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의 핀볼

하루키 장편 소설

이 소설은 마치 마이클 부블래의 '홈'을 듣는 느낌이다. 노래는 편안하지만 쓸쓸한 느낌이 든다. 집은 나에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안식처인 동시에 외로움과 고독에 사무치게 하는 곳이다. 집에 며칠씩 있게 되면 집을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난다. 집은 입구와 출구가 있지만 그 두 곳이 같은, 그래서 입구와 출구가 모호한, 입구와 출구가 없을지도 모르는 곳이다.

1973년의 핀볼에서 나오코가 입구고 핀볼이 출구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반대이거나. 아니면 입구와 출구가 당최 없을지도 모른다. 쥐덫처럼. 세상에는 그런 물품이 존재한다. 모든 물품이 입구와 출구가 있지만 우물처럼 같은 곳인 기이한 것도 있다.

1973년의 핀볼은 건조한 눈물 같다. 건조해서 눈물이 아무 맛도 안 나야 하지만 짠맛이 난다. 눈물은 짠맛이 나지 않지만 건조한 눈물은 짠맛이 난다. 몸속의 바다가 흘리는 눈물의 맛. 그 속에는 목숨을 다해 유형지에서 탈출시키고 눈을 감은 순록을 끌어안은 트로츠키의 눈물도 있고, 쌍둥이의 무미건조한 눈물도 있고, 전차에 몸이 산산이 부서진 우물 파는 남자도 있다.

핀볼은 완벽한 나오코다. 나오코는 죽음으로 해서 핀볼이 된 것이다. 그 수많은 핀볼들 중에서 나오코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나오코가 죽기 직전 마을에서 건조한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러한 반복으로 끊임없이 순환된다. 손바닥만이 많은 일을 한다. 주사를 맞은 엉덩이를 주무르는데 손바닥이 없으면 안 된다.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주무르고 손바닥을 내려 본다. 손바닥 안에는 외향적인 변함에도 하나의 일관적인 모습으로 꾸준한 세계가 있다. 세계의 곳곳에는 肛門聖愛가 만연했고, 대통령이 여러 번 바뀌었고, 사람들은 언어에 욕을 섞어했고, 시간의 방향성은 전진을 거부했다.

손바닥 안에는 그 작은 통증을 느낄 수 있었던 완벽한 세계가 있었다. 1973년은 완전한 세계. 핀볼의 세계. 나오코의 세계. 영원한 시간도 없고, 영원한 공간도 없었지만 손바닥에는 완벽한 세계가 분명 웅크리고 쥐와 나를 붙들고 있다. 입구와 출구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