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소설로
거기에 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귤이 없다는 걸 잊어버리면 되는 거예요. 그뿐이에요.
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귤이 그곳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된다.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는 사실보다 그것이 늘 있어야 할 그곳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된다.
마치 음식을 먹고 있는데 음식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건 재능도 무엇도 아니다.
그것은 사실 그곳에도 존재하고 이곳에도 존재한다.
동시 존재한다.
동시 공체일지도 모른다.
스팅이 그에 관한 철학적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나는 이곳에 존재하지만 렌선을 타고 그곳에도 존재한다.
구름 없던 하늘에 구름이 모락모락 그림을 그려 한참을 서서 바라보는데 꼭 저 대책 없는 구름의 모습이 나의 마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름 같은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참 어렵다.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양립된 마음이 동일선상에 놓여 있어서 자칫 발을 헛디디면 한쪽으로 기울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쩌면 일상의 반은 습관을 유지하려고 자신과 싸우고 또 일상의 반은 습관에서 벗어나려고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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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마지막 이야기였습니다.
다음 ‘영화를 소설로’는 ‘립반 윙클의 신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