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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12. 2021

심슨 가족 - 한국 여행 편

https://youtu.be/kOjPHdXwkWI

심슨 시리즈 중에 심슨 가족이 한국으로 여행을 가는 장면이 있다. 바트가 게임으로 수입을 올리게 되자 심슨이 바트의 편을 들면서 한국으로 오게 되고 한국의 절에 가고 싶었던 리사 때문에 온 가족이 한국으로 온다.

한국의 장면은 아주 짧은데 그 짤막한 장면 속에 한국을 요목조목 집어넣었다. 화면을 보면 가장 높은 롯데월드가 보인다. 이 에피가 19년 3월에 방영되었기에 롯데월드가 등장한다.

만두, 오락실도 보이는데 재미있는 건 치맥이라는 글자다. 치맥은 한국에서 시작된 먹방 덕에 전 세계로 뻗어나간 말인데, 심슨에서 ‘치킨과 맥주‘보다는 ‘치맥’이라는 말을 집어넣어서 간판을 만들어 버렸다. 치맥은 한국 사람들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치맥을 아주 좋아한다.

노래방이나 피시방도 보이지만 화면을 잘 보면 ‘찬호 박 파크’라고 박찬호 공원을 말할 정도로 미국에서 바라보는 박찬호의 위상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간판의 ‘CHUCK KIM CHEESE‘는 영어와 한글이 합쳐졌다. ‘김치즈’라는 신박한 말을 만들어낸 심슨 팀.

또 ‘밥’이라는 간판은 여기 한국보다는 미국에 있는 한국 식당의 모습 정도이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역시 BTS가 빠지면 안 된다. ‘BTS ARMY 신병 모집센터’라는 간판이라니, 정말 센스와 유머가 돋보인다. 큭큭하며 이 짧은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냉면‘이라는 간판과 ‘코리안 비비큐’라는 간판도 보인다.

그리고 ‘동계 아시안 게임 자화자찬’라는 간판도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 동계 아시안 게임은 1991년에 열렸고 동계 아시안 게임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4년마다 열리지 않는데 그럼에도 저런 간판이 있는 걸 보면.

어떻든 리사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조계사가 나오고, 조계사의 작화도 디테일이 뛰어나게 그렸다. 극에서 심슨은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게 되는 어마어마한 변화가 온다.

이렇게 재미있는 심슨 가족을 탄생시킨 작가 마크 에드워드 윌모어도 코로나 19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우리들은 근 1년 동안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개인적으로, 또 조직과 단체적으로. 그리고 그런 변화를 겪으면서 극 중의 심슨처럼 우리도 어떤 변화를 가지되 서로를 생각하는 변함없는 모습은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한 해가 빨리 지나가기를 이토록 바랐던 적은 누구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일 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부터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손가락 바닥으로 누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오기 전에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 손가락을 접어 마디로 누르거나 휴대폰 모서리로 누르곤 했다. 그리고 닫히는 버튼을 눌러본 적은 없다. 저절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닫혀라,며 눌러본 적은 기억으로는 없다. 코로나가 터지고 지금 이 시간까지 약속은 거의 잡지 않고, 여름 이후로는 아예 다니는 동선에서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식당이나 카페나 술집에는 가지 않아서 엘리베이터는 아파트와 일하는 곳의 두 곳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습관은 확실하게 굳어 버린 것 같다.


귀찮은 일은 일하는 동안 물을 홀짝홀짝 마시니까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비누로 손을 씻고 바람에 바짝 말린 다음 핸드크림을 바르는 일을 몇 번이고 해야 한다는 거다. 초반에는(초반이라 함은 지금과는 다르게 손님을 응대하는 곳의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면 예의가 없다고 하던 무렵) 비누칠을 해도 몇 번 문지르지 않고 그대로 물로 헹구고 들어왔는데, 소변을 보고 손을 씻고 말리고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주 귀찮았는데 코로나 덕분에 그렇게 바뀌었다. 더불어 건물의 미닫이 문의 손잡이를 꽉 잡고 돌리지 않거나, 손잡이에 손이 닿는 부분 중에서 아주 밑부분을 잡고 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손잡이를 잡으니까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그렇게 바뀌어 버렸다.


마스크를 쓰는 건 일상이 되었는데 조깅을 할 때 아주 갑갑하다. 94%의 마스크를 꼭꼭 쓰고 조깅을 힘 있게 하는 것이 어쩌면 폐에 무리를 줄지 모른다. 조깅을 한다는 건 들숨과 날숨이 확실해야 하는데 94%의 마스크는 그런 숨쉬기를 곤란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무리하면서 달리게 되면 폐에 무리가 갈지 모른다. 그래서 그 조절을 잘해야 한다. 어떻든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도심지의 번화가를 지나서 온다. 술집이 아주 많은데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악착같이 술집에 모여들어 마스크를 벗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술을 마시며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매일 지나치는데 뉴스의 기사와는 다르게 인기 있는 술집에는 늘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서서 술집을 구경을 하게 된다. 요 며칠간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확진자가 0명이라서 술집에 다닥다닥 붙어서 코로나 이전처럼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스크를 쓰며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 확률보다, 이렇게나 마음 놓고 방역과는 무관하게 지내는 것이 코로나에 걸리는 확률이 더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마치 일어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아무리 노력을 해도 걸리는 사람은 걸려 버리고 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안다.


이번 명절에는 고향집 방문을 자제하고 마음만 전하라고 방역당국에서 당부하고 있다. 어제는 뉴스를 보는데 마지막에 잰디(이재은 아니운서-예전에 오전 라디오를 매일 듣다 보니 잰디가 익숙해졌다)가 고향으로 가지 못해서 섭섭해하지 말고 다음에 가자는 말을 남겼는데, 우리 집만 빼고 내가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야호 같은 분위기로 고향집으로 갔다.


여기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히려 이번에는 좀 오지 말았으면 하고 있다. 일단 떨어져 있는 아들, 딸내미 가족들이 오면 손주들 몫까지 밥을 먹어야 하고 치우고, 아무튼 일이 많이 지니까 그대로 거기서 올해는 그냥 있어라고 한다. 인터넷 기사에 떠도는 이야기- 제발 시어머니 좀 신고해주세요, 라는 기사가 참말인가 싶다.


우리 집은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버지도 없어서 조카네가 와도 5명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각자 집에서 보내는데 인스타그램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내가 아는 이들은 죄다 우르르 고향 앞으로 가!이다. 고향에서 오지 말라고 하니 사람들은 제주도로 발길을 돌렸다.

위에서 말한 잘못된 생각이라는 알면서도 이번 명절이 지나면 또 확진자가 우르르 나올 것 같다. 확진자 백퍼센터가 나는 걸리지 않겠지, 같은 마음이었다가 걸리게 된다. 산발적이며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퍼진다. 종교단체 발발도 있지만 소규모 발발이 한 몫한다. 동선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방역과 상관없이 무관하게 지내는 사람은 걸리지 않고 꽤 신경 쓰고 철저히 준수하는데도 걸리게 되면 후자는 억울할 것이다. 우리는 편안한 집을 원하면서도 악착같이 집을 떠나려 한다. 하루 종일 집 밖에서 일을 하다 보면 집으로 빨리 들어가고 싶지만 하루만 집에 있으면 답답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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