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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25. 2020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영화 이야기


영화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난 확률‘은 천재 감독, 비운의 감독 곤 사토시 작품이다. 어떤 제목에는 ‘크리스마스에 기적이 일어날 확률’로 되어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적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것인지 어떤 무엇의 노력으로 만나게 되는 기적인지 영화를 보면 된다.


영화는 도쿄의 음지의 세계. 매음과 술과 약의 세계. 겨울에도 냄새가 진동할 법한 곳에 살고 있는 세 명의 노숙자(각각의 사정으로) 긴, 하나, 미유키의 세계에 하얀 눈과 같은 아기 키요코가 들어옴으로 기적이 일어나는 이야기다.


아기를 맡을 능력이 안 되는 긴은 경찰서에 데려다주자고 하고, 여자가 되고 싶은 아줌마아저씨 하나는 기적 같은 아기 키요코를 끌어안고 기뻐한다. 그 후 이들은 키요코에게 젖을 먹일 방법을 찾아야 했고 기저귀도 순번을 정해서 갈아준다.

그러던 세 명은 키요코의 부모를 찾아주기로 하고 길을 나서면서 사건을 일어나게 되고 그 사건 속에서 기적이 하나둘씩 일어난다.


상황이 상황을 만나 또 다른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작법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긴, 하나, 미유키의 비슷한 이야기가 우리나라 소설에도 있었다. 거지인 일땅이, 이땅이, 삼땅이 세 명이 사는 거지 굴에 여자가 아기를 낳아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겨울에 그 아기를 먹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면서 기적이 일어나는 이야기다.

영화 속 긴, 하나, 미유키는 모두 노숙자가 된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다. 키요코를 부모에게 찾아주면서 각자 가슴에 품은 아픔이 하나씩 벗겨진다.

기적이라는 건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만취한 친구를 업고 가다가 잠시 내려놓았는데 그때 바닥에 구토를 한 것을 두고 기적이라 하고, 샤말란 감독의 싸인에서 마지막 미칠듯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동생을 위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그것이 기적이라 일컫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에게 기적은 로또 당첨 같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냄새나는 노숙자는 우리에게 몰이해적인 존재다. 누구나 노숙자가 될 수 있지만 내가 아직 노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냉대하거나 업신여긴다. 넷플릭스 ‘스위트 홈’에서 경비를 무시하는 입주자 같은 태도를 취한다. 누군가가 나와 다르면 우리는 무섭도록 냉정하고 무차별적 차별을 한다.


2014년인가 라디오를 듣다가 어떤 사연을 듣고 적어 놓았는데, 계약직이 만료가 된 사연자가 이번에 정직원을 예년에 비해 많이 뽑는다는 소식에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이 때문에 자신은 탈락이 되었다는 사연이었다. 그래 봐야 고작 한 두 살 차이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남겨두고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고 있는데 잘 안된다며 자신에게도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날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배철수가 한 말인데, 오늘쯤이면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하고 연말의 흥청망청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 거의 사라졌다. 사회적 시스템이 붕괴되고 대학가의 낭만이 없어지고 취업대란에 경제가 위태한 지금 흥청망청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내년 2015년 오늘은 모두가 부흥하여 한 번쯤 흥청망청했으면 한다.라고 배철수가 멘트를 했다.


2015년에 분위기를 한껏 내며 사람들은 하루쯤 흥청망청했을까. 그렇다면 감염병이 도래하기 전의 오늘은 어땠을까.


아주 오래전, 통행금지가 있었던 시절. 영화 ‘맨발의 청춘’이 나오던 시절, 그때의 크리스마스이브에는 통행금지를 하루 풀었다. 그날 하루는 모두가 걱정을 잊고 신나게 놀았다. 흥청망청하는 거지 하루쯤.


기적은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을 바라는 사람의 어떤 노력의 반복으로 만나는 것이라 생각된다. 3번 만에 경찰에 시험에 합격한 이가 이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기적이 아니라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적이라 말한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기적이 일어나는 걸 바라지도, 믿지도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기적을 이뤄낸다. 영화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현실의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준다. 이 영화는 끝나갈 때 몹시 가슴이 따뜻해진다. 키요코는 부모를 찾아가고, 긴, 하나, 미유키에게도 하나씩의 기적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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