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눈썹을 그리는 사람을 보고 한동안 상념에 빠졌다. 오래 전, 어린 내가 겁없이 사랑을 입에 담게했던 그녀는 르네상스 풍의 미려한 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녀가 아닌 그녀의 정구지 끄트머리 같은 눈썹과 사랑에 빠졌었다. 가난한 내가 그녀를 사랑해서 푹푹 눈이 나리던 어느 차 끊긴 밤, 막 잠에서 깬 무방비의 그녀가 밤 새워 자기 집 앞까지 걸어온 나를 꼭 안아줬을 때 내가 사랑한 눈썹은 온데간데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첫차 안에서 나는 얼마나 섧게 울었었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