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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20. 2021

사라진 하루키 책들

하루키 책

사진 속에만 남아 있는 티박이와 비밀의 숲
파란색 안의 책들이 사라졌다

근래에 인스타그램에 하루키 책을 리뷰하면서 구석에 있던 하루키의 책들을 찾아보는데 없어진 책들이 몇 권 있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내 주위에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빌려준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하루키 책을 자, 하며 던져 준 기억이 전혀 없다. 다른 하루키 책들은 몽땅 있는데 없어진 책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사라진 하루키의 책은 꼭 만년필 같다. 만년필이라는 게 몇 번 사용하다가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두게 되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서 보면 가만두었던 서랍 속 만년필은 사라지고 만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누구도 건드린 적이 없다. 만년필이라는 그 존재는 나만 알고 있고, 당연하지만 서랍 속에 넣어둔 걸 아는 사람도 나뿐이지만 만년필은 인사도 없이 멀리 가버리는 애인처럼 사라지고 만다.

생활 속에서 어김없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지는 물품이 존재한다. 립글로스도 그렇다. 언제나 옆에서 잠시 동안 웃음을 머금고 곁에 꼭 있어 줄 것만 같지만 어느 순간 보면 사라져 버린다. 그저 쓱, 말도 없이 떠나고 만다. 겨울에는 립글로스 없는 입술은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립글로스를 두 개 정도를 구입해서 가장 손이 자주 닿는 곳에 전진배치 해 둔다. 그럼에도 어느 날 보면 하나는 자취를 감춰버리고 만다. 기묘한 일이다.  

만약 립글로스가 자동차라면 나는 망했을 것이다. 어떻게 없어지든, 쥐도 새로 모르게 사라진다. 마치 궤도에서 이탈한 별똥별처럼. 누군가에게는 우산이 그럴 것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손수건이 그럴지도 모른다. 하루키의 책들도 분명 가만히 뒀는데 어느 날 문득 찾아보면 사라지고 없다. 키키처럼. 키키는 '댄스 댄스 댄스'에 나오는 아주 신비한 인물이다. 

생각해 보면 내 옆에서 늘 있어줄 것 같은 사람도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다. 애인이 그럴 것이고, 늘 옆에서 나를 보살펴 줄 것만 같았던 부모님 역시 어느 날 보면 떠나고 없다. 떠나기 전 손을 뻗을 수 있는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진심을 다해야겠다. 남아있는 하루키 책도 어느 날 떠나기 전에 진심을 다해 제대로 읽어줘야지.

#무라카미하루키 #하루키 #책 #표시는사라진하루키책들 #우리집강아지가살아있을때찍어놓은사진 #사진속에는없어진강아지와비밀의숲 #다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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