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로 진료를 보러 왔습니다"
20대 남성들이 진료실로 들어온다.
특별히 탈모가 심해 보이지 않는데 최근 들어 머리가 자꾸 빠진다고 한다.
누가 봐도 풍성해 보이는데 본인은 고민인 가득하다.
탈모약을 복용하는 연령대가 매우 낮아졌다.
내가 전공의 시절만 하더라도 누가 봐도 탈모인 환자들이 내원해서 약을 먹고 바르고 치료받았다.
그래서 모발 분석기로 밀도와 굵기, 개수를 측정하면서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분석하는 게 의미가 있었다.
요즘은 탈모 분류표에도 없을 정도로 경미해도 탈모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머리가 많이 빠지는 느낌이 나고 머리카락이 조금만 얇아져도 미리 약을 먹으러 온다.
약의 기전, 효과, 먹는 방법 등을 설명할 때는 밝은 표정의 환자가 부작용 설명을 듣고 나면 그때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저 약 먹어야 될까요?"
심각한 탈모가 아닌 상황이라 의사 입장에서도 결정해주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이때 고려할 사항들은
1. 가속도 - 탈모의 진행이 급격한 경우 약을 먹어야 한다. 진행속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면 사진을 찍어서 2-3개월 뒤에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2-3개월 만에 눈에 띄게 변화가 보인다면 약을 먹어야 한다.
2. 가족력 - 4촌 이내로 탈모의 가족력이 있는데 탈모가 진행되는 거 같으면 약을 먹는 게 좋다.
3. 빠지는 모발 수 - 하루에 누구나 100개 정도 머리가 빠지고 새로 나온다. 자고 일어나서 베개에 묻은 머리부터 감고 나서 빠진 머리, 말릴 때 빠지는 머리, 다시 자려고 누울 때까지 일상생활에서 빠지는 머리를 하루 동안 모아서 100개가 월등히 넘어간다면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므로 약을 먹는 게 좋다.
"저 조금 더 고민해보고 오겠습니다."
탈모약은 한 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된다고도 하고, 부작용도 걱정이 되기 때문에 선뜻 결정하기 어려워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머리가 빠진 다음에 다시 자라게 하는 것보다는 있을 때 덜 빠지게 만드는 게 더 쉽고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