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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10. 2020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영화를 소설로

https://youtu.be/60fiRYb8Unk


 주희는 준하와 만나기로 한 카페에 먼저 와서 준하를 기다렸다. 곧 겨울의 초입으로 들어가는 계절에 어울리는 고즈넉한 계절의 포근한 카페였다.


 ‘준하는 어떻게 변했을까?’ 주희는 준하의 모습을 떠올렸다. 곧 크르릉하는 자동차의 정차하는 소리가 들리고 준하가 택시에서 내렸다. 카페로 준하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는 순간 주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하는 변하지 않았다. 고등학생의 그 까까머리에 편지를 잘 썼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준하가 주희에게 다가올수록 주희의 얼굴에는 미소가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하나도 안 변했어. 지금도 옛날처럼 예뻐”라고 준하가 먼저 말을 했다. 주희는 준하의 말을 듣는 순간 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기껏해야 고작 “나 많이 늙었어”라고 주희는 말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리에 마주 보며 앉았다. 그동안 세월의 흐름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걸와 서로 마주하게 되었다. 주희는 준하에게 군대에 갔다 오느라 고생했다며 안부를 물었고 준하는 주희에게 태수의 안부를 물었다. 주희는 목으로 겨우 나오는 말로 잘 있을 것이라고 대답을 했다.


 약간의 틈이 있었다. 준하는 그 틈을 벌리고 주희에게 왜 아직 결혼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준하는 이미 결혼을 했다고 말했다. 주희는 그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랬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생각이라는 것이 혼란스러웠다.


 주희가 먼저 준하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눈물이 자꾸 나올 것 같았다. 준하도 그런 주희의 마음을 알고 고개를 돌렸다.


 “저기 피아노 치는 소녀네. 저거 우리 집에도 있는데, 저걸 보면 주희가 피아노 칠 때 생각이 나.”
 준하의 말에 주희도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피아노 치는 소녀의 인형은 카페에 온 어린이가 들고 다른 테이블로 가버린 후였다.


  “그때 주희 모습하고 너무 닮았어. 그치?”라고 묻는 준하를 보는 순간 주희는 순간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럴 수는 없었다. 주희는 움직이지 않는 손을 들어 서서히 준하의 눈 가까이에서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때,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순수했어. 사실 감정이 너무 앞섰던 것 같아.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울고 웃고.”
 준하는 미소를 지었다. 준하는 주희의 행동을 감지하지도 못했고 눈앞에서 흔드는 손도 보지도 못했다. 주희는 눈앞이 흐려졌다.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울컥하며 올라오는 울음을 참으려 주희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주희는 코끝이 시큰거리고 아팠다.


 “나 지금 어때 보여?”
 주희는 눈물을 삼키며 준하에게 물었다.


 “건강해 보여. 근데 좀 더 밝은 모습 보고 싶어.”


 끝내 주희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나 지금 울고 있어. 눈물 안 보여!”
 주희는 눈물을 흘렸고 입술을 깨물었다. 준하는 그 순간 당황했다. 이런 게 아니었다. 주희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 주려고 그 많은 시간을 견뎌냈던 게 아니었다.


 “왜 숨겼어, 앞을 못 본다는 거.”
 주희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준하는 당황스러웠다.


 “아, 시간이 이렇게 됐네. 미안해 나 약속이 있어. 먼저 갈게”라며 준하는 급하게 일어나지만 그만 출구로 나가는 방향을 잃어버렸다. 여기가 어디일까. 주희에게 몹쓸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준하는 자리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의자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준하는 일어나지 못했다. 주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천천히 준하에게로 갔다. 준하의 어깨가 움직였다. 주희는 무릎을 꿇고 앉아 준하를 일으켰다. 두 사람은 마주 봤다.


 “미안해, 거의 완벽했는데, 해낼 수 있었는데. 어젯밤에 미리 와서 연습 많이 했었거든.”
 준하의 얼굴에 웃음과 눈물이 섞였다.


 “완벽했어. 거의 속을 뻔했어.”


 “그리고 그 목걸이 돌려주려고 목숨 걸고 구했어"


 준하는 포탄이 터지는 그 속에서 떨어트린 목걸이를 구하느라 시력을 잃었다. 준하는 주희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주희는 그 목걸이를 돌려받지 않았다. 주희는 이 목걸이는 준하 거라며 다시 걸어 주었다. 그때 내내 참았던 눈물이 준하의 눈에서 터지고 만다. 카페에는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계속 흘렀다. 류근 시인의 유서에 김광석이 곡을 붙인 노래로 유명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박새별 버전으로 들어보자. 


https://youtu.be/yQf0Fl4y7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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