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5일째 저녁
396.
그렇지만, 그렇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만나고 는개와 사랑을 나눈 후 지금의 길지 않은 시간까지 오는 동안 마동은 죽음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잘 알 수는 없었지만 마동 자신의 마음속에 또 다른 하나의 마음이 들어와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마음은 주인에게서 떨어져 나와 위험을 무릅쓰고 마동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었다. 어렵게 들어온 마음은 아이처럼 약하기만 했다. 유약한 마음은 사념이 가득한 어둠의 도트가 진화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막고 있었다. 그건 마치 엄마의 따뜻한 양수 속에 아기가 들어앉아 있듯 마동의 마음속에 마음 하나가 들어와서 엄마의 양수와 반대적인 개념으로 존재해 있었다.
작은 마음은 만져질 것 같았고 눈처럼 따뜻했으며 불처럼 시원했다.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듯 그 마음은 아이를 차근차근 안아 주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마동은 자신 속에서 다른 마음이 느껴진다는 것이 따뜻한 눈물이 흐르는 느낌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눈물은 가을 아침에 내리는 눈처럼 대책 없이 다가왔지만 눈물이 전하는 따뜻함은 대지에 오래도록 스며들었다. 그 마음은 마동에게 다가와서 뻥 뚫린 구멍으로 쏟아져 나간 마동의 자질과 마동의 아름다웠던 감정을 주워 담았다.
마동은 마음의 금고 안에 진품을 담아놓고 무서워 꺼내지 못하고 벽에는 모사품을 걸어놓고 진품인양 바라만 봐야 했다. 그렇게 지내온 그동안의 삶에 작은 마음이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훔쳐 갈까 봐 겁이 나서 진품을 가둬 놔야만 했던 마동에게 그 마음은 진품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마동은 이제 모사품을 버리고 진품을 벽에 걸어두고 진정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마음은 구멍을 통해 버려진 마동의 하나하나를 이어 붙여 주었다. 그 마음은 마동에게 이렇게 우리가 만나게 된 것을 숙명이라고 계속 속삭여주었다. 하루 종일 바다에 나와서 바다를 바라보는 노인처럼 지치지 않고 마동에게 마음은, 만나게 된 운명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우리의 만남은 어떤 형태로도 바뀔 수 없으며 만남 그 자체가 정해져 있는 숙명이라고 마동에게 전하고 또 전했다. 용기를 주었다. 마음은 마동에게 곁에서 언제나 있어 달라했고 마동의 옆에 늘 있겠다고 약속했다. 삶의 모든 부분은 눈을 뜨고 움직이고 있을 때 비로소 반짝반짝 빛을 낸다고 말했다. 작은 마음의 울림이 전해졌다. 희망이 사라져도 그곳에 작은 용기가 씨가 되어 꽃이 되려고 했다.
마. 음. 이. 전. 해. 지. 다.
마동은 마지막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아마 내일은 시계의 시침이 나타내는 지금 이 시간을 보지 못하지도 모른다. 아니 보지 못할 것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검은 구름은 비를 계속 뿜어내고 그 사이로 숨이 가쁜 마른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시간은 어느새 밤의 깊은 세계로 발 빠르게 향해가고 있었다.
[동양의 멋진 친구. 이곳 시간으로 내일 저녁이면 아시아 투어를 가게 돼. 내일모레쯤에 만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아시아의 나라 중에 동양의 멋진 친구의 나라로 제일 먼저 가니까. 디렉트 메시지로 연락번호를 남겨 둘 테니 만나도록 하자구. 그곳은 지금 무더울 테지. 무척 기대가 돼. 그때 보자고. 난 지금 짐을 정리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야. 동양의 멋진 친구,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해가 떠 있는 낮에 친구를 만나기가 나는 조금 부끄러운 것 같아. 저녁에 만나도 친구가 괜찮다면 오케이? 그럼 그때 봐. 갓 블레스 유]
소피의 메시지가 트위터를 통해 들어와 있었다. 마동은 자신의 폰을 들고 트위터 창을 띄워 소피를 향해 많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타이핑을 하려 했지만 그만두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트위터의 접속을 끊었다.
[계속]
13장 5일째 저녁
13장 5일째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