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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27. 2020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하루키 음악 에세이

하루키의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는 하루키의 음악 평론집에 가깝다. 하지만 다른 작가들의 음악평론처럼 어렵지 않다. 그저 늘 보는 하루키의 에세이의 분위기에 음악이 짙게 깔려 있다고 보면 된다. 


슈베르트부터 루빈스타인, 비치보이스에 이르기까지 팝과 클래식에 관한 하루키가 좋아하는 11명의 음악가와 그들의 음악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6천여 장의 소장 앨범 중에 고작 이 정도만 소개하는 하루키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래서 재즈 에세이 집은 따로 있다. 그건 나중에 또 다루기로 하자.


하루키 소설의 매력이라면 풍부한 음악이 다채롭게 나온다는 것이다. 요컨대 다자키 쓰쿠루의 이야기 속에는 리스트의 ‘순례의 해‘가 사정없이 나왔고,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베토벤의 ‘대공 트리오’가 나오는데 까막 귀인 나는 어떤 버전의 음악가라도 대공 트리오는 정말 좋았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브라이언 윌슨’을 다루는 챕터다. 브라이언 윌슨은 비치 보이스의 리더다. 하루키는 초기에 비틀스보다 비치 보이스를 더 좋아했다. 그리고 비치 보이스의 음악에 대해서 많은 곳에서 말하곤 했다. 


브라이언 윌슨 하면 전 세계가 깜짝 놀라는 ‘팻 사운드’ 앨범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존 쿠삭과 폴 다노 주연으로 된 ‘러브 앤 머시’로 탄생되었다. 브라이언 윌슨은 환청과 정신병에 시달리며 해변과 여자를 노래하던 서핀 뮤직의 대가 ‘비치보이스‘에서 탈피하려고 노력을 무지하게 했다. 브라이언 윌슨이 팻 사운드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가 비틀스의 ‘러버 소울’ 앨범을 만든 존 레넌 때문이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048 이곳에도 팻 사운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존 레넌 역시 비치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의 팻 사운드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음악적 영향을 주고 있었다. 


하루키는 이 ‘팻 사운드’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리고 브라이언 윌슨이 느끼는 고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음악이 어떤 식으로 나열되는지 그 형태를 하루키만의 작법으로 독자들에게 조근조근 말해준다. 


시작은 하루키가 맥주가 무한 제공되는 한 공연장에 브라이언 윌슨이 공연을 한다고 해서 기다린다. 그런데 야외 공연장인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날은 덥고 시원한 맥주에 시원한 비까지, 이 나라의 이런 계절에 이런 비라면 얼마든지 맞을 수 있다. 무엇보다 브라이언 윌슨이 공연을 한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그러면서 하루키는 브라이언 윌슨이 팻 사운드에 대한 생각과 그 앨범을 만든 브라이언에 대해서 언급을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팻 사운드 이전의 브라이언 윌슨이 모든 풍파를 겪는 것까지의 이야기를 하루키는 들려준다. 쓰러지고 쓰러지면서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들려주려고 했던 브라이언 윌슨에 대해서. 그리하여 윌슨 형제들이 모두 죽고 난 후 약물에서 빠져나온 브라이언 윌슨이 공연장에 서서 '러브 앤 머시'를 부른다. 하루키는 브라이언 윌슨이 아직은 정상인에 가까운 모습이 아니지만 그 노래를 듣고 크게 감격하고 감동한다. 아직 그때는 영화 '러브 앤 머시'가 나오기 전인데 하루키는 이 노래 '러브 앤 머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바꾼다.


[브라이언의 최근 곡인 '러브 앤 머시'를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는 늘 콘서트 마지막에 홀로 키보드 앞에 앉아 깊은 자비심을 담아 이 노래를 부른다. 아름다운 곡이다. 그는 이 곡을 노래하는 것으로 죽은 이들을 진혼하고 자신의 잃어버린 세월을 조용히 애도하는 듯이 보인다. 배신한 이들을 용서하고, 모든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분노나 폭력이나 파괴나 절망을, 모든 부정적인 생각을 열심히 어딘가로 밀어내려 하고 있다. 그 절실한 느낌이 우리 마음에 곧바로 전해진다. - 본문 내용 중]


다른 에세이만큼, 아니 다른 에세이보다 더 재미있는 음악 에세이, 하루키 음악평론집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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