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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11. 2022

가지무침

어른이 되고야 제대로 맛을 알아버린

색 조합이 정말 미쳤다

몰랐다가 가지를 생으로 먹어도 되기에 생으로 씹어 먹고 아니 이렇게 맛있었어? 했다. 어른이 되어도 아이 때보다 좋은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이렇게 가지의 맛을 알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 때에는 가지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어쩌다가 가지 맛을 알아버린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면 뭐든 잘하고, 뭐든 하고 싶으면 할 수 있고, 뭐든 다 알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 보니 어린이 때보다 더 모르고, 더 못 하고, 더 할 수 없다. 그래도 이렇게 가지의 맛을 알게 되지 않았던가.


가지의 맛을 알아가는 것, 그게 어른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숨은 가지의 맛이 여기저기 아직 많이 숨어 있다. 어른들은 숨어 있는 그 맛을 얼마나 더 찾아내느냐 하는 것에 따라 따분한 어른의 생활이 좀 더 활력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가지의 맛은 어릴 때에는 알지 못한다. 이런 걸 먹느니 차라리, 하는 생각을 아이 때에는 가득하다. 물론 어릴 때부터 가지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아이는 보지 못했다. 아이가 가지를 좋아해서 오늘 가지 무침을 해달라고 해서 같이 밥상에 앉아서 맛있게 먹어도 좋지만 아이는 성가셔도 이런 건 맛없어, 돈가스 달란 말이야,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뭐든 기름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맛있는데 그중 으뜸은 가지 튀김이다. 나는 가지전이 전 중에서도 가장 맛있다. 중국집에서 탕수육이나 꿔바로우도 좋지만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가지 튀김이다. 바삭함을 벌리면 뜨거운 가지가 기름을 머금고 있다가 육즙을 터트리며 입 안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맥주를 부르는 맛이다.


가지 튀김만큼은 아니지만 가지무침도 맛있다. 집에서는 중국집처럼 가지 튀김을 해 먹을 수 없다. 가지무침도 기존의 무침이 넘볼 수 없는 단단한 맛을 지니고 있다. 뜨거운 밥 위에 올려 확 말아먹으면 맛있다. 옆에는 맥주가 노래를 부르며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의 선곡은 데미스 루소스의 스프링 서머 윈터 앤 폴 https://youtu.be/39KW4CCPJ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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