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노래를 듣고 갑자기 뭔가에 홀린 듯,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마치 신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가끔 있다. 유영석이 있는 화이트의 네모의 꿈을 들었을 때 그랬다. 처음 듣고는 그런 느낌이 없었지만 여러 번 듣다 보니 가사가 너무 좋은 것이다. 좋다는 말은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온통 네모난 것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네모네모 하지 않은데 어느 날 사람들의 머리가 네모가 되는 것이다. 네모가 된 인간이 사람들에게 네모를 쏘아대며 네모를 늘려가는 영화. 점점 네모의 머리를 한 사람들이 늘어간다.
네모의 꿈을 듣고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한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온통 네모난 것들 뿐인 이 세계의 풍경은 정말 복붙 해 놓은 것처럼 똑같다.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고, 네모난 조간신문, 네모난 책가방, 네모난 책과 네모난 버스, 네모난 건물, 네모난 학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컴퓨터,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
가사는 정말 많은 것들을 상상하고 생각하게 해 주었다.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온통 네모난 건지. 잘난 어른들의 멋진 말을 우리는 늘 들었다.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라고. 이런 말을 하는 어른들은 정말 얼굴이 네모나게 보였다. 꼰대들의 얼굴은 네모다.
이 네모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둥글둥글하다. 날 때 우리는 동글동글하게 태어났다. 그때는 아마도 엄마의 사랑만으로 태어났기에 동글동글, 네모난 구석이 없는, 각진 구석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랑의 모습은 사람의 모습이 되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우리의 세계에 시간이 개입한다. 사람의 ‘ㅁ‘ 이 사람의 ‘ㅁ‘ 과 맞닿게 된다. 점점 형태가 일그러져 뾰족한 ‘ㅅ’이 되어 서로 찌르고 아프게 한다. 사랑보다 이해를 바라는 시간은 내일의 내 모습을 오늘 얼굴에 그려 놓는다. 어느 순간 보니 내 얼굴에 많은 금이 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서야 사람의 ‘ㅁ’이 사람의 ‘ㅁ‘을 서로 조금씩 갉아서 동그란 ‘ㅇ'으로 바뀌어서 사람은 사랑이 된다.
네모난 꿈은 초등학교 책에도 가사가 나온다고 한다. 대학교 때 졸업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거실과 집을 온통 둥글게 설계를 해서 조원들에게 비난과 여러 말을 들었다. 일단 이런 식으로는 기간 안에 모델링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들과 똑같은 설계로 모델링을 만들어봐야 너무 허무하다, 비록 잠깐이지만 튀는 설계로 해서 해 보자,라고 설득해서 그렇게 밀고 나갔다. 하다 보니 어쩐지 나만 영차영차 열심히 하게 되어서 밤에 다른 조원들은 당구 치러 갔을 때에도 낑낑거리며 뭔가를 둥글게 만드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다. 지금 앉아 있는 내 주위를 둘러봐도 대부분 네모난 것들이다. 키보드, 휴대폰, 아이패드, 화면, 프린트기 등등. 그래도 사람은 네모네모 하지 않다. 손도, 다리도, 얼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