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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oo Mar 21. 2024

ADHD인의 변화(1): 뇌 내 도로 환경 재구축

지백이 대화방의 ADHD인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바라는 모습은 제각기 다양하겠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매일 해야 하는 여러 일들(복습, 운동, 독서, 설거지, 방 청소 등)을 매일 해나가야 합니다. 그 일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하루 정도 안 해도 큰일이 날 거 같지 않은 데다가, ADHD인 특성상 유튜브, SNS, 게임, 술 등 많은 유혹거리에 주의를 잃기 쉽다 보니, 하루 이틀 계속 미룹니다. 그러다가 더 미룰 수가 없는 순간에 도달했을 때, 마지못해 몰아서 대충 해치웁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시 실망합니다.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다른 모습이 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내원하고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지만, 결국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좌절감, 불안함, 우울함 그리고 초조함 등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압도합니다.

ADHD인들은 자라면서,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반복해서 받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자신이 의지가 없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의지가 없다면 도전하지 않으며 좌절감도 없을 겁니다. 머릿속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자신을 바꾸고 싶은 의지로 가득하지만, 왠지 모르게 몸이 따라오질 않지요.) 그래서 자신의 의지를 탓하며 자신을 계몽시킬 자기계발서를 찾아다니며 늘 가까이 두곤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왠지 나를 뺀 모든 사람은 각자의 목표를 순탄하게 이루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원흉이 내가 가진 ADHD라는 생각에 더욱 비참합니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하락하면서 다음 목표를 이루는 게 더 어려워집니다. 빈곤의 악순환이지요. 그러나 위 생각처럼 일반인이라고 해도 계획한 대로 늘 성취만 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건 ADHD가 있든 없든 모두에게 어렵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되고 싶은 모습’과 ‘지금 모습’ 사이에 괴리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 선택과 행동들의 누적된 모습이지요. 수십 년간 유지해온 나의 모습을 바꾸는 건 우리 뇌의 입장에서는 아주 성가신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성가신 일은 피하도록 진화되었습니다.

뇌에는 수많은 신경전달 경로들이 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반복했던 행동, 생각 등에 해당하는 경로는 아주 잘 만들어진 도로와 같습니다. 내가 자주 한 행동일수록 관련된 신경전달 경로는, 깨끗하게 관리된 8차선 고속도로 같은 모습입니다. 내 안에 내비게이션은 자연스럽게 그 길로 나를 안내합니다. 또한, 뇌는 고속도로가 생길 정도로 반복된 행동을 가치 있는 일, 중요한 일이라고 인식합니다. 내 인생에 그것이 도움은 커녕 피해만 가져오고 있다하더라도 말이지요. (어른이라면 이미 뇌에는 수많은 고속도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많을수록, 내가 살아온 모습을 바꾸기 더 어렵습니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상황에 좌절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앞으로 남은 인생 중, 가장 적은 도로가 있는 상태라는 것을 떠올리세요.)

다른 나로 변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없던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해야 겨우 습관이 됩니다. 이는 큰 나무와 가시덤불로 가득한 우거진 숲을 가로질러, 길을 만드는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반복하다 보면 고속도로가 만들어질 겁니다. 따라서 아무 길도 없는 울창한 숲에 작은 오솔길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목표이며, 이는 누구에게나 매우 녹록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은 울창한 숲에 고속도로를 놓는 일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끊고 싶은 버릇, 해로운 중독, 나쁜 루틴은 이미 만들어진 고속도로입니다. 잠시 방심이라도 하면 자동사고가 켜져서 익숙한 길로 가게 됩니다. 위기가 올 때마다 현명하게 대처하여 이 길을 계속 내버려둔다면 어떻게 될까요? 관리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로의 시멘트가 깨지고 그 사이사이 풀과 나무가 자랄 겁니다. 그렇게 점점 머릿속에서 잊히겠지요. 그러나 한번 도로가 생긴 장소는 도로가 없던 처음의 상태로 원상복구 되지 않습니다. 어쩌다 그 해로운 길로 몇 번 빠지게 되면, 그 도로는 금세 보수를 마친 깨끗한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예전엔 그거(쇼핑, 게임, 알코올, 주식, 도박 등) 하면서 시간과 돈을 많이 낭비했지. 그런데 난 예전의 내가 아니야. 나는 완전하게 달라졌어.’라는 생각과 말을 함부로 하지 마세요. 방심하지 마십시오. 자만하지 않습니다.

지금 와서 어쩌겠습니까? 아무 도로가 없는 신생아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내 뇌 안에, 새로운 도로공사를 신중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충동성과 호기심에 시작한 행동으로 시작한 오솔길이 1차선 되고 2차선, 4차선, 8차선 되는 거 금방입니다. 마약 등 약물중독처럼 아주 자극적인 경험은 단 1회만으로도 중간 과정 다 생략하고 8차선, 아니 1,000차선(=정상적인 과정으로 존재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도로)이 바로 생깁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깨끗하게 관리된 익숙한 버릇 길로 빠질 것 같은 위기 순간이나 울퉁불퉁하고 험난한 성장 길을 피하고 싶은 순간마다, 나의 뇌 안에 지금과 미래의 도로 이미지를 떠올려보세요. 도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떠올릴수록,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다음에는 ADHD인이 각자의 비전으로 향하는 꿈길(오솔길) 개척을 위해 알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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