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폰트로 쓴 내 손 한 뼘만큼 문자 to 담임선생님

'결혼하면 이름이 사라지는 우리나라 여성들'과 나

by 드루 바닐라

아침부터 율 담임 선생님께 깨알 폰트로 내 손 한 뼘만큼 장문의 메시지 써서 보냈다. 요일에 집착하는 난 항상 <요일+날짜, 날씨+기온> 함께 기록하는 버릇으로 -8도인 것에 놀라며 부디 감기 조심하시길 염려하면서.


어제 종일 미열이 있던 율이 하교 후 열이 오르고 어지러움을 호소해 처음으로 축구 훈련 빠지고, 나와 팔짱 끼고 함께 병원행하여 <급성 인두염> 진단과 오한이 올 수 있다는 의사의 말과 일주일치 약을 받아 든 후로 오늘 하루가 염려되어서 #5시간수면 후 메시지 쓰기 시작한 거다.


담임 선생님과 자주 메시지 주고받는 이유는 대부분 국내외 훈련 일정으로 발생하는 조퇴/결석 관련이다. 나는 우리 집 어린이와 이 아이가 속한 팀 사무실 중간쯤이고, 담임 선생님은 선생님을 포함한 체육 부장님과 교장 선생님 중간 정도다. 서로 일정을 주고받지만 나는 받은 공지와 서류 그리고 필요시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작성하여 다 같이 전달하고, 선생님은 이 서류들을 받아서 혹 수정되어야 할 지점이 있다면 내게 요청하신 후 체육 부장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께 제출하는 식이다.


오래전 브런치에 '결혼하면 이름이 사라지는 우리나라 여성들'에 관련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름이 없어지다 못해 '괴상하게 변형된' 아이 이름을 붙인 '00 언니'... 포함. 나이가 다른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사회에서 만난 관계나 학부모로 만난 사이에 친근한 표현으로 사용하는 '언니/오빠/이모/삼촌' 환영하지 않는 바이다. 내가 그들과 혈연관계도 아닐뿐더러. 내 아이 이름이 '철수'라면 난 '철수 언니'로 불렸다... 기괴하다. 어쨌든 율과 어린이집 입학식부터 '오늘날'까지 함께하고 있는 7-8명 엄마 동지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이름을 부른다는 내용이었다.


하고자 하는 말은, 이렇게 우리나라 여성들이 결혼하면서 '누구 와이프' 혹은 '누구 엄마', '아이이름+언니'...로 불리며 사는 것에 비해 나는 학교 담임 선생님과 축구 협회에 드리는 관련 서류에 내 이름과 싸인을 끊임없이 쓰고 타입핑 한다고. 일 하면서도 나는 매일 내 이름 아래 그날 스케줄을 만들어 프린트하며 종일 사용하고, 제자들도 '드루 티쳐'하고 내 이름을 부른다고. 유러피안들은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영국도 미국처럼 '엄마 아빠'를 '엄마 아빠'로 부르는 가족이 더 많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 가족은 서로 이름을 부른다. 또 시댁 어르신이 많은데 서로 이름으로 부른다. 율 어린이도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할머니를 부를 때 뒤에 꼭 그들의 이름을 넣는다. 잭도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라고 안 하고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고. 나도 잭 따라 그들의 이름을 18년째 부른다. -o-


(* -o- 는 '꺄---' 정도로 해석 추정되는 시아버지가 쓰시는 유일한 이모지. 기분 좋음을 나타내거나 영국식 농담하실 때 혹은 발랄하고 싶을 때? 붙이신다. 나도 기분 좋을 때 가끔 애용함.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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