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만을 사랑하고 있을 거야
십 년이 지나도 앞부분에 최진실이 아련 아련하게 내레이션을 한다.
[미안해 너도 금방 좋은 사람 만날 거야 괜찮지?]
그렇게 한 마디 남기고 떠난 그녀를 잊지 못한다. 너를 잊고 다른 사람을 만나서 쉽게 살아갈 수가 없다. 두고 봐 십 년이 지난 후에도 나는 너만을 사랑하고 있으니 남편하고 사이가 좋지 않으면, 이혼하면 나를 찾아서 와, 십 년 정도는 금방이다. 십 년이면 아무리 핥고 훑은 사랑하는 사이라도 사이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때 나를 찾아와, 나는 변함없이 너를 사랑할 테니.라고 하는 아주 어른어른 현실주의자 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박진영 특유의 목소리 매력이 잔뜩 들어가 있는 곡이다. 박진영은 후에 프로듀스로 가수들을 양성할 때 보컬의 박진영 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여성 보컬은 임정희 화를 이루었다. 박진영 화의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그룹이 지오디이며 곰태우인 김태우의 보컬이 박진영 화의 최종 완성형이다. 제왑피 소속 여성 그룹들은 각 보컬이 임정희 화의 보컬이 있었다. 모든 게 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언젠가 박진영 화의 목소리에서 벗어난 음색을 가진 가수가 나타났다. 그게 바로 정지훈, 비와 하늘색 꿈의 박지윤이었다. 정지훈의 음색은 너무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박진영 화에서 벗어났고 박지윤의 음색 역시 임정희 화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제왑피에서 활동을 하다가 계약이 끝나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비는 당시에 세계적인 슈퍼스타여서 영화촬영 등 엄청난 스케줄이 있어서 박진영이, 이제 비는 우리 회사가 관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더 큰 회사로 가는 게 맞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앨범에서 최진실의 목소리가 들어간 ‘십 년이 지나도’가 제일 좋다. 최진실은 국민적인 배우였다. 예쁘게 출발하여 가족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배우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모든 국민이 응원을 했다. 동생인 최진영 역시 청춘스타로 사람들이 좋아했다. 예쁜 누나 배우에 잘생긴 동생 배우로 활동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우는 아마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최진실의 죽음에는 졸피뎀이라는 수면제가 깊게 관여되었다는 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이 수면제를 과다 복용을 하면 살아있되 영혼과 육체를 분리할 정도로 사람을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졸피뎀은 자꾸 자살을 강요하고 아무렇지 않다고 타이른다. 졸피뎀은 의사가 처방을 잘해주었다. 최진실의 졸피뎀을 타서 가져다준 매니저가 있었다. 매니저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는 졸피뎀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약을 먹으면 바로 잠이 드는 게 아니라 점점 이상한 망상과 고통으로 시달린다. 그런데 후에 그 인터뷰를 했던 매니저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매니저도 졸피뎀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진영 역시 졸피뎀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최진영이 죽고 나서 최진영 친구가 최진영이 괴로워하며 졸피뎀을 복용한 것에 대해서 인터뷰를 했다. 최진영은 하루에 열 알 이상 먹었다고 했다. 최진영이 교통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졸피뎀은, 그 약은 죽어도 괜찮다고 부추기는 부작용이 심했다. 그런데 이 인터뷰를 한 최진영 친구 역시 졸피뎀의 복용으로 4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는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졸피뎀이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복용하는 사람도, 그래서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 또 다른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는 옆의 사람도 결국 졸피뎀에 손을 대게 만든다. 그리고는 zilch 상태가 된다.
최진실의 모습이 가끔 티브에 나오면 멈춰서 보게 된다. 친구들과 최진실 영화 어디까지 봤니, 라며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에서 나는 '꼭지딴'까지 봤다. 최진실의 액션을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유튜브에 영화가 다 올라와 있다.
박진영처럼 머리가 똑똑하고 앞을 내다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일반인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한다. 박진영은 어떻든 아직도 가수로 활동을 하고 있다. 거의 비슷한 인기와 실력을 가지고 지금까지 죽 끌고 가고 있다. 대단한 일이다. 연예인이라는 건 한 번 뜬 인기를 계속 이어가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연예인이 꼭지를 찍은 그 인기를 계속 유지하는 그런 일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박진영과 같이 활동했던 가수들은 다 사라졌거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똑똑하고 음악을 잘 만드는 박진영도 언젠가부터 솔로 앨범을 내는 걸 하지 않고 있다. 박진영 하면 따라다니는 말이 표절이다. 박진영의 많은 노래가 스티비 원더나 티엘씨를 비롯한 팝 가수들의 노래들을 많이 베꼈다는 것이다. 이게 들어보면 하아 할 정도로 한숨이 나오는 노래도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터넷이 없을 시대에는 똑똑하고 앞을 내다볼 줄 아는 가수들이 외국의 좋은 곡들을 가져와서 한국 곡으로 많이 불렀다며 실망을 한다. 이제는 막 그럴 수 없어졌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이, 네테즌들이 다 찾아낸다. 그래서 박진영이 언젠가부터는 앨범을 내지 않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박진영뿐만이 아니었다. 유 앤 미 블루는 유투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그러나 이승열 홀로 낸 앨범부터는 이승열이라는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는 음악을 하고 있다. 유투의 망령 같은 거대한 힘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래서 이승열의 노래들은 좋다. 예전의 이브의 노래들은 비틀스였다. 윤건은 오아시스를 빼다 박은 곡들이 있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는 이게 가능했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그러나 그럴 수 없음에도 이번에 그간 물 밑에서 말 많았던 아이유도 터지게 되었다. 지금 인기 탑을 달리고 있는 르세라핌 역시 로살리아의 레퍼런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으로 노래, 춤, 몸짓이나 의상까지 하아 하는 한숨이 나오게 해서 핌둥이들을 좋아하는 네티즌들이 실망하고 있다. 뮤비는 왜 비슷하게 만들었는지. 팬들은 실드를 치고, 리더는 기자들의 질문에 창작물이라고 봐달라고 말하고, 정작 독창적 케이팝 창작 기획 회사라고 자부하는 하이브는 입 닫고 있고.
가수들은, 특히 가수가 속해 있는 회사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유희열 표절 사태가 터졌을 때 임진모와 김태원이 하는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자칫 소속 가수뿐만 아니라 국뽕 가득한 케이팝이라는 거대 산업에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 했다고, 오마주 했다고, 콘셉트를 가져왔다고 한들 그걸 나쁘게 보는 사람들은 없을 텐데 여기저기 거짓말을 하다 보면 구멍은 자꾸 커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음악이라는 게 6,70년대에 이미 좋은 음악은 다 쏟아졌다. 6, 70년대 음악을 들어보면 록이든, 발라드 같은 곡들이든 마음이 편안해진다. 음악이 마치 손을 내밀어 나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더 이상 새로운 스타일의 곡이, 음악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대중은 받아들이고 있다. 감탄은 흘러넘치지만 감동은 줄었다. 이미 나온 좋은 곡에서 따왔다, 레퍼런스 했다고 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음악을 즐기지 않을까.
십 년이 지나도 https://youtu.be/S8hZZh6S64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