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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2. 2020

마네킨 2

영화를 소설로

 시골처녀 제시는 사랑해서는 안 되는 윌리엄 왕자와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아름다웠고 눈부셨다. 하지만 왕가에서는 제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두 사람이 사랑으로 묶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절대 떨어지지 말자, 맹세를 했지만 마법사의 저주에 갇혀 천년 동안 마네킨으로 지내게 된다.


 저주가 풀릴 수 있는 방법 딱 하나. 천 년이 지난 후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 목걸이를 풀어주는 것뿐이다. 제시는 그렇게 마네킨이 되어 천년 동안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제시의 이야기는 전설로 알려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그런 마네킨 제시는 외국에서 전시가 되기 위해 옮겨진다. 제시의 이야기를 사람들은 그저 전설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저주를 건 마법사의 후손의 후손의 후손의 후손에 후손에 후손이 제시를 차지하려고 했다.


 필라델피아의 한적한 곳. 제이슨은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건강하고 밝고 엄마와 함께 지내는 제이슨은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프린스 백화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번 백화점 쇼에 필요한 물품을 나르고 관련된 부서의 일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마네킨과 성의 물건을 옮기던 트럭이 그만 사고가 나서 다리의 난간에 걸리고 만다. 제이슨은 쇼의 담장자인 몬테로스와 함께 먼 나라의 성에서 오는 마네킨을 맞이하러 간다. 장소에 도착하니 위험한 상황이었다. 트럭의 반이 난간에 걸려있고 트럭의 뒷문이 열린 상태다. 그 안의 모든 물건이 강으로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한데 그만 마네킨이 강으로 추락을 하고 만다. 그런데 떨어지는 모습을 제이슨은 사람이 떨어지는 것으로 착각을 해서 그대로 강으로 뛰어든다.


 물속으로 빠지는 마네킨을 건져 올리며 목걸이를 건드리는 순간 마네킨은 제시로 돌아와 윌리엄을 알아본다. 제시는 제이슨을 윌리엄으로 알고 미소를 짓는다. 나의 왕자님, 사랑하는 나의 왕자님. 물 밖으로 나온 제이슨은 자신이 구해준 인간이 마네킨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그 부드러운 촉감과 그 기이한 느낌을 잠시 떠올리며 자신이 미쳤는지 의심을 한다.


 정말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네킨이라니, 오 마이 갓. 제이슨은 물을 몽땅 뒤집어쓰고 그저 이 상황이 놀랍고 우습기만 했다. 제이슨은 마네킨을 백화점으로 옮긴다. 차에서 제시를 안고 있다가 수건으로 목걸이를 들어 제시의 목을 닦아준다. 마네킨은 또 잠시 제시로 돌아와 윌리엄을 본다. 나의 사랑.


 제이슨은 제시를 마네킨이 많은 곳에 옮겨 놓고, 마네킨이 된 제시를 보며 사람과 너무나 똑같은 모습에 잠시 혼동을 한다. 내가 정말 미친 걸까. 마네킨이 왜 이렇게 사람으로 느껴지지. 제이슨은 자신도 모르게 생명이 없는 마네킨에게 그만 키스를 하고 만다.


 오, 이런, 이럴 수가. 나는 미쳤다. 제이슨은 생각했다. 내가 정말 스트레스가 심한 것일까. 제이슨은 목걸이를 제시에게서 뺐다. 그리고 뒤돌아서 전시를 위해 목걸이를 닦았다. 물에 젖어 있던 제시가 애 취하고 기침을 했다. 감기 조심해야죠,라고 태연하게 제이슨은 말한다. 고마워요,라고 제시가 말했다.


 왓? 오 마이 갓! 살아있잖아. 마네킨이었는데! 제이슨은 너무나 놀라서 오줌을 갈길뻔했다. 제시는 윌리엄과 똑 닮은 제이슨을 왕자라 여긴다.


 나의 왕자님, 나의 사랑, 이건 꿈이야. 믿지 못하는 제이슨의 볼을 어루만지며 제시는, 당신은 진실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제시는 제이슨에게 천년 동안 잠들어 있게 된 사연을 듣고 제이슨은 전설이 사실이라는 것에 놀란다. 그렇지만 눈 앞의 제시는 환상이 아니라 실체이며 지금 일어나는 현상이 실재라는 것을 알고 기뻤다.


 그때 꼬르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시는 배가 고픈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천 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제이슨은 제시에게 맞는 옷을 입혀 밖으로 나갔다. 제시는 20세기의 세상이 신기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모든 것이 신비롭고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반짝이고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곳에 스타일은 다르지만 윌리엄이 있다.


 두 사람은 스트리트 샌드위치를 사 먹는다. 제시는 포장지까지 뜯어먹어서 싱겁다고 한다. 그리고 제이슨에게도 같이 먹어보라 한다. 모든 것이 신비롭고 새로운 제시와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제이슨. 두 사람은 지금 행복했다.


 필라델피아 최고의 클럽에는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줄을 죽 서 있다. 모든 것이 재미있기만 한 제시는 이곳에 가고 싶다고 하지만 촌놈처럼 보이는 제이슨은 이곳에 들어가는 엄격한 무엇이 있다며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그때 카프카의 단편에 나오는 문지기와는 상관없는 문지기가 제시를 보자마자 들여보낸다. 휘황찬란한 불빛과 터질듯한 음악, 멋진 모습의 사람들이 몸을 흔들고 있다.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제시는 화장실에서 다른 여자가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을 처음 본다. 예쁘다. 립스틱 발라 볼래요? 예스. 여자는 제시에게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이렇게 바른 다음 입술을 이렇게 하는 거야, 음 밥바. 제시는 그렇게 하나씩 20세기의 모든 것들을 알아간다.


 제이슨은 제시를 위해 콜라를 주문한다. 콜라를 처음 마셔보는 제시는 천상의 맛을 느낀다. 그리고 앞에서 윌리엄이 웃으며 있다. 제시가 웃으면 모든 것이 환했다. 제시 하나만으로 세상이 밝을 수 있음을 확인하며 이것이 꿈이라면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이슨은 생각했다.


 제시는 다운타운에서 제일가는 클럽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다. 제이슨은 제시와 함께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여기는 정말 멋진 곳이야! 모든 이들이 제시에게 아름답다고 말을 했다. 두 사람은 아메바의 몸부림처럼 몸을 흔들었다.


 제시는 제이슨에게 춤은 그렇게 추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클럽의 춤과 음악을 바꿔버린다. 천천히 한 손을 들어 왈츠의 자세를 취하고 무릎을 살짝 굽히고 몸을 흔든다. 빨간 머리의 신시아와 레이도 몸을 살짝살짝 흔들었다. 이어 클럽에 모인 사람들이 제시의 춤을 따라 춘다. 지브리의 달라붙은 원피스의 제시는 그럼에도 우아했다.


 음악이 Russell Hitchcock(에어 서플라이)의 Can‘t Believe My Eyes로 바뀌고 음악에 맞춰 두 사람은 서로 안고 춤을 춘다. 얼굴 가까이에서 보는, 미소 짓는 제시는 예뻤다. 그리고 아름답기만 했다. 눈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만 같았다. 제이슨은 제시를 바짝 끌어당겼다. 숨결과 채취가 느껴졌다. 마네킨이 아니었다. 이 순간이 현실이고 이전의 생활이 그저 꿈이었면 하고 제이슨은 생각했다.


 하지만 마법사의 후손에 후손에 후손에 후손의 후손이 제시를 차지하려고 도착하고 제시와 제이슨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https://youtu.be/FWK7dTMVizg

Russell Hitchcock의 Can‘t believe My Eyes



주제곡으로 잘 알려진 스타 쉽의 '낫띵스 고나 스탑 어스 나우'는 마네킨 1편에서도 주제곡을 맡았다. 1편도 예쁜 영화다. 1편에서는 킴 캐트럴이 마네킨이 된다. 굉장히 밝고 명랑하다. 조나단의 품에 안길 때 킴 캐트럴의 살짝 미소 짓는 표정이 백만 달러짜리다. 야하지 않으면서 섹시했던 1편은 청소년들은 관불 판정을 받았었다. 왜 그런지 보면 알 수 있다. 2편에서 역시 스타 쉽의 노래가 주제곡으로 나온다. 1편의 인기에 힘입어 2편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 영화는 그냥 말도 안 되고 엉망진창이고 신나고 미칠 것 같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사랑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거잖아.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은 여전히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동화 같은 사랑을 꿈 꿀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현실은 너무나 아프고 바늘처럼 뾰족하기에 늘 상상을 꿈 꾸며 지낸다. 영화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제시와 제이슨이 되어 행복을 소진하자.


https://youtu.be/-H8Tnbe6t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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