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 단편 영화 몇 편 소개
음악감독인 유준상이 배우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뮤직비디오를 찍는 내용이다. 하지만 가사도 없고 그저 허밍으로 ‘음’만 유준상 머릿속에 있어서 배우들은 당최 뭐가 뭔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유준상 감독은 주문을 하는데 전혀 그런 장면이 아니라 감정은 잡히지 않고, 춥고 힘들고.
배우 소진은 결국 터지고 만다.
영화를 보는 우리도 이거 뭐야? 이게 뭔 뮤직비디오 촬영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
점점 엉망진창이다.
한국어로 대사 치면 소진은 중국어로 감정 잡아 대사 치고,
서로 각자 하고 싶은 말을 막 한다.
오케이를 외치는 건 유준상뿐.
카메라를 보며 말을 하고 배우 이름을 그대로 영화 속에서 이름이 되어서 불리기 때문에 다큐처럼 보인다.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
70 넘어까지 감독이 하고 싶다는 유준상의 작품으로, 이 영화를 보면 유준상은 머리가 참 좋다. 아니 머리도 좋은데 노력을 굉장히 하는 것 같다.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너무 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잖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어느 순간
아 그 의미가 뭔지 알겠다
싶을 때가 있잖아
영화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이렇게 해서 무슨 뮤직비디오가 될까 싶은데,
마지막 이 엉성하고 난잡하고 엉망진창으로 찍은 영상으로
기가 막힌, 멋지고 아름다운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된다.
보고 있으면 울컥한다. 진짜.
세상은 그럴 때가 있고, 그럴 때가 온다.
불안한 인생에 대해서 불편하지 않게 소진은 말한다.
한때야
시련, 정말 한때야
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듯이
이 어둠의 긴 터널
얼마 남지 않았어
요즘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가 아닐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던,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던, 모두가 힘들어서 겨우 버티고 있으니까.
내 자식이 아프다고 해서 대신 아파줄 수 없는 것처럼 견디고 버티는 것도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이 힘든 시기에 내가 버텨야 한다.
비티고 견디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빛이 봄이 되어 찾아와서 내 옆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런 영화다.
다음 영화는 단편 영화 '여름, 버스'다.
단편 영화 ‘여름, 버스’는 마음이 청량해지는 영화다. 18분짜리 이 영화는 두 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두 편이 다른 이야기인데 맞물린다. 더운 날 부산의 버스에서 일어나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일들을 여름의 아침 햇살처럼 맑게 그려내고 있다.
언제나 기분 좋게 운전을 하는 버스기사는 딸이 버스를 타도 카드를 찍으라고 한다. 만원인 버스에 올라온 산모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이 없어 애가 타는 기사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그런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일과를 끝낸 기사는 회사에서 배차 시간을 바꿔 달라고 어렵게 말을 하는 후배의 이야기를 듣는다. 후배는 친구가 수술을 하는데 병문안을 한 번 가야겠는데, 라는 말을 듣고 기사는 후배를 위해 그렇게 해준다. 그러면서 후배 기사의 이야기, 여름 버스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버스에 요금을 내지 않고 자꾸 타는 초등학생이 있다. 요금을 내라고 하면 유치원생이라는 녀석. 그리고 그 녀석이 앉았다가 내리면 창문에 크레파스로 물고기 낙서가 그려져 있다.
꼬마 녀석은 뒷문으로도 몰래 타고, 내리면 또 낙서가 그려져 있고. 기사는 그 낙서를 지운다고 매일 힘들다. 그러다가 꼬마 녀석이 또 몰래 탄 버스에서 요요 도토리 녀석 하며 버스를 세우니 꼬마 녀석이 하하하 웃으며 내리고 만다. 그런데 급하게 내리느라 크레파스를 두고 내린 것이다.
기사는 다음에 꼬마 녀석이 오면 크레파스를 줄 요량이었지만 다음 날에 꼬마 녀석이 오지 않는다. 꼬마를 기다리다 손님들이 출발하자는 소리에 버스는 출발하게 되고. 크레파스를 들어서 보니 거기에는 ‘온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기사는 크레파스를 주러 병원을 찾는데, 어떻게 될까. 기사는 꼬마 녀석의 친구가 되어 버스를 온통 꼬마 녀석을 위해 꾸며주는데.
영화는 18분으로 끝나지만 컴퓨터 그래픽도 등장하며 그냥 밝고 맑고 깨끗하고 기분이 너무 좋은 영화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긴데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영화다. 지금 우리에게 뭔가가 필요한데 사실 뭐가 필요한지 잘 모르지만 이 영화를 보면 마음이 참 편해진다. 영화는 유튜브로 풀 버전으로 볼 수 있다.
다음 영화도 독립 영화 '카메라가 꺼진 유튜버들의 실체'다.
이 단편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지금의 이야기를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튜브, 아프리카 티브이, 별 풍선과 슈퍼쳇의 유혹에 이끌려 점점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요즘의 우리들의 자화상을 잘 보여준다.
자극적인 영상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준다. 자본의 노예가 되는 순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내가 도대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자각하는 능력은 사라진다.
관음을 바라는 자들과 관음을 바라는 자들을 위해 터부를 보여주는 자들 사이에는 자본이라는 강이 놓여 있다.
제도와 법의 허술함을 뚫고 미성숙한 사람들은 콸콸 튼 수도꼭지의 물처럼 쏟아진다. 그리고 이들은 자본이 낳은 괴물이 된다. 괴물이 되면 의지만 가지게 된다. 의지만 있는 존재는 좀비와 다를 바 없다. 구덩이에 쥐를 풀어 주면 좀비는 구덩이에 얼굴을 처박고 3일을 쥐를 꺼내려 한다.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13분짜리 이 짤막한 단편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잘 보여준다. 반전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이야기. 단편 영화 ‘카메라가 꺼진 유튜버들의 실체’였다. 역시 유튜브로 풀 영상이 있으니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