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미드나잇 버스는 참 재미없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저 그런 상태로 두 시간이 넘어 흘러간다.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 그래서 재미있는 영화다. 재미없는 게 재미있는 영화, 곧 우리 인생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자신이 처한 상태,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지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게 끈을 힘 있게 부여잡으려 치열하다. 자칫 끈을 느슨하게 놓쳤다가는 그대로 궤도에서 벗어나고 만다. 그러지 않기 위해 모두가 겉으로는 웃으며 온갖 애를 쓰고 있다.
주인공은 이혼 후 새로 만난 여자 친구와 15년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어쩐지 다정하고 활달한 시호는 주인공과 재혼을 하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주인공은 지금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 나카타와 도쿄를 오가는 고속버스를 운전하는 주인공은 도쿄에서 식당을 하는 시호를 나카타의 자신의 집에 초대를 한다. 하지만 그날 도쿄에서 회사를 다니던 아들이 다 때려치우고 집에 와 있고, 아들과 시호를 제대로 인사도 시켜 주지 못한 채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심야버스를 운전하는데 이혼했던 미유키가 버스에 올라 타면서 주인공은 주인공을 둘러싼 사람들, 즉 지금의 가족과 헤어진 가족, 진짜 가족 같은 가짜 가족과 헤어진 가족의 가족과 더불어 그런 관계 속에서 평범해 보이지만 살얼음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흔히 일어나는 일을 영화로 담았다. 그래서 너무 현실적이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너무 비현실적이다. 너무 잔잔하고 고요하고 재미없게 흘러가는데 보다 보면 두 시간이 넘는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참 기이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반복을 거부하지 않지만 반복 속에서 변화를 찾던 지금 이전의 생활에서 벗어나 그저 똑같은 행동과 생각으로 매일을 반복만 하고 있다. 누군갈 만나지도 않고 술을 마시지도 않고 책도 술렁술렁 읽을 뿐이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그저 배가 고프면 배만 채운다. 도대체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무기력할 때가 있지만 또 무기력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
가끔 현실이 힘들다고 종교를 맹신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죽어서 지옥에 가는 것이 두렵다 해서 현실에서 맹신한다면 현실을 지옥으로 만든다. 무기력하게만 있다가는 그렇게 된다. 영화 속에서 그 대사가 생각난다. 주인공과 헤어진 아내 미유키는 서로 왜 재혼을 했는지, 왜 아직 재혼을 하지 않았는지 묻는다. 미유키는 외로우니까, 외로워서 재혼을 했다고 한다. 미유키가 주인공에게 왜 아직 재혼을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러자 주인공은 안 외로우니까,라고 한다. 그게 인간이다. 인간이란 그렇다. 전부 제각각이고 강하지만 장난감 같아서 쉽게 망가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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