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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30. 2020

포트레이트 인 재즈

하루키 음악 에세이


이 에세이는 말 그대로 하루키 음악의 진수, 하루키가 좋아하는 재즈에 관한 에세이다. 하루키는 재즈 마니아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말이다. 클래식 애호가이며 팝 또한 전문가만큼 좋아한다. 하루키가 하는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를 들어보면 하루키가 좋아하는 팝도 들려주는데 명곡들만 튼다. 어째서 듣고 있으면 이렇게 좋을까. 단지 하루키 팬이라 그렇게 들릴까? 아니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조금씩 파헤쳐 보자.


하루키는 2020. 7월에 마이니치 신문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거기에는 1923년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에 대한 선동하는 잘못된 ‘말’에 대한 극단적인 위험성에 대해서 언급을 한다. 앞서 리뷰한 ‘침묵’의 내용과도 이어진다고 보면 되겠다. 밑의 글은 하루키의 팬으로 하루키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파인딩 하루키'에 실린 인터뷰를 보고 각색을 좀 해서 쓴 글이다. 원문을 보고 싶으면 여기를 클릭. https://finding-haruki.com/904


하루키는 어린 시절 라디오를 끼고 살다시피 하며 음악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에 깊게 마음을 담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아직 카세트테이프도 없던 시절이어서 레코드로만 음악을 들어야 했지만 고가여서 라디오를 통하여야만 음악을 들었다. 초5 때 작은 소니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선물로 받아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까지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신작 ‘크림’의 앞부분에 쓰이지 않았나 싶다. 인터뷰에는 없지만 하루키는 무녀 독남으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할아버지 역시 하루키를 귀여워했는데 승려였던 할아버지는 술에 취해 달리는 기차에 치여 산산조각이 나서 죽음으로 갔다. 이 부분은 ‘1973년의 핀볼’에 우물을 파는 남자가 그렇게 술에 취해 기차에 몸이 몇 십의 육체로 분리되어 죽음으로 가는 모습으로 남겨 놓은 것 같다.


하루키가 처음 직접 돈으로 구입한 레코드가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하루키는 그때부터 레코드를 모으기 시작해서 50년 가까이 레코드를 모았다. 그래서 차고에 차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레코드가 쌓였다. 하루키는 책은 한 번 읽고는 대체로 헌책방에 팔거나 처분하는데 레코드는 계속 소장하고 있다. 보통 작가라면 그 반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하루키는 책에는 그렇게 집착이 생기지 않는다. 초판이라든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하지만 레코드 경우는 다르다. 1st 에디션 위주로 찾아서 컬렉션에 넣는다. 레코드의 경우 수집가에 가깝다. 그리하여 음악을 찾아 듣고 또 찾아 듣고 하다 보니 숨어 있는 명곡을 골라잡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했다.



하루키는 출판사 담당 편집자의 제의를 통해서 라디오 방송 ‘무라카미 라디오‘를 결정하게 되었다. 티브이 출연은 싫었지만 라디오라면 어떻게든 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2018년 8월에 첫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라디오 방송을 직접 하고 있다.

하루키는 집에서 방대한 자신의 레코드를 돌려가며 음악을 조용히 듣는데 그게 사실 재미는 없다.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음악을 듣는다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주위에는 하루키만큼 음악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하루키는 재즈카페를 했던 경험이 있다. 손님이 와서 레코드를 걸거나 연주를 하고, 어떤 음악을 신청하면 신청곡을 틀고 사람들과 나눠 듣는다는 것을 하루키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게를 그만두고는 그것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라디오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하루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걸고,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방송이라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하루키는 이 라디오 방송의 테마를 모두 하루키 본인이 정하고 본인이 음악을 선택하고 본인이 말하고 싶은 음악 이야기를 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서 지금까지 계속 방송을 하고 있다. 현제 이런 방식의 라디오 방송은 요즘 라디오에서는 없는 일이다. '모든 물건이 있어요'라는 느낌의 가게가 아니라 물건은 모두 주인이 선택한 ‘이쪽의 취향대로 진열되어 있으니 마음에 들면 또 오세요’라는 의미가 짙다.

하루키는 그래서 취향에 맞으면 청취자가 다시 들으러 오고, 맞지 않다면 다시 오지는 않는 그런 느낌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하루키는 2년 동안 15번 정도의 방송을 했다. 라디오 진행 자체가 어려운데 코로나 때문에 해외에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지금은 계속하고 있다. 하루키는 한 달에 한 번 하고 싶은 게 욕심이다. 아직은 1, 2년 정도의 기획은 가지고 있다.

하루키의 기본 방침은 일단 다른 방송에서는 나오지 않는 음악을 되도록 선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팝에서 재즈, 클래식까지 장르를 초월한 독특한 선곡이 된다. 그리고 음악과 연주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 또한 화제가 된다. 하루키 본인이 탄탄하게 알고 있는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니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뭔가 안심이 되고 신뢰감 같은 것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하루키는 작년 6월에는 라디오 공개 방송 ‘무라카미 JAM‘을 진행하여 청취자들로부터 중간중간 질문을 받고 답도 해주었다.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확실히 라디오이기 때문에 친밀한 느낌은 강하다. 하루키는 클래식 방송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특집으로 ‘5분 안에 즐길 수 있는 멋진 클래식 음악’ 같은 타이틀로 할 생각을 하고 있다.

하루키는 또 음악방송을 하면서도 가끔 자신의 소설에 대한 배경을 이야기했다. 이전까지는 글쓰기 외의 작업들이 본업인 글쓰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란 생각에 꺼려 왔던 것들이 이제는 글을 어느 정도 쓸 수 있게 되었고, 현재는 다른 것들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제 스스로의 마음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 보니 70세가 되었다(웃음).

하루키는 코로나가 크게 확산되었던 5월에 집에 머물려 ‘스테이-홈’ 스페셜 방송으로 ‘조금이라도 힘이 났으면 하는 노래’ 또는 ‘마음이 편해지는 음악’이라는 주제로 노래를 틀었다. 그리고 휴업을 한 자영업자들과 일을 하지 못한 사람들의 괴로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지식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두 시간의 방송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분이 편안해졌다, 위로를 받았다, 라는 피드백을 해주었다. 물론, 기분이 편안해진다고 해서 지금 놓인 상황 자체가 나아진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음악이라는 것은 역시 그런 것과는 별개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힘을 믿고 싶다. 멋진 말로 메시지를 발표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저 단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논리니까.

하지만 음악은 논리를 초월한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공감이 바탕이 되는 것으로, 그 힘은 마치 공명하는 것과 같이 큰 울림을 가져왔기에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믿는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언론 브리핑은)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어도 마음에는 와 닿지 않는다. 소설은-이야기라는 것의 힘이 직접적이지 않고,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되어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음악과 소설을 쓰는 일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키는 팬데믹의 상황과 전쟁, 자연재해 같은 것과 문학과 음악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하루키는 소설만을 고집하는 그런 작가는 아니다. 음악도 자신의 본업만큼이나 중요시하게 여기고 있다. 그렇기에 하루키가 선곡한 곡들을 듣고 있으면 어째서 이렇게 좋지? 왜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곳에서는 전혀 들어 볼 수 없는, 전문적이지 않고 아주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곡들이니까.

다음 편에서는 책 안의 멋진 그림과 음악에 대한,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서 다시 한번 열심히 읽고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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