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에세이
집 앞은 바닷가이고 6월이 되면 바닷가의 태양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해가 쨍하게 떠오른 날이면 오전에 바닷가에서 책을 좀 읽다가 일을 하러 온다. 이틀 정도 바닷가에서 책을 좀 읽었는데 벌써 피부색이 변했다.
이렇게 태양 밑에서 살을 태우면 살갗에서 태양의 냄새가 난다. 그게 어떤 냄새냐고 물어도 잘 대답할 수는 없지만 태양의 냄새가 있다. 그 냄새가 좋아서 매년 여름이면 해변에서 바짝 몸을 태운다. 태울 때는 그 냄새가 나지 않지만 옷을 주섬주섬 입고 어딘가 시원한 곳에 들어가면 비로소 태양의 냄새가 피부에서 난다. 매년 여름마다 바짝 몸을 태워서 사람들은 내 피부가 원래 까무잡잡한 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태양이 닿지 않는 곳은 허연 피부가 수줍게 옷 속에 숨어 있다. 여름 내내 태운 피부가 조금 희석될만하면 다음 해 여름이 오고, 그 반복을 지금까지 죽 이어가고 있다.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아직까지는 여름이면 피부를 태운다. 그리고 피부에서 나는 태양의 냄새를 맡는다.
바닷가에는 당연하지만 갈매기가 있다. 거의 매일 바닷가에 나가니 갈매기들을 자주 본다. 갈매기들을 하릴없이 바라보기도 하는데 지겹지 않다. 그건 참 기묘한 일이다. 대형마트 어항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질리지 않는다. 바닷가에는 갈매기들이 날아다닌다. 갈매기는 오를 때 날갯짓을 하는데 다리를 몸통에 바짝 붙여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른 새들에 비해 굉장히 날렵해 보이고 멋진 모습이다.
시간이 된다면 바닷가에서 갈매기들을 바라보는 것도 꽤 흥미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활공을 할 때는 날개를 쭉 펴서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데 체공시간이 비둘기에 비해서 길다. 갈매기는 물과 인접해서 서식하는 다른 새들과 조금은 다르다. 황량한 바다를 제외하고 그들은 대부분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경우가 잘 없다. 언제나 정박해있는 어선이나 부표 위에서 숨을 고르게 쉬며 시간을 죽여가고 있다.
항상 내려앉는 자신의 자리에 다른 갈매기가 앉아있으면 가서 쫓아내는데, 자신보다 서열이 높으면 쫓아내지 못하고 그 자리를 피해서 비행을 하면서 울부짖기도 한다. 어떻든 갈매기를 바라보는 것이 깔깔깔 거릴 정도는 아니지만 지겹지는 않다. 갈매기가 바닷가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기 바닷가에는 당연하게도 비둘기도 갈매기화되어 있다.
골목이나 도시의 건물 사이에서는 비둘기가 오랜 시간 활공하는 모습이 보기 드물다. 하지만 바닷가에서는 어쩐지 갈매기에게 지기 싫은지 비둘기들도 날개를 활짝 펴고 해변 위를 길게 날아다니는데 멋있다기보다는 뭔가 재미있는 모습이다. 바닷가의 비둘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웃음이 나온다. 갈매기들은 해변에 무리로 내려앉아 눈을 감고 있기도 하는데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갈매기가 있으면 어김없이 그 근처에 비둘기가 고개를 앞뒤로 까닥거리며 어슬렁어슬렁 간다. 바짝 가까이는 가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그 거리를 유지한 채 갈매기와 대치를 이룬다.
갈매기도 기가 막힌 지 휙 가서 비둘기를 쫓아내면 날아가지 않고 머리를 앞뒤로 까닥거리며 저만치 도망을 가지만 멀리 가지는 않는다. 늘 여지를 두고, 어이 갈매기 네가 이 바닥에서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구역의 미친 비둘기는 나라구! 두고 보자고!라고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