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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41

9장 3일째 저녁

by 교관

241.


소피는 시간이 지나 워싱턴의 지금 살고 있는 곳까지 왔다. 소피는 그날 이후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아가 바뀌어 버렸다. 워싱턴 DC에서도 기획사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이곳에서는 바에서 일을 했다. 전문적인 바이고 무대에도 올랐다. 자유로운 미국 속의 자본주의는 모파상의 비곗덩어리였다.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 집약적으로 모인 곳이었다. 정장을 깨끗하게 입고 바른 웃음을 짓고 있는 사람일수록 욕망의 분출구는 타락 적이었다. 소피는 돈을 들여 상대 배역을 구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 모두가 소피의 상대역이었다.


오디션에 필요한 탤런트를 키우는데 옵션들을 뿐이다. 그러던 중 B급 영화사의 조연 발탁 오디션을 보러 가서 한 대본을 받았다. 대본의 내용은 음부에 포진이 심하게 난 정신착란증을 연기하는 것이다. 영화는 음부포진이 난 세 명의 여자들 이야기로 주인공을 두고 양 옆으로 조연이 받쳐주는 시나리오 형식이었다. 주인공은 잘 나가는 성인배우가 맡았고 조연은 신인으로 구해보자는 감독의 말에 오디션을 열었고 소피는 그 자리에 섰다. 소피는 대본을 받아서 숙지했다.


“자, 시작하지.”


소피의 맞은편에 조명이 커져 있다. 조명의 밝은 곳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감독의 목소리만 오디션 장을 뚫었다.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대략 50세 전후의 묵직한 목소리를 가진, 콧수염이 짙은, 양옆으로 오디션의 조감독과 제작자가 앉아 있었다.


큐!


“매일 밤 음부가 가려워서 잠이 들 수가 없어요. 약을 발랐으니 손을 댈 수도 없죠. 하지만 내손과 손가락들은 생명이 불어 있는 것처럼 음부를 향해서 가려고만 했어요.”


소피는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벌렸다.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치마는 다리를 벌림으로 더위로 올라갔다.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서 긁었다. 마치 가려움을 참지 못해 치를 떠는 사람처럼 소피는 긁어댔다. 소피의 눈빛은 이미 제정신인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대본은 바닥에 둔 채 소피는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한 손으로 가슴을 한 번 거세게 쥐었다. 가슴의 지방이 일그러졌다. 실내는 고요가 흘렀다.


그리고 가랑이를 긁던 손은 이내 목덜미로 와서 목을 긁었고 머리를 긁었다. 머리가 헝클어지며 더욱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소피는 신음소리를 내며 가려움을 참을 수 없는 존재처럼 몸부림을 쳤다. 소피의 연기를 보던 감독 옆의 누군가가 일어나서 작은 탄성을 뱉어냈다. 소피의 얼굴에 웃음기 걷힌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웃. 음. 기. 없. 는. 웃. 음.


모순의 표정은 오디션을 보는 소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몰이해의 이해.


소피의 연기에서 그들은 그것을 본 것이다. 손가락으로 음부 주위를 긁어대기 시작했으며 가려움이 전하는 고통과 긁음이 주는 시원함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쾌락과 고통을 동시에 소피는 연기했다.


B급 영화 관계자들은 소피의 연기에 아주 흡족해했다. B급, C급 영화배급사들이 엄청나게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B급 영화 정도면 나쁘지 않다. 팬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그들은 이탈하지 않고 꾸준하게 영화를 사랑해준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영화의 화면 속에 얼굴이 나와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간들이 군집해있는 나라에서 굉장히 많은 영화회사 속에서 영화를 만들어내 수익을 올리려면 그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B급 영화는 생채기를 겪어야 했고 그 몫은 신인 연기자들이 짊어지고 가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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