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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18. 2020

립반 윙클의 신부

영화를 소설로


 미나가와는 늘 그 자리에 있었어. 예전부터 변하지 않고 언제나, 늘 그 모습이었지. 조용하고 소리가 작고 상황 대처에 민감하지 못하고 답답했지. 늘 그랬어. 그래 왔고.


 하지만 미나가와는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야.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만두가 아니기에 나는 이런 모습으로, 당신은 그런 모습으로 태어난 거야. 우리는 인간이기에, 손금이 다르듯이, 귀 모양이 다르듯이 그렇게 다를 뿐이야.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미나가와의 세계가 있고 자신만의 세계는 소중했지.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미나가와가 싫었던 거야. 나와 다르기 때문에 갑갑한 미나가와가 그저 싫었던 거지.


사람들에게 미나가와는 왕따를 하고 싶고 다른 이들에게 그렇게 선동하고 싶은 존재였던 거야. 모두가 미나가와를 놀리려 들고 피하려 들었지.


 미나가와는 쳐다보는 시선이 두려웠고 겁이 났던 거야. 이 사람들을 피할 수 있는 다른 세계가 필요했어.


 그리고 만남.


 하지만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세계에서 진실은 사람들에 의해 늘 비켜가고, 거짓이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 세계였다.


 가장 믿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의 공격.
 그리고 영원한 헤어짐의 인사.
 반복 또 반복.
 포기하고 싶은 순간.


 생활에서 늘 찾아오는 순간이다.
 삶은 생과 사를 넘나들게 하는 자신과의 이간질을 시키는 기이한 관념이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
 나와 상관없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아프면 나를 모르는 의사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자동차가 멈추면 나와 모르는 보험회사 직원을 부르려고, 집을 구하고 싶으면 나와 모르는 부동산의 도움을 청하게 위해서.


 미나가와는 끊임없이 자신과 상관없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지. 그렇게 헤맨다. 끝나지 않는 세상 속에서.


 또 다른 만남.
 립 반 윙클.


 1700년대 허드슨 강 근처에 살고 있던 게으름뱅이 립은 사냥을 갔다가 이상한 모습의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술을 훔쳐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20년이 흘러가 있었다. 그런 세상을 살고 있는 마시로를 미나가와는 만나지. 그리고 친구가 돼. 친구는 한 번의 강력한 행복보다 자잘하고 모래 알갱이 같은 수많은 작은 행복이 도처에 있는 감사할 줄 안다.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행복의 세계.
 그것은 너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는 것.
 일찍 죽어버린 유명인들에 비해 우리는 그들이 가졌던 큰 행복을 절대 가지지 못할지도 몰라. 그럼에도 그들은 죽음을 택해서 30대에 삶을 끊어 버려.


 작은 행복, 봉투 속에 나눠주는 작은 행복. 타자에 의한 행복은 마시로는 알고 있었고 미나가와는 마시로의 행복을 같이 나누지. 세상의 편견이 무서웠던 마시로 역시 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집을 나왔지. 하지만 마시로가 작은 행복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생의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고 친구인 미나가와 옆에서 고요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지.


 만남은 헤어짐을 불러.
 행복할수록 불행이 매복해있어.
 행복하면 불행해지고 불행은 구체적이지.
 사랑과 두려움은 동시에 출발하고 사랑이 어떤 식으로든 끝나야 두려움도 끝나게 돼.
 불변의 법칙이야.


 체크. 세계를 가득 채운 G 선상의 아리아.


 우리는 영화에서 장치를 하나 발견할 수 있어. 화면 너머로만 볼 수 있었던 세계의 학생. 미나가와의 세계와 비슷한 세계에서 살고 있던 학생. 학생에게 선생님은 모든 것을 다 아는 세계이지만 미나가와라는 선생님은 어설프며 모르는 것이 많았어. 선생님은 학생의 질문에 모르는 그것에 대해서 알아보겠다고 해. 만나보지도 않았던 학생이지만 그 학생은 미나가와가 감기가 걸리면 걱정을 했고 환경이 바뀌면 바로 알아차렸지.


 그리고 마지막, 화면의 그 세계 속에서 현실의 세계인 도쿄로 가고 싶다고 말을 해. 미나가와는 도쿄를 구경시켜준다고 말해.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면 이 세계든, 저 세계든 어디든 비슷하다는 거야. 어떤 식으로든 시작을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끝이 나게 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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