNS 공간에서 고전적 방식인 구전으로 전파되는 이야기가 더 인기가 많다는 역설은 참 재미있습니다.


'여친 카메라' 앱 실행 화면

쉽게 만들기

  스마트폰 보급 초기에 화제가 됐던 ‘여친 카메라’라는 앱이 있습니다. 데이트 중에 연인을 예쁘게 찍어주고 싶지만 사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는 용도의 앱인데, 보통의 카메라와는 다르게 인물의 포즈가 그려진 화면 속 안내선이 특징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안내선 대로 자세를 잡은 뒤에 촬영하면 예제 사진처럼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죠. 사교육에 의존하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 같아 살짝 아쉽긴 하지만 사진 교육 기회가 없던 사람들을 위해서는 대단히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Youtube Director for business' 앱 실행화면

  올해 유튜브에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위한 홍보영상 제작 앱인 ‘Youtube Director for business’를 출시했습니다.(참고3) ‘여친 카메라’처럼 따라 하기만 하면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이 앱의 특징입니다. 홍보영상을 만들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기획안을 만들고, 장비를 마련하고, 촬영을 위한 준비를 하고, 공간/등장인물/상품을 촬영하고, 자막이나 목소리로 설명을 하고, 찍은 영상을 편집하고, 적당한 음악이나 효과를 집어넣고…. 비용을 들여 전문가에게 맡긴다 하더라도 이 과정은 고스란히 거쳐야 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도전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튜브의 ‘Director’ 앱을 이용한다면 아주 간단합니다. 앱에 들어가서 예제 영상을 보다가 원하는 방식을 고른 뒤 시키는 대로 녹화버튼을 누르거나 내레이션을 하거나 자막만 입력하면 됩니다. 심지어는 각 컷 별로 촬영하거나 내레이션을 넣을 시간 분량까지 알려주고, 여자 친구 카메라처럼 촬영 구도를 안내선으로 알려주고, 모든 촬영이 끝나면 알아서 편집까지 하고 유튜브에 업로드를 해주니 영상편집 기술을 모르는 사람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생방송은 어떤가요. 예전에는 방송국만 할 수 있었고, 무선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로는 캠코더와 노트북 PC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는 있었지만 일정 수준의 이상의 기술을 알아야 했고 은근히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됩니다. 아프리카 TV나 페이스북, 유튜브 라이브 앱만 깔면 누구나 생방송을 할 수 있습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움직이면서도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방송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사건/사고 현장이나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방송국 중계차를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미디어 리터러시(문맹) 해소 혹은 미디어 민주주의의 확산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전문가들이 독점하던 기술과 권력을 시민들이 갖게 되어 누구나 쉽게 미디어의 생산자가 됨으로써 시민들이 표현의 주체가 되고 소통의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미디어 민주주의의 시작은 이런 쉬운 앱처럼 미디어 제작을 쉽게 도와주는 기술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앱(app)도 미디어

  2017년부터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코딩 교육이 도입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사회가 빨리 변하고 IT산업이 인기 있다고 해도 굳이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사람의 적성은 저마다 다르니까요. 모든 사람이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가 될 수도 없고요.  또 미국에서야 능력 있는 프로그래머가 억대 연봉 받는 일이 흔한 일이지만 한국에선 야근과 철야가 일상인 한낱 ‘직장인’이라는 것도 잊으면 안 되겠죠. 이런 움직임은 아마도 IT산업이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프로그래머 수요가 공급을 앞설 것 같으니 이 기회에 대량으로 프로그래머 인력을 양성하여 좀 더 저렴한 비용에 ‘인적 자원’을 공급해보자는 정부와 산업계의 음모가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시각을 달리해 보면 어떨까요. 경제적/산업적 시각이 아니라 미디어 활동을 둘러싼 교육/복지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텔레비전, 동영상, 음악, 라디오, 팟캐스트를 접하지 않는 날은 있어도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지 않는 날은 없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까지 가지 않더라도 대중교통 안내 화면, 각종 카드와 돈이 오가는 곳의 결제시스템, 각종 탈 것에 내장된 전자제어시스템, 블랙박스 카메라, 심지어는 체중계와 냉장고까지 세상 모든 곳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소위 앱(application)이 모든 걸 흡수하여 거대해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소프트웨어를 무시하거나 마냥 모른 채 살아도 되는 걸까요? 일상에서 매일 만나게 되는 앱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쉽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서는 직접 만드는 것을 배우지 않고 살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정부와 기업과 전문가들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텔레비전이 보급되고 방송국이 늘어나도 시민들이 고작 리모컨만 만지작거린다면 사회가 바뀌는 게 아무것도 없듯,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급된다 하더라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온전한 참여 민주주의의 실현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첨단기술이 들어간 뉴미디어일수록 소득계층별 지역별 연령별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생각 열기

  3D 프린터, 드론, 가상현실,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IPTV, 4K…. 나날이 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유행도 읽고, 새로운 기술도 공부하고, 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리하도록 돕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나와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민주 시민 되는 길은 원래 어렵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타인과 소통해야 하고 새로운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익숙하고 편한 것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의 장점을 찾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시대에 어울리는 활동을 하고 도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디 미디어 활동을 하는 여러분이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기술을 찾아서 여러분 자신이 새로운 미디어가 되시길 바랍니다.


'sit with us' 앱을 만든 Natalie Hampton / 사진 출처 :Gene Blevins




참고1) ‘인간의 집중 시간 금붕어보다 짧아졌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it/691683.html

참고2) 짧은 영상의 좋은 사례. BBC 인스타그램 뉴스 https://www.instagram.com/bbcnews / 스브스뉴스 https://goo.gl/0ER2Uz / 72초 TV https://goo.gl/wHlsLB

참고3) 2016년 11월 현재는 애플 iOS용만 나와 있습니다.

참고4) 예전에는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개선하고 싶으면 영상물을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직접 앱을 만듭니다. 학창 시절에 왕따 경험을 겪은 한국과 미국의 두 여학생이 만든 앱 ‘홀딩파이브’ https://goo.gl/GwHzvD 와 ‘Sit with us’  https://goo.gl/KEjbK5 사례

참고5) 코딩 교육에 대한 칼럼(영문) 중 “코딩 교육을 재미있다고, 놀이처럼 즐기면 된다고 하는 건 위험하다. 다른 과학기술 분야처럼 정교해야 하고 논리적으로도 빈틈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고로 이 말은 거짓말이다…. 단순 프로그래머 양성으로 흐를 경우 값싼 노동자만 양산할 뿐이다.” https://goo.gl/amS1tM

참고6) 코딩 교육에 대한 필자의 시각이 담긴 ACT! 학습소설 http://actmediact.tistory.com/240

참고7)Youtube Director for business 앱 소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2Qy5FiHZQ6M&t=3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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