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의 불공정 약관 시정 명령으로 떠 오른 생각들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유명한 와디즈가 불공정 약관 시정 명령을 받았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제품을 받고 2주 이내에 반환이 가능해진다 즉,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가 쇼핑몰이 된 것이다. 왜 이렇게 변한걸까?
먼저 "크라우드펀딩"이 원래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보자. 위키피디아의 정의에 의하면 크라우드펀딩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Crowdfunding is the practice of funding a project or venture by raising small amounts of money from a large number of people, typically via the Internet. Crowdfunding is a form of crowdsourcing and alternative finance." - Wikipedia
"크라우드펀딩(영어: crowdfunding)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소규모 후원을 받거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이다. '소셜 펀딩'이라고도 하나,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주로 자선활동, 이벤트 개최, 상품 개발 등을 목적으로 자금을 모집한다. 투자방식 및 목적에 따라 지분투자, 대출, 보상, 후원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 위키피디아
크라우드펀딩이란 플랫폼의 본질적인 서비스는 무엇인가? 바로 "투자"이거나 "후원"을 중계하는 플랫폼이다. 즉, 그나마 쇼핑의 경험과 유사한 "보상"도 "쇼핑"라고 부르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이것은 크라우드펀딩이 "쇼핑몰"이 되는 순간 그들이 절대 원하지 않던 상황인 "환불" 요청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일반적인 쇼핑몰이 되는 순간 그들의 "본질적인 가치 제안"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는 내용을 글로벌 크라우드펀딩의 대표적인 플랫폼인 Indiegogo의 "Crowdfunding Is Not Shopping. It’s Better"을 보자. Ingiegogo도 소비자에게 크라우드펀딩을 "쇼핑"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으며 심지어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래는 그 내용의 핵심 문장들이다.
그러면 와디즈로 대변되는 한국의 크라우드펀딩은 왜 쇼핑몰이 되어버린걸까? 그럼 와디즈에서 2021년 7월 14일 현재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되는 프로젝트(?) 하나를 위의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여러분이 아래 제품의 "펀딩"에 참여한다면 위의 기준으로 다음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누적 2.8억] 전설의 그 <슬랙스>, 이번엔 린넨라이크로 돌아왔어요
1. 소비자는 후원자(backer)인가 구매자(buyer)인가?
링크의 제품은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으로 보이며, 판매사인 "텍스씨앤제이"는 업력 17년된 중소기업이다. 이렇게 건실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활동을 "후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2. 이것이 소기업(small business)을 후원하는 것일까?
다시 텍스씨앤제이의 매출은 2020년 매출은 173억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정의에 따라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매출이 100억대가 넘는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크라우드펀딩에서 얘기하는 "후원"일까?
3. 이것이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Product)에 생명(Life)을 불어넣는 것일까?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보상 프로젝트의 목적이 원래 이것이다. 즉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고 실패의 가능성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 재미있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제품의 출시를 돕는 것이었다. 그런데 위의 제품을 펀딩하는 것이 과연 이런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4. 이것이 과연 정말로 멋진 제품(Amazing deal)일까?
과연 현재 크라우드펀디에 올라온 제품 중에 미래지향적이고 신선하며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을 제시하는 멋진 제품은 얼마나될까?
5. 이들이 과연 후원하고 싶은 "창업자"일까?
[12,550%달성] 트랜스포머 펠리칸스탠드가 마지막 앵콜로 돌아왔습니다 : 지비스텔라(도매업)
위의 사례도 와디즈에서 성공적으로 펀딩(?)에 성공한 제품으로, 해당 기업인 지비스텔라는 링크의 자료를 참고하면 우리가 후원하고 싶은 소기업이기는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 기업이라기 보다는 수입해서 판매하는 도매상으로 보인다. 이런 기업을 우리가 "후원"해야 하는 창업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건 후원이 아니라 "구매"하고 싶은 상품일 뿐이다.
6. 1달 이내에 배달되는 제품이 우리가 "후원"할만한 새로운 브랜드인가?
크라우드펀딩에서 원래 "펀딩"의 의미는 새로운 브랜드와 도전적인 제품을 후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후원"이란 실패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해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이것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이해하는 소비자의 활동이다.
7. 이들은 나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품일까?
크라우드펀딩에서 제품이 출시되기 훨씬 전에 참여하지만 그럼에도 후원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위의 사례가 보여주는 "쇼핑"은 내 의견을 반영하기에는 너무 짦은 기간안에 완벽한 제품(?)이 배달된다.
8. 이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을 후원하는 것일까?
크라우드펀딩이 주장했던 것은 바로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제품에 대한 "후원"이거나 또는 의미있는 예술의 작품, 영화, 음악 또는 사회에 가치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이었다. 이런 모든 "후원"은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본질적인 가치가 아니었다. 바로 "혁신"에 대한 "후원"이다.
따라서 와디즈에 대한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 명령은 정당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와디즈에서 소비자가 위와 같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더 이상 펀딩이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동구매 쇼핑몰이다.
이런 와디즈의 사례에서 다른 창업자가 배워할 점은 무엇일까?
첫째, 사업의 본질을 알고 그것의 가치를 일관성있게 제공해야 한다.
둘때, 만약 성장하면서 가치가 변화한다면 솔직하게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셋째, 스타트업이 성장을 유지해야 하지만, 그렇지만 기업의 진정성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언젠가 한번 얘기하고 싶었던 내용을 정리하는 퓨처워커
2021년 7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