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pr 30. 2021

I LOVE YOU의 원곡

오자키 유타카

포지션이 구구절절하게 부른 ‘아이 러브 유'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포지션의 목소리는 애절했으며 물량공세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의 영화와 같은 영상으로 사람들이 좋아했다. 영상을 한 번 볼까요. 신하균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뮤비는 낙원의 밤에서 살벌한 연기를 했던 차승원까지 나오는데 다시 보면 꽤나 재미있습니다.

https://youtu.be/8o4imlaBbko


우리는 이 곡을 부른 원곡 가수가 나카시마 미카라고 알고 있기도 한다. 일단 나카시마 미카의 ‘아이 러브 유’도 한 번 보고 올까요.

https://youtu.be/gHtkR18GJC8


포지션의 애절한 ‘아이 러브 유’는 아마도 나카시마 미카의 애절한 보컬을 모티브 삼아 한국화 하지 않았나 싶다. 나카시마 미카와 포지션의 목소리가 이렇게 애틋한 노래에 잘 맞는다. 나카시마 미카의 목소리는 이렇게 절절한 노래에 어울리는 목소린데 영화 ‘나나’에서 밴드 보컬을 연기하면서 내지르는 발성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영화 나나 속에서 부른 노래들로 인기를 더 확 끌지 않았나 싶다.


나카시마 미카가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일본에서 최고의 전성기였다. 포지션은 한국에서 나름 잘 나갈 때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 소속사가 바로 나카시마 미카가 있는 소속사였다. 그러니까 포지션은 아주 신입 가수이고 나카시마 미카는 넘볼 수 없는 자리에 있는 뭐 그런 관계에 있었다. 같은 소속사에 있어서 그런지 포지션이 부른 노래 중에 나카시마 미카의 노래가 몇 곡 있다. 포지션이 부르는 그 노래들도 아주 좋다. 나카시마 미카는 레지던트 이블에도 나오는 등 꾸준하게 활동을 해왔는데 이관 개방증에 걸려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가 배구선수와 결혼을 하면서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뀐 마카는 지금도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떻든 ‘아이 러브 유'가 나카시마 미카의 곡으로 알고 있지만 원곡을 부른 원작자가 있다. 소년 시절에 버림받은 이야기를 쓰고 거기에 곡을 붙여 부른 노래가 ‘아이 러브 유’였다. 그 가수가 바로 오자키 유타카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왔을 것 같은 실물의 모습의 원조가 오자키 유타카가 아닌가 싶다. 떠난 사랑을 생각하며 러닝셔츠도 땀으로 젖고 얼굴로도 땀이 뚝뚝 흐르며 울부짖듯 노래를 부르는 오자키의 공연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나카시마 미카나 포지션이 부르는 애절함과는 전혀 다른, 어떤 기교도 없이 그저 혼신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오직 가슴으로만 노래를 부른다.


오자키 유타카는 일본 전성기를 굳건하게 지탱하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 지탱한다는 건, 당시 버블경제로 너도나도 공중에 붕 떠 있을 때에도 청춘들은 힘들고 괴로웠다. 어디에도 마음을 둘 곳이 없고 기성세대들은 가정보다는 회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기고만장했다. 괴리가 심했고 경제가 부흥하지만 젊은 층들의 자살은 또 많았다. 그 청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하루키와 오자키 유타카였다. 하루키 이야기는 많이 했으니 접고, 만화책을 찢고 나온 것 같은 외모의 오자키는 반항을 하다가 고등학교도 중퇴했지만 부르는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한 것이 알려지며 사람들이 오자키의 노래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오자키는 목소리에 어떤 기교도 넣지 않고 그저 담백하게 노래를 불렀다. 기타를 들고 록을 하며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인기를 끌었고 결혼도 하여 아들도 얻었다. 하지만 오자키는 어느 날 길거리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이후 죽고 말았다. 그때 나이가 27살이었다. 여러 소문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아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아내가 그의 유서를 공개했다.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유서를 공개했는데 거기에는 매일 죽고 싶었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오자키 유타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만화 같은 모습이다. 너무 잘 생긴 얼굴과 멋진 몸으로 방황하는 청춘의 대변인이 된 오자키가 무대에서 땀을 쏟으며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 17살에 데뷔한 오자키는 자작곡을 한 노래들이 대중과 평론까지 사로잡았다. 오 갈 곳이 없던 10대 청춘들의 우상이었던 오자키 유타카는 술과 약과 함께 27살에 요절한 천재로 마치 커트 코베인이 그 뒤를 따라간 것 같은 느낌이다. 오자키는 그야말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같다. 피융하며 끓어오르는 찰나 만개와 함께 그대로 소멸하는 삶, 활짝 피자마자 무화되는 벚꽃의 미학을 보여주고 궤도 밖으로 이탈해 버렸다. 그러므로해서 진정 자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김중식 시인의 시에서처럼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오자키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모든 걸 다 버리고 사랑에만 몸을 던지고 싶다.  


오자키 유타카의 노래도 한 번 들어보자. 마치 고 김현식이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


https://youtu.be/SQZg9Av56XI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