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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oo Apr 18. 2024

Q 업무 속도가 느려서 걱정돼요.

(+ ADHD인의 인지적 오류 유형)


Q: 지금 취준생인데 고민이 있습니다. 제가 알바하면서 업무속도가 많이 느렸습니다. 그래서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같은 평가를 받을까봐 벌써 걱정이 많네요. 회사에서 이런 지적을 받는 분이 계신가요? 이럴 땐 어떻게 개선하나요? 혹시 업무속도 느린걸로 뒷말 나와서 팀원들이랑 못 어울릴 수도 있나요? 업무가 느린 게 나아지지 않으면 트러블이 생길텐데… 그땐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Kwoo: 과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린 업무속도로 인해 많이 힘드셨군요. 괴로운 기억에 취업 후에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될까 염려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익숙하게 잘 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색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속도가 높아지는 것이니, 너무 자책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업무 대한 개인적인 성향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익숙해지는데 남들보다 오래 걸리는 업무가 있고 남들보다 수월하게 배우는 업무가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에서 동료들에 비해서 느리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업무의 어떤 단계에서 느리게 진행되었는지 분석하고, 보완할 방법을 생각해 둔다면 한결 더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혼자서 분석이 어렵다면, 당시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쩌면 고민자님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사람이 하더라도 벅찬 업무량이었거나 어려운 난이도의 업무였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때는 너무 어렵고 버거웠던 업무가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사실 할만한 것이었다고 생각될 수도 있고요. 지백이 1권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들 중 대부분은, 사실 그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닙니다.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일 뿐입니다. 내가 어려워하는 일을 능숙하게 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 역시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을 겁니다. 고민자님도 반복하는 시간이 쌓이면 익숙해질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의도적으로 유지해주세요. 

또한, 생소한 업무가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동료들과 고민자님 사이의 관계입니다. 상사나 동기들과 평소 관계가 좋아야, 업무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회식, 야유회, 등산 등 회사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성인ADHD인은 자라면서 많은 지적을 받으며 살아왔다 보니, 지적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적을 받으면 쉽게 방어적인 태도가 됩니다. 저 역시 방어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저는 지적을 받으면 ‘나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행동을 한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고 반사적으로 대응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상대방에게 급급하게 변명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지적을 받으면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개선에 집중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세요. 주변에서 도와주려고 할 겁니다. 

지금 취준생이라고 하셨으니, 지금까지 아르바이트 등 여러 업무 경험을 통해서 파악한 자신의 강점과 약점 등 성향을 잘 정리해보세요. 이를 토대로 직무를 골라서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ADHD인은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주의력이 쉽게 분산된다는 건 잘 아실 겁니다. 주의력의 초점이 돋보기의 초점처럼 모아져서 불이 붙으려고 할 때면 작은 방해에도 초점이 흩어집니다. 그리고 다시 붙으려고 하면 또 흩어지기 쉽지요. 집중이 필요할 때, 주의력 조절을 방해하는 요소가 혹시 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참고로 ADHD인의 집중을 방해하는 흔한 방해꾼으로는 ‘스마트폰의 당장 급하지 않은 알람’이 있습니다. 집중이 필요한 순간을 위해서, 이런 방해 요소들을 출근 전에 미리 제거해야 합니다. 급하지 않은 어플(유튜브, SNS, 친구의 카톡 알림 등)의 알람은 미리 꺼두세요.] 


ADHD를 진단받았든 진단받지 않았든, 사람은 누구나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합니다. 다만, ADHD를 진단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걱정과 고민의 깊이가 깊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걱정이 시작되면 주의가 의도대로 조절되지 않고,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면서 걱정하는 시간이 길어지곤 합니다.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면 충동적으로 스마트폰을 잡게 되고 할 일을 미루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면 막상 한 건 없는데 벌써 지치지요. 이런 하루가 반복되면 걱정하는 행위가 일종의 루틴이 됩니다. 걱정을 시작으로 할 일을 회피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에 스스로 익숙해지면,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속담처럼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위기감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저는 과거에 중요한 시기를 이런 식으로 몇 주 또는 몇 달씩 흘려보내곤 했습니다. 

지백이 대화방을 보면, 많은 ADHD인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그 걱정에 매몰되곤 합니다. 때로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무기력감이 찾아오고 이것이 지속되면서 더 큰 위기에 빠집니다. 

“그런 걱정은 취업하고 나서 하자. 막상 취업하면 예상보다 괜찮을 수도 있어. 넌 늘 부정적이라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어려움에 대하여 토로하면, 위와 같은 말을 듣곤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더욱 답답해집니다. 일반인들이 우리 ADHD인을 미워하고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의 고민에 공감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공감하지 못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방식을 기준으로 두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반인과 ADHD인은 같은 일을 겪더라도, 경험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초록이 책에는 ADHD인이 세상을 바라볼 때 쉽게 하는 인지적 오류의 유형에 대해 나옵니다. ADHD인은 자신의 여러 인지적 오류로 인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키곤 합니다. 아래는 제가 초록이의 해당 부분을 좀더 간단하게 각색한 겁니다. 천천히 읽어보면서 고민자님의 고민에는 어떤 오류가 녹아 있는지 함께 확인해보겠습니다. (초록이 pp.150~151 참고)


1번. 극대화/극소화(과장/축소): 부정적인 면은 과장하고 긍정적인 면은 과소평가한다.

2번. 비교하기: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근거해서 자신을 판단한다. 이런 비교가 때로 공정하거나 부정확할지라도 이런 생각을 반복함으로써 본인을 스스로 힘들게 만든다.

3번. 이분법적 사고: 흑백논리. All or Nothing. 자신의 성과를 성공 또는 실패, 둘 중 하나로 생각함.

4번. 재앙화: 상황의 안 좋은 면을 과장하여 최악의 상황으로 인식한다. 

5번. 지레짐작: 근거는 없지만 누군가 자신의 상황과 자신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6번. 예측하기: 상황이 안 좋게 펼쳐질 것이라 예측한다.

7번. 정서적 합리화: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부정적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예시-해야 할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안함.)

8번. 과도한 일반화: 하나의 상태에서 전체를 일반화하거나 결론을 내린다. 

9번. 공정성 오류: 삶이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생각.

10번. 과한 규칙 적용: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고 지키지 못하면 실망한다.

11번. 비약하기: 근거가 없는데 극단적인 결론을 내린다. 

12번. 라벨링: 자신이나 타인의 상황에 부정적인 용어를 사용한다. 

13번. 마술적 사고/긍정적 편견: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한 복합적인 상황에 단순한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과소평가한다.

14번. 책임전가: 자신의 책임과 과실을 타인의 책임으로 여긴다.

15번. 선택적 추출: 선택적 정보차단. 부정적인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정보는 무시한다. 


1. 고민자님의 느린 업무가 혼자만의 생각인지 아니면 실제로 느린 업무로 주변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적을 받은 것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느리다는 생각은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5번. 지레짐작)

2. 여러 아르바이트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이 모두 안 좋은 건 아닐 겁니다. 잘 생각해보면 수월하게 해냈거나 칭찬받은 일도 있을 겁니다. (1번. 극대화/극소화)

3. 아르바이트에서 일해본 다양한 경험들로 인해 새로운 직장에선 이전과 다른 평가를 받기 위해서, 여러 고민을 하며 더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아르바이트에서의 경험은 미리 실패한 것이라 생각하세요. 이전에 안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하여, 새로운 직장에서도 반드시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6번. 예측하기)

4. 업무가 느린 걸로 지적을 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동료들과 사이가 안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요. 겸손하게 수용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히려 주변과 사이가 더욱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11번. 비약하기) 

가장 좋은 건 지적을 받지 않는 겁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해주세요. 따라서 처음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서 일을 배울 때, 세세한 것도 잘 메모하세요. 그리고 숙지해야 하는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 때까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퇴근한 뒤에 그리고 공휴일에, 자발적으로 회사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보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지적을 받는 상황은 반드시 오기 마련입니다. 그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주의를 최대한 그 상황에 온전하게 집중하는 겁니다. 지적 받는 내용을 그 순간에 기억하고 고치기 위해서 애써야 합니다. ‘지금 듣는 건 일단 메모를 해두고 나중에 고쳐야지.’, ‘있다가 퇴근하고 외워야지.’, ‘주말에 다시 봐야지.’ 등등 ‘나중’을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귀를 닫게 됩니다. 손은 메모하고 있으면서도 당장 불편한 상황으로 인해, ADHD인의 머릿속에는 저녁 메뉴, 데이트 장소 등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는 상태에서 하는 메모는 무언가 빠뜨리기도 쉽고, 메모를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봤을 때 무엇을 적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 상황에서 ADHD인은 자신의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겉으로 티가 안 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다 드러납니다. (스스로 표정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ADHD인도 있지만, 실제로 주변에 물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답변이 길어서 해야 할 것을 요약했습니다.

첫 번째.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한 약물치료다. 

두 번째. 주의력 조절을 훈련하는 마음챙김 연습은 매일 해야 한다.

세 번째. 업무 외 다양한 회사 활동 참여로 동료와 관계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네 번째. 과거 경험에서 자신의 업무 성향 파악한다.

다섯 번째. 인지적 오류 유형 열다섯 가지를 일단 암기한다. (기계적 암기)


* 꺼벙이와 낙관이 그리고 긍정이의 태도를 비교해봅시다. 

꺼벙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내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해서 머리가 너무 복잡해.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한 머릿속만 바쁠 뿐. 생각만으로 이미 지쳐서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는 모습. 남들에겐 게을러 보이거나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낙관이: 지금까지는 일이 잘 안 풀렸지만, 이번엔 다르겠지. 새로운 직장에 새로운 상황이니까 이전에 날 괴롭게 하던 그런 상황은 다신 없을 거야. 일단 좋게 생각하자.

긍정이: 예전 아르바이트 할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걱정돼. 내가 두려워하고 있구나. 하지만 이런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야. 무서움을 느낄 수 없었다면, 나는 발전도 없었을 거야. 일단, 전에 일할 때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 대해 분석부터 해야겠어. 그리고 나의 장단점을 파악해보자. 지금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무엇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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