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레이밍(Reframing)
이 글은 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119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s://actmediact.tistory.com/1454?category=1111331
세상은 변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네모난 TV 화면만을 통해서 미디어 콘텐츠를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 세로 화면으로 보거나, VR 등 기기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을 소비한다. 하지만 미디어 교재를 보면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의 제작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프레임이다. ‘카메라 뷰파인더나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의 경계’를 뜻하는 프레임은 16:10, 4:3 등등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넓은 직사각형 형태라는 것에 큰 변화는 없었다. 촬영할 때도 이 직사각형의 프레임에서 헤드룸을 얼마정도의 비율로 두고, 피사체의 위치에 따라서 풀샷, 바스트샷, 롱샷 등으로 구분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프레임 개념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가로 세로를 자유롭게 전환하며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인 퀴비가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촬영 후에 프레임을 바꿀 수 있는 기술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해외 사례를 소개한다. 한국의 미디어운동 영역에서도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많아질 것을 기대한다.
2020년 초에 공개된 가로/세로 자동 전환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10분 이내에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공급하겠다는 의미로 Quibi(Quick+Bite)란 이름을 갖고 있다.
새로운 동영상 플랫폼 퀴비는 전통적인 가로형 비디오와 스마트폰 이후 대중화된 세로형 비디오를 모두 제공하면서 화면 비율이 바뀔 때마다 최적의 구도와 별도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때문에 새로운 미디어 소비 방식이면서 시청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전제로 스토리텔링을 위한 새로운 영상 문법까지 담아낼 플랫폼이 될 것이다.
여러 유명 할리웃 제작자의 참여와 수천 개의 콘텐츠 공급 계획으로 미디어 플랫폼 시장에 충격을 주겠다고 선언했지만 과연 미디어 제작자들은 시청자가 임의로 작품을 소비하는 시청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야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수시로 스마트폰 화면을 돌릴까. 사업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 인터랙티브 무비, 세로 라이브, 틱톡까지 미디어 생산/소비/유통의 변화에 발맞추려는 노력은 계속 되고 있는데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 퀴비 공식 사이트 quibi.com Quibi - Quick bites. Big stories. Quick bites of captivating entertainment, created for mobile by the best talent, designed to fit perfectly into any moment of your day. quibi.com
이미 촬영된 그림이나 영상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거나 특정 부분을 확대하는 등의 편집 기술.
데이비드 핀처 감독을 비롯한 여러 영화 제작자들은 이미 고화질 6K 카메라로 영상을 찍은 뒤 편집 단계에서 리프레이밍으로 최적의 구도를 찾는 제작 방식을 도입했다. 상영 화질보다 고화질로 원본을 촬영하기 때문에 리프레이밍할 때 열화가 거의 없다는 기술적 이점과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서 더욱 꼼꼼하게 예술가적 욕심을 부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넷플릭스 드라마 ‘마인드 헌터’ 편집 사례
- https://jonnyelwyn.co.uk/film-and-video-editing/inside-mindhunters-post-production
- Inside Mindhunter’s Post Production Inside Mindhunter’s Post Production David Fincher’s Mindhunter is a new series for Netflix that features all of his signature style and pathos. Much of that comes down to the topic at h… jonnyelwyn.co.uk
Adobe Premiere Pro CC의 최근 버전에 추가된 기능. 이 기능을 사용하면 인공지능이 영상을 분석하여 16:9, 1:1, 9:16 비율에 최적화된 화면 구도를 재구성해준다.
일반적으로 가로 영상을 세로 영상으로 바꿀 경우에 원하는 피사체의 위치가 달라지면 일일이 키프레임 기능이나 모션 트래킹 기능으로 화면 밖으로 벗어나지 않게 해주어야 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자막이나 화면 구성은 새로운 화면 구도에 맞게 작업을 해야 한다. 프리미어에 추가된 오토 리프레임 기능을 사용하면 인공지능이 영상을 분석하여 16:9, 1:1, 9:16 비율에 최적화된 화면 구도를 재구성해준다. 당연히 화면 속 피사체가 잘리는 일은 없고, 심지어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도 적절한 디지털 패닝으로 따라가며 화면에 담아준다.
‘오토 리프레임 시퀀스’를 사용하면 타임라인 속 영상 전체에도 같은 기능을 적용할 수 있는데, 한 개의 영상을 편집해서 1:1 비율의 인스타그램이나 9:16의 그밖의 SNS플랫폼용 영상으로 변환하는 작업도 아주 쉽게 끝마칠 수 있다.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 만들어서 영상 구도 바꾸고 자막과 로고 위치 옮겼던 개고생의 시간이여, 안녕~!
▮ 어도비 프리미어 오토 리프레임 기능 소개 영상 https://youtu.be/yNFFrn1WrR8
360 카메라는 두 개 이상의 렌즈로 카메라 주변의 모든 풍경을 기록한다. 이를 2D 모드로 전환해서 특정 지점을 선택하면 동시에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을 한 것처럼 보이거나 일반적인 카메라 움직임으로 담을 수 없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전후좌우뿐만 아니라 위 아래 까지 모두 촬영하는 360 카메라는 VR영상을 위한 장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반적인 2D 영상을 찍을 때도 여러 모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데 그중에서 오버캡처 리프레임(overcapture reframe) 기능은 단연 추천할 만 하다. 일반적인 2D 카메라는 카메라 렌즈가 향하는 일정 범위의 그림만 포착할 수 있다. 카메라 한 대로만 촬영을 한다면 앵글 밖에서 일어난 일은 놓칠 수밖에 없다. 반면 360 카메라는 두 개 이상의 렌즈로 카메라 주변의 모든 풍경을 기록한다. 촬영 당시에는 촬영자가 보지 못했던 내용까지 담을 수 있다. 원본 영상을 보면 부자연스러운 파노라마 영상처럼 보이지만 2D 모드로 전환해서 특정 지점을 선택하면 일반적인 2D 영상과 차이가 없다. 이를 이용하면 동시에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을 한 것처럼 보이거나 일반적인 카메라 움직임으로 담을 수 없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가령 카메라를 한 대만 사용하는 영상제작자가 공연 무대의 모습과 객석의 모습을 모두 영상에 담으려면 기존에는 무대를 찍다가 카메라를 돌려 객석을 찍는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반대편의 그림은 포기해야 한다. 반면 360 카메라를 무대 가운데에 둔다면 편집 과정에서 같은 시간대의 무대 위 이벤트와 객석 퐁경을 모두 소스로 쓸 수 있게 된다. 심지어는 고정 쇼트로 찍은 360 영상이라도 팬이나 틸트, 팔로잉 같은 카메라 움직임을 적용한 영상처럼 만들 수 있다.
리프레이밍 방법은 쉽다. 프리미어프로나 파이널컷프로 같은 컴퓨터용 편집 소프트웨어를 쓰지 않고도 360 카메라 지원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녹화된 360 비디오를 재생한 뒤 마치 현장에 있던 카메라 감독인 것처럼 손가락을 벌려 줌을 하던가 움직이는 피사체를 향해서 스마트폰을 움직이면 그대로 2D 영상으로 변환된다. 편집 소프트웨어에서 일일이 키프레임을 찍으며 움직이던 리프레임과는 다르게 직관적으로 스마트폰만 움직이면 된다.
다만, 360 영상의 원본 녹화 해상도는 4K를 넘어 그 이상으로 가고 있지만 저가 360 카메라는 2D 영상으로 변환하면 Full HD로 쓰기에도 부족한 화질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어 일반적인 2D 카메라에 근접하려면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하던가 360 카메라가 대중화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 오버캡처 리프레이밍 영상 https://youtu.be/NcNl237RKnQ
▮ 오버캡처 리프레이밍으로 만든 여행 영상 https://youtu.be/CVb45q51Wq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