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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이방인 Jun 02. 2024

살고 싶은 미국 치과의사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

얼떨결에

치과의사가 되었다.


겁이 난다. 이런 솔직한 글을 지금 있지도 않은 장인어른이 볼까 봐.


정신과의사 친구의 추천을 받아 휴대폰을 문 앞 바구니에 놓고, 집에 있는 동안은 휴대폰을 쓰지 않는 습관을 하기 시작했다.

가상 세계를 멀리 할수록 현세계와 더욱 가까워진다.


시애틀 바다 앞에 사람이 가장 많은 관광단지 아파트에 계약을 했다.

제 각각의 사람들, 배가 떠다니고, 석양을 보면 시간이 가는지 모른다.  

이제 예쁘고 착한 사람과 결혼하여, 어여쁜 딸 둘과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와 살면 인생이 완성되어 갈 듯하다.

그런데 뭐라 할까?

잠이 온다.

운동을 매일 하니 몸은 좋아지는데, 죽어라 스트레칭해도 키는 왜 안 커질까?

해파리 마냥 힘이 없다.

난 또다시 눈꺼풀이 감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모르겠다.

글이나 쓰자


세상에서 가장 선한 말과 다정한 생각을 네게 주고 싶다.

예쁘지 않은 것들조차 그것들을 토닥거리며 잔잔하게 풀어 들려주고 싶다.

갑자기 눈이 떠지며 힘이 난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

1. 한국인 신분으로 1년을 미국에서 일했더니, 비자문제로 미국에서 나가라고 한다.


2. 그렇게 나는 9월부터 오로지 신분유지란 이유로 관심도 없던 MBA 대학원을 출근하며 다녀야 한다.


3. 의사들이 기피하는 망해가는 치과 회사의 한 지점을 영주권 지원이란 명목으로 억지로 맡게 되었다. 영주권이 나오기 전까지 퇴사도 못한다.


4. 나이가 들어간다.


5. 결혼과 정착?   


나는 2021년 9월 <사랑을 모른 채로 사랑한다는 것>이란 책을 내고, 그 행복감에 두 번째 원고를 쓰다 현실에 휩쓸려 글쓰기를 덮어두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기독교인이 힘들 때 예수님을 찾듯이 나는 지독한 무기력함과 불안증에 구역질이나 다시 글쓰기를 찾았다.

 

내가 살아갈 이유를 하루하루 적어가면서 예전 원고에 적었던 말,


"하지만 후회란 없다. 삶이란 결국 돌고 돌며, 슬프고 억울했던 감정이나 행복했던 감정 그 모든 것들이 같은 것임을 다시금 깨닫고,

완성된 사랑보다 다만 그것을 향해가는 여정 속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것들의 소중함을 만끽하는 사람이 되길,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글 쓰는 사람이 되길..."


의 솔직한 의미를 다시 찾고 싶다.


자본주의란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큰 무대에서, 진짜 삶이 무엇인지 발버둥 치는 그저 한 인형으로써 대롱대롱 매달린 그 끈을 스스로 끊고 싶다.


나는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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